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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거운물 찬물 Dec 07. 2021

<옥케이,벨라이스>15부 귀향_최종회

개인의 서사로 우리의 삶을 비추다

#엄마의 손꾸락    


동명파레스를 팔고 다섯 식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엄마의 무릎 수술과 소원이었던 ”엄지손가락 수술“ 얘기가 나왔다. 손가락 수술은 의외로 대수술이었다.


오그라든 엄지를 펴고 벌어진 뼈 사이 살점을 이식해야겠다. 그리고 2주간 움직이지 못하고 똥오줌을 받아내야 했다.


“80세 노인이 새로 시집갈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렇게 아프고 위험한 수술을 하냐“고 식구들이 반대했다.

      

내가 엄마에게 물어봤다.     

 

‘수술하다가 죽을 수도 있소.”     


“그래도 할라요?”      


“참말로 죽을 수도 있는데 할라요?”     


“….….….….….….”     


“수술하다 죽더라도 꼭 하고 싶다.“    

 

엄마의 대답에 나는 형제들의 동의 없이 수술을 감행했다.   

   

간병인까지 상당한 병원비가 나왔고, 전부 내가 냈다.      


형제들은 나에게 화를 냈다.      


”왜 네 맘대로 하냐?“     


나는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느그들이 엄마의 맘을 알어?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자 소녀야. 엄마의 오른쪽 엄지 손꾸락은 엄마의 한(恨)이야. 딴소리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어.“

          

엄마는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손가락 수술은 성공리에 마무리됐고 다행히 회복도 빨랐다.     


      

# 청산도 집     


결국 동명파레스를 팔았다. 먼저 우리 집을 팔아 근저당을 막아서, 급하게, 헐값에 팔지 않았다. 엄마는 인영이 누나랑 둘이 서울에서 살기 싫다고 하시며 청산도에 내려가고 싶어 하셨다.     


인영이 누나 전셋집을 마련해 주고. 남은 돈으로 청산도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갓 난 둘째를 데리고 7~8번 청산도에 내려갔다. 풍랑주의보가 발령돼 완도, 목포에서 잔 날도 많았다. 우리가 본 집들은 다들 예전 집들이었고 엄마는 마음이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칠데 없는 양옥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날도 주의보 때문에 막배를 타고 저녁 7시 30분에 청산도 들어갔는데 이미 어두웠다.      


밤 8시경 집을 봤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튼튼한 집임을 알 수 있었다. ‘거상 김영임’ 씨는 본 지 5분도 안 돼.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그 집은 1억2,500만 원에 나왔는데 그것도 사실 청산도 집으로는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 사고 싶어 해서 1억3,000만 원을 준다고 했는데 집주인은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딱 이틀을 고민하다가 1억4,000만 원을 제시했고 계약은 성사됐다.


엄마는 ”내 집이 되려면 좀 더 주고 사도 된다“며 좋아하셨다.      


나와 아내도 엄마가 좋아하시니까 덩달아 좋았다.     

 

집 명의는 홀로, 아무도 없는 인영이 누나로 했다. 그런데 정인영 씨는 비싸게 주고 샀다고 또 싫은 소리를 한다.


어쩜 그리 늑아부지를 똑같이 닮았는지. 본인이 하지 않으면 뭐든 딴지를 건다. 청산도 집을 사려고 6,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원래 5,300만 원 정도만 받으면 는데 인영이. 누나가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6,000만 원을 받은 거다. 그리고 6,000만 원 전체를 내가 갚고 있다. 이것도 정인영 씨는 기억을 못 하려나? 아무튼 답답한 분이다.      


엄마는 본인의 새집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도배 장판, 가전 등 거의 모든 것을 새로 샀다.      


나는 ”엄마 내가 시집 보내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본다.          



#귀향     


나는 언제부터인가 엄마, 큰누나, 아내, 두 딸, 총 5명의 가장이다. 한마디로 여자 복(福)이 터졌다.


드디어 청산도로 다시 귀향하는 날, 엄마는 서울로 이민을 오던 40년 전과 달리 콧노래를 부르며 배에 올랐다.


왜냐하면 청산도에서 제일 좋은 집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반대하던 형제들도 집에 와 보고선 좋다고들 한다.


여름이면 엄마 집에 내려와 옥상에서 캠핑도 한다.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았다.     

 

오늘도 청산도의 별이 바람에 스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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