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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Jul 07. 2023

Humming Letter To You #2

여름처럼 울고 웃는 당신을,

한 뼘 한 뼘

나만의 나이테를 어림잡아 재어 봅니다.



시간은 너무도 빨리 우리 곁을 만지고 가니까,


나는 왠지 오늘 그 한 겹 한 겹 쌓이어진

동심원의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어루만지며

필사하듯 그 위를 그려내어보고픈 심정입니다.




삶은 왜 이리도 덧없을까요.



왜, 어떤 이유로

그 무엇도 나의 가슴을

욕조 속에 뉘여진 체온의 형상을 감싸는 따뜻한 물처럼

가득 채워주지 못하는 걸까요.


누군가를 가득 안아본 지가 꽤나 오래되어서일까요.

좋아한다고 눈치보지 않고 소리쳐본 적이 없어서일까요.

나이들어도 한결같음으로 나를 대해주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선사하려 노력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비친 미안함일까요.





아주 가끔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높이에 찾아오는 볕 한 줌 처럼


애닳고 눈부시면서도, 파르라니 비추는 여름 풍경과 퍽 어울리는


그런 따뜻함에 목마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샤워를 마친 한 폭의 수채화가


자욱히 산재한 미움을 켜켜이 쏟아 내고


쏟아내어진 물기를 톡톡 두드리듯 닦아 내면


나의 그림은 그리움으로 한 발자욱 탈바꿈합니다.





그 마음이 커지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마음껏 아파하세요,


다시 나타날 사랑의 시절이라 안도하며

미소와 우수를 게을리하지 마세요.


여름처럼 울고 웃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늘도 쓰여지는 숭숭한 이 글의 이유는 당신임을 깨닫는

오늘을 닳도록 추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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