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의 장녀가 반드시 해야할일
유난히 TK의 장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대를 많이 받는다.
동생을 잘 보살필 것.
그리고 가정형편에 도움이 될 것.
스스로의 앞길을 잘 개척할 것.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유독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요구도 받는다.
부모를 즐겁게 할 것.
부모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내 기쁘게 할 것.
집안의 불화가 없도록 노력할 것.
이중, 삼중의 요구 안에서 TK의 장녀는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인이 된다.
사회에 던져진 TK의 장녀는 여전히 부모가 내린 절대적 억압의 굴레 안에서 존재한다.
동시에 회사가 주는 미션에도 집중해야 한다.
이때부터 실재론적 문제가 떠오른다.
회사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나한테까지 그래?
회사일은 사회인이 됐으니까 당연히 해야하는 거고, 집안에서의 역할도 여태까지 해왔으니까 당연히 하는거고.
아니야?
오히려 반문한다.
네가 안하면 누가해?
우리집에 너말고 누구한테 이런 말을 해?
왜? 거짓말 같은가?
내가 겪은 사실인데.
나는 200km 밖에 있으면서도, 부모의 전화에 시달리며. 매주말마다 최소 몇십분에서 몇시간에 이르는 통화를 감내해야만 했다.
사실 별 얘기는 없었다.
누구집 아들이 어디에 들어갔는데, 그 집 아들이 근데 알고보니까...
근데 또 누구 집 딸 알지? 걔가 원래 어디 다녔는데, 공부를 더 해서 어디에 들어갔단다...
그때 나는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니까 그런 트라우마를 겪지 않으려면, TK의 자매들이여.
매순간, 숨을 쉴때마다 기대를 배반하도록.
부모의 기대를 잔인하게 져버리도록.
이번 주말에는 내려 올거지?
그런 물음에 "아니. 나 바빠." 라고 대답하길.
이번 명절에는 내려 올거지?
그런 물음에도 "아니. 나 일있어." 라고 대답하길.
아빠가 어디가 아픈데. 라고 하소연을 한다면,
"어. 그래? 그럼 돈 좀 보낼게. 병원비에 보태." 라고 말하고 자를 것.
"너는 애가 왜 그렇게 매몰차?" 라고 한다면,
"내가? 그랬나? 잘 모르겠네. 근데 나 지금 전화 들어오는데 나중에 통화해." 라고 끊을 것.
결코 당신은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차릴 것.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에 죄책감 느끼지 말 것.
TK의 장녀들이여.
매 순간, 숨을 쉴 때마다 기대를 배반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