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시인이 될 거야.
첫마디를 뗀
아이의 두 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단 한순간도,
아픔을 겪지 않았던 것처럼
부드러운 돌진에
당황한 어른의 입꼬리
할 수 있다
응원한다는 말 대신
우러나오는
우려 섞인 말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갑구나,
너의 세계의 붕괴.
옳다구나,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게 된
거울 속의 너.
그날의 미소는
나의 바다를 물들였고
그날의 눈빛은
밤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그날의 시는,
야트막한 흙두덩 사이에
잠시 묻어 두었다.
그 누가
밟거나
훼손할까,
맘 졸이며
보이지 않게.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너무 깊게 묻지는 않았다.
이따금씩 보여줄 거다,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
항해하는 돛.
믿음의 실을 타고 건네는
어여쁜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