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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거운물 찬물 Aug 15. 2019

상권 변화…‘경기’인가, ‘트렌드’인가?

 대립(對) 아닌 잇다(代)

“요즘에 누가 청담동 가나요. 대림 차이나타운이 핫해요.”
“동대문도 한물갔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하잖아요.”
“요즘 뜨는 OO동에서 푸드트럭 창업하는 게 꿈이에요.”



◆ ~리단길 지고 '가리베가스' 뜬다



명동, 광화문, 용산, 강남역 등 서울의 주요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2018년 4분기 논현역 공실률은 전년 대비 1.7%에서 18.9%, 이태원은 11.8%에서 21.6%, 신촌은 7.2%에서 10.8%, 청담은 3.4%에서 11.2%로 각각 상승했다. 비어 있는 상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강남대로나 명동도 상황은 좋지 않다. 임대문의 광고가 여기저기 눈에 띄며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건 가게도 많이 보인다. 강남대로의 경우 임대료가 높아 평촌, 판교 쪽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회사가 늘어났다. 명동은 관광객이 줄면서 ‘관광지 상권’의 힘을 잃었고, 심지어 깔세(보증금 없이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임대차계약)도 등장했다. 대형 의류 브랜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유명해진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리단길을 포함한 이태원 상권은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다. 경리단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썰렁해진 모습이다. 비어있는 1층 상가도 많이 보이고 개성 강한 가게들이 모여 있던 거리는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채워졌다.


이른바 ‘~리단길’로 불리는 경리단길, 망리단길은 물론 샤로수길, 연트럴파크, 성수역 까페거리 등의 신흥 상권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근본적인 구조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반짝 뜨고 지는 유행가가 될 수 있다. 결국 이곳에서 저곳으로 신흥 시장이 옮겨가기만 할 뿐 신규 가게들이 모이는 대체지는 어디든 만들 수 있고, 꼭 경리단길을 가야 하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권의 하락은 경기침체, 인건비의 증가, 소득주도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것일까? 아니며 오히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한 상권 패러다임의 변화일까?




◆ '을  을' 프레임… 은 만세를 부른다



상권은 우리의 삶과 뗄 수 없고 생명체와 같아서, 태어나고 자라고 성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안타까운 사고로 이른 나이에 돌아갈 순 있지만 대부분은 수명을 다한다.


지난해부터  보수 언론은 연일 ‘문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이 불쌍한 서민을 망하게 한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편의점 사장이 아르바이트비를 견디지 못해 하루 15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200만원을 못 벌고 결국 문을 닫았다는 소재로 기사를 썼다. 심지어 어떤 자영업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오보 아닌 오보를 내보냈다.


△편의점 사장 對 알바생 △소공장 사장  노동자 △아파트대표  경비원이 대립하는 프레임을 짰고, 그 모든 원인을 무능한 정부의 어설픈 소득주도 성장에 뒀다.


"프레임"을 바꿔보자. 


편의점 사장  代 프랜차이즈 본사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현대자동차….


그들은 ‘을 대 을’의 싸움이 정부 때문에 일어났다고 몰아가고, 또 을들은 정부가 무능하다고 비난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갑들은 웃으며 만세를 부른다.


지금의 서울 상권에 청진기를 대보자.

지난달 집계된 감정원 서울 상가 자료는 기존 상권의 지역별 공실률이 일방적으로 하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해당 지역의 입지적 환경 변화, 중국인 관광객 감소, 정치적 요인 등 개별적으로 등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권리금, 월세로 인한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명동을 죽이고 있다. 보수 언론들이 말하는 문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을 죽이고 나아가 기존 상권마저 붕괴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 서울 평균 공실률이 2013년 6.0%에서 2018년 7.2%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소형 상가는 2015년 3.7%에서 2018년 3.1%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아이디어 소호창업에 적합한 소형 상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취업난도 소형 상가 공실률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샤로수길’로 유명해진 서울대입구의 공실률은 2017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0%’에 가깝고 동북권의 핫플레이스 수유는 11.1%에서 1.8%으로 떨어졌으며 교통 중심지로 규모가 확장된 왕십리는 8.7%에서 5.8%로 하락했다. 특히 대림역 차이나타운의 임대료는 강남 수준으로 상승했다.


10년 전만 해도 커다란 매장, 역세권의 좋은 입지, 막강한 홍보력을 무기로 삼은 대형 상점들이 상권을 주름잡았었다. 하지만 획일화된 상품보다 개성이나 개인 맞춤을 중시하는 문화가 번지면서 작은 매장,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는 위치, SNS 입소문을 통한 홍보력을 가진 소형 상점들이 속속 등장했다.


(... ing)

대림역 차이나타운 인근 가리봉 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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