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애매한 웹소설 작가라면
웹소설 작가는 전업을 하면 안 된다.
월에 천만 원을 벌지 않는 이상.
그게 내 바뀐 지론이다.
근데 어쩌다 나는 비자발적 전업 작가가 되었나?
그건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에게도 직업이 있었다.
'사무직'이라는 흔하디 흔한 직업이었고, 나는 꽤 짬이 찬 중간 연차 직원이었다.
나는 내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업무에는 어려움이 없었고, 위에서 알아서 커버 쳐주는 팀장님이 계셨고, 밑에는 직속 후배가 있었다.
짬이 나면 원고 작업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완벽했다. 모든 것이.
아주 작은 균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든 회사가 그러하겠지만,
우리 회사는 이제 일 좀 할 줄 아는 직원들이 자꾸만 퇴사하는 이상한 법칙이 있었다.
3년만 채우면 다들 훌훌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우리 팀에서도 두 명이 나갔다.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고(아예 뽑지 않았다), 기존 업무들이 재분배되어야 했으나 대부분 나에게 돌아왔다.
그렇게 점점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던 그때였다.
새로 본부장님이 오시면서 그 분과 트러블이 생겼다.
업무 스타일이 너무너무 안 맞았다.
윗선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으셨던 것 같다.
나는 계속하던 대로 업무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새로 오신 본부장님 스타일에 맞추면서 퇴사한 2명 치 업무도 해야만 했다.
스트레스가 안 쌓일 수 없었다.
그래서 긴 대화 끝에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져서 내가 퇴사하는 쪽으로 의견이 조율되었다.
원치는 않았는데 비자발적으로 전업작가가 된 거다.
근데 되고 보니까 투고는 반려되고, 뭔가 작업하긴 하는데 수입은 없다.
나는 그냥 강제 백수가 되었다.
불안이 넘실넘실 넘쳤다.
뭘 해 먹고살아야 하지?라는 원론적인 물음만이 머릿속을 뱅글뱅글 돌았다.
그 뒤로 아주 절실히 깨달았다.
전업 작가는 하지 말자.
(작가가 아닌) 직업이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