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로스로 신혼여행을 가기까지
2022년 10월 우여곡절 끝에 웨딩마치를 올렸으나, 신혼여행은 여전히 요원했다. 당시 회사 업무로도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대학원도 다니고 있었으며(심지어 학생회까지..), 개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던 중이었다. 전남친 (현 남편) 역시 새벽 출근 새벽 퇴근이라는 강도 높은 업무환경을 견디고 있던 터였다. 이렇게 극도로 바쁜 스케줄을 가진 두 사람이 결혼식(그것도 스몰웨딩 아니고... 정상웨딩)을 올린 것도 기적인데, 신혼여행까지 연이어 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아쉬운 마음에 1박 2일 속초 여행을 갔는데, 결혼식이 끝난 당일 리조트에서 새벽 2시까지 중간고사 리포트를 쓰던 나였더랬다. 돌아보면 참 열심히도 살았다 싶다.
빠른 속도로 일상에 복귀한 이후 잠시 신혼여행을 가야 한단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 작년 12월에서야 "그래도.. 우리 신혼여행은 가야겠지?"라는 이야기가 둘 사이에서 나왔다. 신혼여행지로는 발리, 하와이 등 일반적인 곳도 거론되었으나 금세 잊혀졌고, 남편이 역덕(역사덕후)인 관계로 유럽도 거론되었으나, 겨울인 관계로 패스하기로 했다. 더 이상 선택지가 없나 싶던 와중, 언젠가부터 싹튼 갈라파고스 여행의 꿈이 고개를 들었다. 갈라파고스를 가자고 제안한 이후에도 사실 몇 번이나 그 결정을 되돌아보았다. 이유인즉슨, 너무 멀기 때문이고, 해외여행에 있어 거리는 곧 시간 및 돈과 비례하기에 우리는 수차례 갈라파고스행을 재고했다. 그럼에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가 아니면 누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정신 차려보니 우리는 어느새 티켓팅을 하고 있었다.
출발 하루 전 날 새벽까지도 업무를 붙잡고 있다 1월 13일 일요일 우리는 극적으로 갈라파고스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왕복 모두 미국 애틀랜타 및 에콰도르 키토를 경유했으며, 이동 시간을 포함해 총 열흘(13~23일) 여정이었다. 가는 여정은 참으로 험난했어도 그만큼 worth it! 했고, 또 한여름밤의 꿈과도 같이 너무도 좋은 기억이었기에 여행 기억 화소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남겨두기 위해 굉장히 날것 상태의 에세이를 올려본 이후 조금씩 다듬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