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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Feb 03. 2021

눈빛의 탄생


어깨를 기꺼이 내어 준


그이와



10초만이라도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바라보기.



입이 아닌


눈으로 하는 말에


귀가 아닌


마음을 기울이기.






그러다


서로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 보기.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너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쪼개어


한 글자를


한 획 한 획으로 나누어


한 획이


무수한 점이 될 때까지.



그 무엇보다 빈틈없이


품에 안고


그것은


나의 살과 피부에 녹아든다.




추울 때는


체온을 건네고


입김을 불어 주기.



따가운 볕을


자주 보여주지 않기.



언젠가 뜯겨 나갈지라도


상관없다



다시 한번,


서로의 손을 잡고


바라보기.



그러다,


서로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 보기.





그 순간


맞잡은 두 손으로


흐른다.




기꺼이


서로를


풀어헤치고


품어 줄


생동하는 기운



그러자,


슬픔과 기쁨의 순간을


기꺼이 껴안았던


눈과,



마음의 방 한 켠


오래된 어둠 속 솟아난


빛은,



너의 환하고 투명한


눈빛을


세상 밖으로 인도해 줌에


단 한줄기로


충분했다








그날부터


눈빛은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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