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뜨거운물 찬물 Sep 14. 2021

야생마 조련사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를 조련하는 '베테랑' 훈련사

나는 두 딸의 아빠다.

입버릇처럼 두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눈을 맞춘다.

어느덧 첫째가 10살이 됐다. 둘째도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간다.


초보 아빠였던 나는

산부인과 초음파실에서 '쿵쾅쿵쾅' 심장 소리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고, 매일 똥 기저귀를 빨았다.

애기가 설사라도 하면 찍어 먹어보기도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내 눈에는 윤솔이가 옹알이하며 배밀이 하는 '갓난아이'로 보였다.


며칠 전 담배를 피우러 몰래 밖에 나갔다가 라이터를 두고 와서 다시 1층 현관문으로 들어가는데 두 딸이 나에게 뛰어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빠 담배 폈지? 폐가 까매져서 죽고 싶어? 우리랑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지 않아?"


그녀들은 서로 목소리를 높여가며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고, 네 개의 눈동자에는 물방울이 글썽거렸다.


"아니야, 전화하러 나왔어"라고 횡설수설하며 나는 황급히 도망을 쳤다.


얼마 후, 문자 알림 소리가 들렸다.

약속을 안 지키는 아빠한테 실망했고, 아빠한테 기타도 안 배울 거며, 용돈도 필요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쏜살같이 "후덜덜"하며, "미안해! 노력할게"라고 답장을 보냈다.

바보같이 라이터를 두고 와서 애들한테 딱! 걸린 스스로를 탓하며, "어떻게 달래지?"를 고민하다가 다시 문자를 봤다.


아빠, 경찰한테 자백해서 잡혀가는 건 경찰한테 걸려서 잡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현명한 선택이야, 좋은 선택하길 바래.


눈을 찡그리고 다시 그 문장을 봤고, 머리가 '댕~'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에는 미안했다.

그런데 그 문장에서 상대방 스스로가 반성하고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베테랑 '조련사'가 보였다.

회유와 협박이 공존하며 상대방에게 공을 던지는 절대 고수 '쿵푸 허슬'의 주성치도 겹쳤다.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안방에 있는 아내에게 가서 문자를 보여줬다.


"10살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며칠이 지나 핸드폰에 있는 브런치 어플을 눌렀다.

2년 넘게 까맣게 잊고 있던 '뜨거운물 찬물'의 글들을 봤다.

딸 아이의 문자 '망치'가 뜨거운물 찬물의 찻잔에 한 방울 떨어진 것.


다시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작가의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쓰다가 만 <오케이 벨나이스>2부를 열었다.

플롯을 다시 짜고, 그림, 영상 링크를 대략 잡고 저장을 했다. 핸드폰으로 편집하려니 힘들었으나 집에는 노트북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아서 PC로 브런치를 열었는데, 임시 저장인 줄 알았던 <오케이 벨나이스>2부가 발행이 된 것을 봤다. 너무 큰 실수라서 정신없이 삭제 버튼을 누르려고 이리저리 마우스 커서를 옮겼다.

내 브런치는 구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조회 수 '8'뿐이었지만 십 년 감수한 기분이었다.


오늘의 교훈은


"브런치 글쓰기는 PC로 해야 하고, 클릭 한 번을 할 때도 아주 아주 신중해야 한다"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자"이다.

작가의 이전글 Go 대한민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