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생활] 겸손하지 않을 용기

by 함우뚝

얼마 전 가족 톡방에

Student Representatitve로 뽑혔다고 소식을 전했다.

우리 가족은 축하 인사에 늘 겸손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 생각해서 한 얘기인데.. 그걸 알면서도

여기서 두 번 겸손했다간 투명인간 취급 당하기 십상이라고

괜히 버럭 해버렸다.


입학 후 팟캐스트를 시작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의 첫 팔로워였다. 원년고객이랄까.

팟캐스트 구독과 댓글 응원을 위해 스포티파이까지 깔았다.

코호트 친구들 열댓 명을 차례로 인터뷰할 때마다

친구는 내게 물었다. "어제 올린 팟캐스트 들었어?"


하루는 그 말을 듣는데 부아가 치밀었다.

"왜 나는 게스트로 초대 안 해?

내 인생이 다른 친구들보다 덜 드라마틱해서?"


그러자 그 친구가 말했다.

"인생의 역경과 상관없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거야."


오랜만에 경험하는 피꺼솟.


나는 럭셔리 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소위 말하는 "변화"를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가난하고도 아름다운 섬나라로 떠났다.


그곳에서 지난 4년을 보내며

모성사망률을 감소시켰고

하**캔이 플라스틱 폐기물에 책임을 지도록 했고

젠더기반폭력 대응 시스템의 초석을 다졌고

기생충으로 인한 질환을 퇴치했고

결핵환자 진단을 지원했으며

임기를 연장하면서까지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나 혼자 해낸 일이 아니었기에

이곳의 누구에게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들 어떤 변화를 일구어왔는지 이야기하고

열매들을 자랑할 때

그 광경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더니

나는 겨우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베짱이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물론, 꼭 누가 알아줘야 하나?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말하고 펼치고 전하지 않으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조차 쉽게 잊는 거 같다.

이 피꺼솟을 경험하고

지난 세월을 찬찬이 돌아보기 전까지는

나도 내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세상을 변화시킨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받는 인정과 지지는

계속 변화를 만들어 나갈 동력이 되는 거 같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자기 PR은 영 낯간지럽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보려고 한다.

겸손하지 않을 용기! 이제는 말할 용기!


참고로 나한테 꼽준 팟캐스트 주인은

담배회사에서 일한다.


지나 잘하라지.

킹받아서 팟캐스트 구독 취소했다.


소심한 복수로 시작해

창대한 스토리텔링으로 마무리지을 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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