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는 쪽이 상처받으니까.
몇해전 일이었다.
내가 다시는 부모님께 선물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 일이 있다.
부친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요즘 너희 엄마가 우울증때문에...]로 시작하는 메시지였다.
요는, 엄마가 힘들어하니, 네가 뭔가를 좀 해봐라, 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때 이미 상경해서 살고 있던 상태였고, 본가에는 명절에만 가끔 내려가던 상태였다.
서울에 있는 사람한테, TK에 있는 사람을 위로하라고?
그땐 그래서 나는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모친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때는 이른 봄이었고, 얼마 뒤 근처 도시에서 뮤지컬을 한다는 소식을 보게 됐다.
나는 VIP석 2개를 예매한 뒤, 부친의 이메일로 보내며 말했다.
[뮤지컬 보고, 벚꽃이라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
이를 테면 나는 진심이었다는 뜻이다. 모친이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뒤, 부친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니 내가 했던가?
부친의 피드백은 충격적이었다.
"뮤지컬 그거 너무 재미없었다. 돈 아까웠다."라고 일축했다.
VIP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쌌다. 두 자리면 거의 30만원에 이르는 돈이었다. 사회 초년생인 내게도 큰 돈이었다. 나는 적어도 부친이 재미가 없었어도, '재미있었다.' 혹은 '네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 정도로는 말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부친은 내게 '재미 없고, 돈 아까웠다'고 했다.
그 뒤로 나는 부모님께 선물을 하지 않게 됐다. 선물 하는 쪽이 상처받기 때문이다. 언제나.
생신이라고 하면, 그냥 돈을 보내드린다.
[생신인데 맛난거 사드세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뭐, 그깟 우울증이 어쨌다고 싶기도 하다.
뭐. 고마워요. 어쨌든 덕분에 나도 우울증이에요.
덕분에? 라는 말이 온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요즘 우울증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약만 잘 먹으면 되는 걸 가지고, 무슨 유난들인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