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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Aug 19. 2021

세상 밖으로 나온 완득이

-김 려령 作 ‘완득이’(2008)와 이 한 감독의 ‘완득이’(2011)

*학부 <문학과 영상>이라는 수업으로 원작과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비교 분석한 비평 과제입니다.


 

책 출처 : 교보문고 영화 포스터 출처 : 네이버 포토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영상으로 나올 때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 왜냐하면 원작이 흥행한 포인트들을 어떻게 잘 살릴지, 또 원작에서 없는 것을 추가해 어떻게 원작과 다름을 추구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을 적당하게 녹아내지 않으면 대중은 드라마나 영화를 외면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 ‘완득이’는 소설 ‘완득이’의 인물들의 관계와 주요 대사를 잘 따라가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지 않는 앞집 아저씨의 여동생, 호정을 등장시키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또한 영화는 고1이 아닌 고2로, 체육관 친선경기에서 고등부 챔피언이 아닌 3위로, 완득이와 어머니가 직접 아버지를 찾아가는 세부설정도 바뀌었다.      



먼저 소설은 완득이의 시점 (1인칭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안 괜찮고 쪽팔리다. 그리고 열받는다.(p.164)”한 달에 두 번 쉬는 식당이 어딨어. 빌어먹을 식당 주인.(p.184)”  완득이의 감정을 자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완득이 입장에서 독자가 완득이의 생각을 따라고 그에 대해 공감하며 결말에 일렀을 때 완득이처럼 독자도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이 동네 집들 진짜 따닥따닥 붙어 있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숨어 있기에 딱 좋은 동네였다. 왜 숨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사실은 너무 오래 숨어 있어서 두렵기 시작했는데, 그저 숨는 것 밖에 몰라 계속 숨어 있었다. 그런 나를 똥주가 찾아냈다. (중략) 그렇다고 무리해서 찾을 생각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찾고 싶다.(p.233)” 또한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난,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를 가진 가족들의 삶이다. 매일 집에 혼자 있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햇반을 먹는 완득이, “하도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시집 온 어머니 있어 봤어요? 쪽팔려 죽겠는데 안 가져가면 배고프니까, 할 수 없이 수급품을 받아가 본 적 있어요?” (p.135) “쪽팔린 줄 아는 가난이 가난이냐? 햇반 하나라도 더 챙겨 가는 걸 기뻐해야 하는 게 진짜 가난이야.” (p.135-136), 똥주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을 하던 베트남에서 온 티로 누나 (p.132-133), “내 아버지는 호킹 박사 같은 1등 대접을 원하는 게 아니라, 높기만 한 지하철 손잡이를 마음 편하게 잡고 싶을 뿐이다. (중략) 자기들은, 내 아버지는 비장애인입니다, 하고 다니나?”(p.138)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비주류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고, 그들의 삶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각심을 갖게 한다.      


반면에 영화는 완득이를 넘어서 주변 인물들까지의 확장된 관계를 보여준다. 소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이가 좋아졌고 함께 산다는 얘기는 없지만, 영화에서 완득이의 나레이션과 카메라 워크로 두 분이 같이 살 것임을 암시한다. 아버지 차에 적힌 씨불놈아로 시작되어 앞집 아저씨의 여동생 호정과 동주 선생님의 만남을 시작으로 영화 속 곳곳에 둘의 러브라인을 찾아볼 수 있다. 결말에서 둘의 사이가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체육관 킥복싱 친선경기에서 완득이는 TKO 패를 당하고 링에서 웃는 완득이의 모습을 보며, 혁주가 완득이에게 라면 먹으러 갈래?” 대사에서 완득이가 ‘가자’고 말하는 장면에서 완득이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완득이의 아버지도 똥주 덕분에 카바레와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지만, 댄스교습소를 열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가족의 단절과 화합을 보여준다. 신발가게 주인이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았을 때 완득이가 제 어머니에요.”, “한 번만 안아 봐도 되요?” 대사나 식당 직원이 지금도 꼽추가 있어?”라고 물을 때 어머니가 제 남편이에요.”에서 어머니와 남편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어색했던 가족 관계를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와 삼촌이 있지만, 낮과 밤을 혼자 보내야 했던 완득이는 이제 아버지와 삼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 모든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똥주’이다. 앞에서는 많은 잔소리와 무뚝뚝하게 완득이를 대하는 듯 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하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완득이를 지켜주고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외톨이로 보낸 완득이에게 자기만의 세상에서 나와 열린 세상을 보여준 인물이다. 또한 완득이가 킥복싱을 시작하며 자신의 감정을 분출 할 수 있게 되었고, 아버지가 원하는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게 되었다. 완득이는 킥복싱으로 하여금 예전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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