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상은 꿈으로도 이어졌던 것 같지만 그 꿈을 깨자마자 기록하지 못해서 이렇게 모호하게 남아있지만 때론 확실하지 않아 다행인 것도 있죠.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 도중에 당신이 떠오르진 않더군요. 당신이 제가 남겼던 말차럼 머리에만 남아가나봐요.
그리고 너무 좋았어요. 저의 인생 여행지로 등극해 버렸어요. 광활한 대자연과 절벽과 기암괴석, 웅장한 전경과 귀여운 가축들. 위험한걸 즐기는 당신도 분명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여행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니 문득 드네요.
공교롭게도 한국에 들어와 꽤나 아팠답니다. 건강했던 저인데 여행기간동안 물도 잘 못마시고, 피곤함이 지속되다 보니 면역이 조금 약해졌었나 봐요. 어디에서 옮은지도 잘 모르겠고 일도 못하고 며칠을 누워 있었답니다. 정말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여행가지말걸 하는 생각은 전혀 안들더라구요.
당신이 말했던 떠나게 될 날짜가 이제 다가온것같아요. 좋아한다던 페스티벌 소식을 듣고 알게되었어요. 제가 가자고 제안하니 그때쯤이면 기간이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던 기억을 살포시 갖고 있으니까요.
당신과 박물관을 가고 옛날 얘기를 나눴던 추억이 참으로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평범해도 당신이라 특별했어요.
당신은 어땠을까요.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 중 하나로 그저 즐거움이었을까요? 아니면 나처럼 어여쁜 유일함이었을까요?
점점 회상이 당신에게 순수함이 아닌 가벼운 집착이 되는 건 아닐까 다시 걱정돼요.
당신이 생각나요.
보고싶다는 말은 안할래요.
당신이 먼저 보고싶다고 해주면 그때 제 맘을 얘기해 볼게요.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 저의 본업과 아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밀도어린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어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촘촘히 기억의 책과 종이를 꽂을래요.
찢어질까 염려할거 없어요, 종이를 책 사이에, 그리고 적절히. 떠오르면 다시 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