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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Jan 11. 2023

아, 글 쓰기 어렵다!

정체기 속의 외침

한 줄 시를 적어보겠다는 그 오롯한 다짐이 긴 긴 시간에 걸쳐 차오를 적에, 나는 간만에 흘러나오는 이루마의 피아노곡 'Blind Improvisation' 에 집중하게 된다. 정말 간만이다. 음악이야 흘러넘치는 풍요 속의 빈곤에 가려져 출근 시간에도 이어폰을 두드려 일시정지하고 일상의 소음이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냅두는 요즘이다. 그 와중에도 난 음악을 사랑한다. 좋아하는 것보다 센 것 같다. 타인이 좋아하는 정도를 의식하지 않고 '좋아한다' '사랑한다'를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자.


최근에는 글 쓰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는 고속도로에 밀리는 구간처럼 정체기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글을 썼다가, 쓰지 않았다가 왔다갔다한다. 근데 이제는 정말 내가 할 얘기가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성취를 이룬 후가 아닌, 미래를 상상하며 그릴 때 우리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단순히 오랜 시간에 걸쳐 접해왔기 때문에 느껴지는 권태감과 별개로, 내게 남아 있던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흩뿌려낸 탓일까.

 특별한 고민도 없다. 약간의 정신승리 내지는 합리화를 섞은, 그래도 나름 근거있는 긍정. 이대로만 쭉 가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확신을 얻기가 어려웠던 만큼 오래갈 것이다. 흙으로 빚어내고, 무르거나 엎고, 다시 새로 빚어내고, 이제는 맘에 들어서 그대로 두고 굳어간다. 생일날 친구에게 선물받은 고민해결 책도 나에게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파티하는 자리에 들고 가서 재미를 보자는 마음을 안겨줄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러니하게 내용이 없는 글을 쓴다. 이것은 마치 좋아하는 드라마 속에서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야" 라는 대사를 읊고, 소설 속에서 "소설 쓰고 있네!" 라는 농담 섞인 문장을 넣는 것과 같다. 꾸준히 글 쓰는게 어렵지 않다고 설파하던 나지만 사실 나도 그 말을 실천하지 못한 채 내가 물 만난 고기처럼 글을 쓸때를 떠올리며 귀여운 오만을 퍼뜨린다.

     

 

애매한 것은 싫다. 제대로 하고 안할거면 깔끔하게 안하는 삶의 개인적인 통찰을 얻은 후 나는 꽤나 극단적인 사고를 한다. 예를 들면, 말을 하면 지켜야 한다는 강력한 마음 같은 거.


비슷한 예시로 생각을 행동으로 최대한 옮기려고 한다. 그 빈도가 예전보다 많이 올라간 듯 하다. 예전처럼 생각이 많은 것은 변함이 없으나 그것을 의식적으로 중간에 끊고 행동하는 나를 볼때 한 층 성숙해진 나를 느끼는 것 같다.




쓰기 어려웠던 만큼 퇴고를 거치면서 글이 예전처럼 마음에 들진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발행한다. 몇 해 전 스스로에게 내린 계시처럼 나의 글은 지속되어야 한다. 부끄럼 같은 것이 그것을 막는 것은 퍽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까 감내하고 공개하는 거다. 이 정도면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노력하는 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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