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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May 10. 2023

승천하자, 텁텁함으로부터

좁고 평탄한 하늘길을 걷다

모퉁이를 만나

몸을 좌우로 펼쳐

비포장된 먹구름덩이 그득한

험한 길에 다다랐다.


텁텁함.

꺼끌꺼끌한 감상이 담긴 매서움과

초심의 뿌리의 펄럭임은

나를 자꾸만 성층권으로 인도했다 


메스껍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듯

그저 "움직인다"는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하,

산소가 희박하다.

그렇지만 구름을 만날 걱정이 없다


추울 줄 알았는데, 꽤 시원한 것 같다. 

재미 없을 줄 알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다.

약간은 후회할 줄 알았는데, 와 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조금 더 올라가 볼까.


중간권.

열권.

차디찬 용솟음은 또한 마음에로 향했다. 


아, 점점 더 속이 아파 오네.


따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뜨겁다.

더 재밌을 줄 알았는데, 고통의 감각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후회할 거라 믿었다. 예상대로 후회했다.


그냥



다시 


구름길로 가자


먹구름만 아니면 구름도 나름 괜찮아

평탄한 길이 보이면 그쪽 위주로 가면 되고


구름 밑은 그늘져서 어둡다. 


마침내 햇볕이 나를 시원하게 적실때


나는 사진을 찍듯이 그 순간을 의식하여

푸른 어깨를 쫘악 펴고 

첫만남의 설렘처럼

아껴 두었던 미소를 꺼내 든다.


찰칵!

나는 텁텁함으로부터 승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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