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너별 May 07. 2023

Show and prove



Come to the edge.

We might fall.

Come to the edge.

It's too high!

COME TO THE EDGE!

And they came,

and he pushed,


And they flew.

<Christopher Logue - Come to the Edge>



[류시화 시인의 절실함에 관한 고찰]


나는 어느 순간에 절실함을 느꼈을까. 가장 절실했던 순간에는 왜 절실했을까. 


나의 하루하루의 일상으로 강력하게 침투하지 않는다면 절실하지 않다.



1) 취업 준비

- 가장 절실했던 때는 역시 취업준비하고 백수가 되었을 시절이었을 거다. 나답게 살기 위한 발버둥과 몸부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이라는 것은 필수적인 수단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가장 흔하게는 회사라는 소속으로 귀결된다. 내가 절실했던 이유는 역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함이자, 자아실현을 위함이자,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 세가지를 동시에 입증할 수 있는 일, 내 모든걸 걸수밖에 없지않은가.


2) show and prove

  "그 회사엔 비전이 있는거냐"고 친척들 모임에서 어머니로부터 나온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 살아온 세상이 지나치게 다름으로 인한 몰이해, 그것들이 비빔밥처럼 뒤섞였다. 무뎌지고 삶의 고난에 익을 대로 익은 20대 후반이었지만 너무도 아팠다. 인생에 있어서 큰 상처는 대부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온다. 그건 사랑과 기대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떤 사람이 뜬금없이 욕을 해도 화가 나겠지만 내 삶을 좀먹지는 않는다. 해프닝으로 끝나니까. 하지만 떨쳐낼수 없는 내 근처의 부정적인 것들은 나를 갉아먹기에 눈이 부시고 뼈가 아프도록 시리다. 나는 그 말에 "그동안 키워줘서 감사하고, 엄마는 내 인생의 걸림돌이야." 라는 말로 돌아가는 차 안의 아빠, 형들을 모두 침묵시켰다.

 그리고 곧 떠난 친구들과의 계곡 여행. 이 얘기를 꺼내니 친구들이 해주는 현실적인 조언은 다름아닌 show and prove였다. 

차안에서 흘러나오는 래퍼 "창모"의 노래. 버클리음대를 합격했지만 학비 문제로 입학을 포기한 그는, 스스로 프로듀싱이 가능하며, 비트도 찍고, 훅도 만들고, 랩도 하고, 연주도 하고, 간단한 믹싱까지 혼자서 해치우는 엄청난 능력자다. 음악 퀄리티와 대중적인 인기는 말할것도 없다. 그는 그의 실력을 보여주고 증명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슬램덩크의 서태웅은 북산(농구팀)의 에이스다. 내가 슬램덩크에서 그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실력으로 입증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나는 천재야" 를 외치며 유쾌한 카리스마를 가진 강백호도,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도 너무도 매력적이지만 말없이 그저 코트 위에서 퍼포먼스로 입증하는 그의 모습에 외모보다 더 멋짐을 느꼈더랬다. 


나에게 필요한 건 show and prove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내가 이 정도 연봉을 받고 이 정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그 이외의 것도 알아서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어 입을 꾹 닫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러한 방향으로의 절실함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열심히 노력했다. 예민하고 눈치 많이 보는 성격인 내가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듣는 거 보면, 자신감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갖고 있는 것 이상의 노력을 했던 것이라 나를 다시 한 번 위로한다. 



하지만 난 절실함을 최근에 잃었다. 신입으로 회사생활을 하며 지난 1년간, 우울감을 씻어내고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회사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이정도 삶도 충분하다고, 안분지족하면서 살자고 외치고 다녔었다. 그러다 보니 편안해지기는 했다. 나의 정신건강에도 이로웠다. 회사일을 열심히 하고 회사를 사랑하는 내 모습이 좋았고 지금도 좋다. 하지만 절실함을 잃은 내 모습이 나를 자꾸만 안주하게 했다.



결국,

나는 오늘 유튜브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확신을 얻고 싶고, 더 큰 차원의 절실함의 원동력은 뭔지 자문을 구하고 싶었다. 

반겨 주며 친절한 답변으로부터 얻은 결론은 아래 두가지다.


[절실함은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온다] 

그녀는 "어느 회사에 가도 난 불행할거야"라는 확신이 있었고, 좁은 선택지가 본인 사업을 할수밖에 없게 했다고 했다. 


[미니멀하게 살자]

옷을 사고, 차를 사고, 술을 마시고, 뭐가 중요한가 대체. 소비를 최소화하고 생산을 하자. 눈을 뜨면 나에게 필요한 일들을 하면 된다. 거기에 여행 하나만 남겨놓자. 


그렇다면 나에게 찾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은 무얼까? 나에겐 지금 부정적인 감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날 절실하게 하고 내 삶을 바꾸게 한다. 나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볼까나. 그렇게 해서까지 나답게  사는게 중요하다 싶으면 답은 YES다. 이유는, 회사 외적으로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도 있다.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예전에 잠시 멈춰두었던 것들을 살려내 보기로 한다. 그간은 멘탈은 또 약해서 주변의 인정을 갈구했다. 영향도 많이 받고, 평범하게 살아야 공감받기도 손쉽고 인생이 한결 편해지는가를 심각하게 느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사는게 중요하다 싶으면 답은 YES다.



가장 어리석었던 것은

가장 멍청한 건 안될 이유를 찾았던 것. 

인간관계에서 애쓰지 않는 거랑,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소한의 결론을 내는 거랑은 차이가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합리화했던 것.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그 곳만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보자. 다시 살자. 


그리고 잊지말자. 남들과 다른 삶이라는 건, 남들보다 별로인 게 아니라 기본은 갖추면서 차별화되는 특별함을 지니는 거다. 박찬욱감독의 영화나 유투버 과나처럼. 그런데 또 그들처럼 엄청날 필요도 없다. 1등일 필요도 없다. 꾸준히 그 길을 가고, 계속 그걸 하면 된다. 


[결론은]


1. 절대, 절대 시간낭비하지 않는다. 

2. 부정적인 감정이 필요하다. 그건 곧 배수의 진으로 변모하여 절실함이 된다. 깊은 곳에서 나의 생각과 소신을 굳혀보자. 점점 더 섞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갈 거다. 내가 굳이 이런 얘기를 나누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며, 위화감이 쌓일 때 비로소 나는 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랜만이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