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눈 앞이자
추억의 끝에는
당신이 있습니다.
미래를 그리며
지금의 나는
일 년 후의 당신께,
당신은
일년 후의 나에게
흘려 보냅니다.
삼키지 않아야 미어지지 않고,
내키지 않아도 함께 해보는것.
펜을 쥔 그런 어여쁨 안의 그대가
내 눈속을 비춥니다
바라보고 싶었지만
애써 고개를 돌렸던 지난 날을 거쳐
새어들어오는 의심과 불안을
빈틈없이 퍼지는 시간 속의 행복처럼
담백하게, 또 오롯이 이겨내었을 때
나는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지금 내 눈앞에는
당신이 없지만
그토록 바라왔던
닳도록 그리웁던
당신의 잔상이
저의 머릿속을 연기처럼 메여 옵니다.
목이 메여 옵니다.
지우고 지우려 애를 쓰던 당신의 흔적에
저는 그저
연필로 쓴 줄만 알았습니다.
연필로 쓴 거라 믿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필꽂이 바닥에 웅크려 있던
오래되고 지저분한 지우개로도
강하게 문지르면 지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날 아침이 오면
도망갈 이 흙빛 마음에
나는 오늘
색깔도 모르고 지워지지 않을 이름 모를 펜으로
참아왔던 미움과 환희를 터뜨리듯
휘갈김으로 덮어버린 당신의 흔적으로
당신에 대한 추억의 끝을 마무리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