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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Jul 11. 2021

40일 도파민 챌린지와 200km 러닝의 기록

매일 5km를 달리고 수많은 욕구를 자제하며 느낀 점

0. Intro

 나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도전을 해 왔다. 도전이랄 게 사실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지만, 나는 그게 절대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기지개를 켜 보고, 안 쓰던 일기를 시작해 보고,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데에 익숙한 내가 새로운 공원을 혼자 탐험하다 벤치에 앉아 여유로운 하루를 느껴보는 것. 어제의 스스로와 달라지려는 마음가짐으로 사소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그 모든 시도의 조각들이 도전인 것이다. 사실 그 도전이라는 것은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을수록 실천하기가 힘들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판타지나 스릴러 영화에서 보던 서서히 좁아지는 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굳게 닫혀버릴 것만 같은 그런 문.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지만 매우 낮다. 다행히 나는 아직 꽤 열려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런 글도 쓰고 있지 않는가 싶다.

 서론이 길었지만, 오늘 이 글에서 그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진행한 하나의 챌린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어느 날 유튜브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자기 계발에 관한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40일 도파민 챌린지'라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도파민 디톡스', '도파민 금식' 등과 같은 용어로 혼용되는 그 개념은 도파민 범벅인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퇴사를 앞두고 망가질 것만 같았던 나의 삶을 보호하고 싶었고,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고, 원하는 것을 조금 더 이루고 싶었다. 그게 영감을 얻고, 공감을 하고, 와닿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유튜브 영상 및 시작하게 된 자세한 계기, 

40일간 일기처럼 매일매일 느낀 점을 쌓아 놓은 기록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1. 챌린지 구상


어쨌든 나 나름대로 금식을 진행할 항목들을 지정하였다. 



- 가공된 지방(과자)
- 정제 설탕(초콜릿이나 사탕)
- 탄산음료
- 쇼핑
- 술
- 성적 자극
- 흥미성 영상 시청
-  과식
-  하루에 정해진 시간 외에 3번 이상 이메일이나 소셜 메시지 확인하기
-  5km 걷기 또는 달리기 진행

**애초에 하지 않던 게임, 니코틴, 카페인 등은 제외하고
 스스로만의 기준으로 10가지 항목을 재설정 후 각 항목 달성 여부 체크
 성취도 80%를 목표로 챌린지 진행  


사실 이것들을 40일간 모두 자제할 수 있을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의식하고 노력하는 그 자세, 그리고 나의 한계 영역을 자꾸만 건드려보고 싶은 요상한 마음이었다. 

여기에 매일 5km를 달리는 과정을 추가하였다. 이런 강제성 없이 집에만 있으면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항목 별 회고


시간순으로는 블로그에 기록했으니, 항목 순으로 40일( 중간에 일주일 정도 쉬는 타임이 있었으니 엄밀히 따지만 50일)의 기록을 회고해 본다.


1) 가공된 지방

 과자나 라면을 안 먹는 것으로 기준을 잡았다. 과자를 안 먹는 건 습관이 되어 있어서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 라면이 너무 당겼다. 그래서 3~4일은 참는데 실패하고 먹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도파민 챌린지에서 그리 메이저한 항목은 아니었다.


2) 정제 설탕(초콜릿 및 사탕)

 개인적으로 가장 자제하기 쉬운 항목이었다. 먹을까 말까 고민할 일 없이 그냥 쭉 안 먹었다.


3) 탄산음료

 이 또한 안 먹어 버릇해서, 자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4) 쇼핑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일이 있어 한 5일 정도 온라인 쇼핑, 1일 정도 매장에 방문하여 쇼핑을 했던 것 같다.


5) 술

 술을 왜 마시는지에 대하여 상당히 깊게 고찰해 본 바, 많은 단점들을 커버할 만큼의 장점에 대해 절대 공감하지 않고 있기에 자제가 수월한 편이었다. 40일간 3일 정도 맥주나 와인을 입에 댔다.


6) 성적 자극

 완벽하지는 못했으나 생각보다 자제하기 수월했다.  술과 유사한 수준으로 통제했던 것 같다.


7) 흥미성 영상 시청

 다들 예상했겠지만, 이것은 며칠 오래가지 못했다. 한 10일 차 때쯤에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것 같다.


8) 과식

 본능적으로 많이 먹게 되는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보며 모든 먹는 양을 줄였다. 이 또한 굉장히 수월했다. 30일 차 접어들며 몸에 힘이 없어 많이 힘들었지만 식욕을 참는 그 자체로 힘들지는 않았다.


9) 하루에 정해진 시간 외에 3번 이상 이메일이나 소셜 메시지 확인하기

 유튜브 영상에 있어서 넣은 항목이다. 가장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또한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내 의지와 달리 카카오톡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었고 마우스는 나도 모르게 메일 알림을 확인하고 있었다.


결국 이는 집중력과 업무수행능력과 연결되는 항목인데, Cal Newport의 Deep Work라는 책을 추천한다. 복잡한 세상에서의 '집중'에 관한 고찰이 담긴 명저 중 명저이다.


10) 매일 5km 러닝


챌린지 도중 4일 정도 휴식, 그리고 챌린지 자체를 수술로 인해 일시 중지했던 1주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달렸다. 초반에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공복에 달리려 매일 아침 8시에 달리기 루틴을 잡았다. 이는 말보다는 기록으로 인증하겠다.

모아 놓으니 40일이 좀 넘는 것 같긴 하다



3. 얻게 된 것 및 기타 느낀 점


1) 4~5kg 감량


 나는 그동안 음식을 많이 안 먹고 운동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근력운동은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쳐도, 달리기는 공복에 하면 더 몸이 가볍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굉장한 오산이었다. 가면 갈수록 무거워지는 몸에 러닝 페이스가 점점 떨어졌다. 그게 덜먹어서 그런지 깨닫지 못하고 중간중간 휴식만 취했다. 앞으로는 달리기 할 때 좀 더 먹고 소화시키고 해야 훨씬 활기찬 러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그 과정은 나에게 체중감량의 효과를 주었다. 원래 목적 중에 살 빼는 건 없었는데, 과식 안 하고 술 안 먹고 매일 달리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이로서 다이어트가 얼마나 사람 기운을 쪽 빼놓고 힘들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이 먹고 살이 찌는 일은 없지 싶다. 


2) 자연적 자극의 재인식


 챌린지 10일 차에 접어들었던 어느 날, 공원 수풀을 바라봤는데 뭔가 더 선명하고 푸르게 나의 시야에 담기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다. 


3) 나는 얼마나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야 할까? 에 대한 기준을 얻었다


 욕구라는 것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 우리는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갈구하게 된다. 일례로, 음악을 들을 때도 계속 듣던 음악은 질리고 한 곡을 골라도 진짜 듣고 싶은 곡으로 신중하게 선정하는 습관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본다. 왜? 더 새롭고 자극적인 게 끌리는 법이니까. 그건 본능이다.

 

휴대폰을 열고 버튼을 누르면 방구석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엄지손가락 하나만 두뇌로부터 전기적 신호를 보내면 된다. 어찌 보면 무섭지 않은가? 우리는 망가지려면 한없이 망가질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자가 그걸 깨달았으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이제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든, 영상을 보든 모두 하지 않을 것이냐?' 하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나도 그냥 수많은 군중 속 한낱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대해 확실히 경계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욕구를 자제한다는 것은, 맞닥뜨린 순간의 충동을 참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멘토에게 쓴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깨달음을 얻고 '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열심히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야겠다' 하고 깨닫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면 책상 옆에는 침대와 휴대폰이 있다.  

순간순간의 선택지는 편한 길과 불편한 길, 좋은 길과 옳은 길로 크게는 분류된다. 엄지손가락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끽할 것인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이성적 통제를 진행할 것인가. 그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한 번의 어마어마한 결심의 강도가 아니라,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찰나의 판단력의 빈도인 것이다. 나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 나 스스로에게 저런 상을 줄 만큼 노력하고 치열했는지. 그렇지 않으면 보상 체계는 망가지고 본능적인 이끌림에만 의존하게 되고,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이다.


 도파민 챌린지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자제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저 10가지 리스트를 보라, 저것들 없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 단호히 말하지만 불가능하다. 문명과 단절하고 산속에 들어가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욕구는 충족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게 인간이다.

 

 결국 나는 이 40일간의 기록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과하지 않고 '적절히' 나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보상 체계를 가동하도록 환경 설정을 해 놓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것을 억제하기에는 나는 한 마리의 나약한 자아이며, 도파민만 좇기에는 삶이 아깝고 인간은 존엄하다. 




4. 글을 마치며

 멋있다는 말을 들으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삶에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그간 해왔던 별난 실험들과 함께 앞으로의 삶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 너무 무리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도전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챌린지가 끝나고 많은 지속 가능한 것들을 얻었다. 달리기는 평생을 지속할 두뇌 청소 및 휴식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힘닿는 데까지 갈구할 것이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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