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과 각도와 점과 우주
허블 법칙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는 속도가 지구로부터 거리에 비례한다는 천체 관측 법칙이다. 이 법칙은 약 10 년간의 관측 끝에 1929년 허블(E. Hubble, 1889-1953)과 휴메이슨(M. L. Humason, 1891-1972)이 발표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블 법칙 [Hubble's law] (물리학백과)
최근에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심리적으로 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한 친구는 이미 지방에서 살고 있고,
한 친구는 지방으로 인턴 발령을 받게 되었어.
점점 더 볼 수 있는 날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곳에 모여 있던 우리.
그것들은
하나하나의 점.
우린 모두
동심원에서 출발했었지.
옆을 보았을 때는
체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웠어.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 있다고 해도
무방했어.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너와 내가 이루는 각도는
예리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점점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는 멀어졌어.
예리한 그 각도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거리는 많이 벌어져 있었어,
사실은 모든 값이 변하고 있었지.
중심 너머로 이동해버려서
바라보기조차 힘든
아득히 멀어진
점들.
우리는 정말
남들과 다르고
선택받은 존재이며
특별하다고 믿었는데,
결국엔 다 이렇게 될 거라 생각하니 좀 슬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여 커지는
후퇴 속도처럼
더욱더 멀어질 테지만,
우리가 하나로 모여
일차원을 이루고 있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과 향수
그 하나로
충분해
그것이
우주 공간 곳곳이
퍼져 있는
빛나는 것들을
잠시나마
한데 모아줄 거야.
그리고
그때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함을,
흐릿해져 갈 이 빛들의 내일을,
자각하게 될 거야.
그리고,
많이 그리울 거야.
복잡한 세상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우리네 삶의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것
모두 알고 있으니까
멀어져 있는 그 점에
다소 희미해져 버린 반짝임에
너무 슬퍼 말자.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이만 줄일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평소처럼
늘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나를 다시 만날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