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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거운물 찬물 Dec 03. 2021

<옥케이, 벨라이스>14부 수랏간

개인의 서사로 우리의 삶을 비추다

“아부지는 언제 한번 제 얘기를 들었나요?“    

 

”아부지, 이제 제발 좀 그만하시오.“

    

"이런 쌍 노무 시끼가!"…, 퍽!…,퍽.


난생처음으로 아부지에게 행님이 대들었다. 아부지는 아령을 들었고 둘은 서로 뒤엉켜 나뒹굴었다. 형은 코피가 났고 우리 집 큰방은 너저분한 살림과 피로 뒤범벅이 됐다.  

   

그날 이후로 행님은 집에 들오지 않았다. 약 1달이 지나자 아부지가 LG전자에 전화했다. 다행히 회사에는 출근한 모양이다. 형은 27살에 LG전자 입사부터 해외지원팀으로 발탁돼 1년에 한 달도 채 집에 있지 않았다.


‘오대양 육대주’를 돌았고 그 중의 가장 오랜 기간 머무른 곳이 독일의 뒤셀도르프였다. 그곳에서 계획에 없던 결혼도 했다. 오랜 시험관 시술 끝에 '한나'라는 보물을 한국에서 얻었다. 행님과 한나 엄마 모두 외국 생활을 오래해 향수병에 걸렸고 행님이 46세 쯤 영구 귀국했다. 서울에 있으니 아부지와 마주칠 일이 많아졌고 참아 왔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어느 날 행님에게 전화가 왔다.   

   

”LG트윈타워에 한정식집을 싼값에 입점할 수 있는데 관심이 있냐?“     


”일단 얘기는 들어보죠.“     


저녁 자리에 해권, 우진, 미혜, 박정근이 모였다.


박정근은 본인이 해권 형님의 1년 후배이며 매우 친하고, 지금은 브라질을 맡고 있다고 했다. "LG트윈타워에 닿는 선이 있어서 권리금 없이 한정식 집을 할 수 있고, 이미 이런 가게를 2~3군데 운영하고 있다“며 "가게 운영은 간단하고 수금만 카드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와 미혜는 당황스럽고, 의심스러웠다.      


”식당이 수금만 하면 된다고?“
 

”한정식 집이 매우 크고, 월세가 900만 원인데?“     


박정근은 장사 초짜의 냄새를 심하게 풍겼다. 역시나 다를까! 초창기 약속한 인테리어 비용 등이 계속 올라갔다.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박정근은 신용 불량자임이 자명했다.      


자리를 파하고 행님에게 뭔가 이상하니까 그만 멈추라고 했지만, 행님은 이미 들어간 돈이 많아 우리말을 듣지 않았다.      


몇 주일이 지나자 형이 동명파레스에 앉아있었다. 자신의 LGCNS 주식을 담보?로 엄마에게 집 대출을 요구하고 있었다. 장남이어서였을까? 엄마는 선 듯 인감도장을 내주었다.         

      


#풍비박산     

     

예상대로 장사는 엉망이었고, 가계는 월세를 못 내 보증금을 까먹고 있었다. 결국 파산하고 동명파레스에도 근저당이 들어올 상황이 됐다.   

   

가족회의가 열렸다.      


”내가 3~4년 바짝 일하면 1억2천만 원은 금방 갚는다. 우진이가 동방파레스로 들어와서 살고 오빠가 우진이네서 살면 된다.      


“뭐?”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1년에 4천만 원을 모아서 갚는다는 것도 무모하지만 우리 집을 행님한테 주고 들어오라구?”     


“이 사태의 원인은 행님인데, 들어가려면 행님 보증금을 빼서 동명파레스에 들어가야지. 참 나 어이가 없다.”   

  

“야~ 시끄러워, 너네도 별수 없는 것들이야.~~!!”     


인영이 누나가 역정을 냈다.      


미혜는 부들부들 떨었고. 나는 헛웃음만 났다.“     


나는 아내에게 인영이 누나의 경제개념은 20대 초반의 거의 환자 수준이니까 우리가 참자고 했다. 얼마 후 아내가 인영 누나를 독대했는데 본인이 여러 사람 앞에서 했던 말도 기억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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