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너별 Jan 31. 2021

별(別), 편지#22

원과 각도와 점과 우주

허블 법칙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는 속도가 지구로부터 거리에 비례한다는 천체 관측 법칙이다. 이 법칙은 약 10 년간의 관측 끝에 1929년 허블(E. Hubble, 1889-1953)과 휴메이슨(M. L. Humason, 1891-1972)이 발표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블 법칙 [Hubble's law] (물리학백과)









최근에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심리적으로 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한 친구는 이미 지방에서 살고 있고,

한 친구는 지방으로 인턴 발령을 받게 되었어.


점점 더 볼 수 있는 날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곳에 모여 있던 우리.


그것들은

하나하나의 점.





우린 모두

동심원에서 출발했었지.


옆을 보았을 때는


체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웠어.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 있다고 해도

무방했어.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너와 내가 이루는 각도는

예리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점점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는 멀어졌어.



예리한 그 각도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거리는 많이 벌어져 있었어,



사실은 모든 값이 변하고 있었지.


중심 너머로 이동해버려서


바라보기조차 힘든


아득히 멀어진


점들.






우리는 정말

남들과 다르고

선택받은 존재이며

특별하다고 믿었는데,


결국엔 다 이렇게 될 거라 생각하니 좀 슬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여 커지는


후퇴 속도처럼


더욱더 멀어질 테지만,



우리가 하나로 모여

일차원을 이루고 있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과 향수

그 하나로 

충분해



그것이


우주 공간 곳곳이

퍼져 있는


빛나는 것들을


잠시나마

한데 모아줄 거야.





그리고


그때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함을,


흐릿해져 갈 이 빛들의 내일을,


자각하게 될 거야.



그리고,




많이 그리울 거야.






복잡한 세상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우리네 삶의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것 


모두 알고 있으니까



멀어져 있는 그 점에


다소 희미해져 버린 반짝임에


너무 슬퍼 말자.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이만 줄일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평소처럼

늘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나를 다시 만날 너에게.



작가의 이전글 엄마, 난 시인이 될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