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걸 어떡해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by 뤼더가든

새 학기가 되면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들어가지 않으려는 자와 들여보내려는 자의 힘겨운 사투.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 지 벌써 3년 차의 막내는 능숙하게 인사를 하고 안으로 쏙 들어가지만

이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과 그들의 어른들은 며칠째 진을 빼고 있다.

주로 이런 대화들이 오간다.

"왜 안 들어가?"

"무셔어..."

"아니야. 하나도 안 무서워. 저봐. 저 동생도 잘 들어가네. 얼른 들어가 봐."

"시러 시러~~!"

"싫은 게 어딨어."


비슷한 모습은 어린이 치과에서도 볼 수 있다.

아이가 치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한 말투였다.

"어? 너 왜 또 울어? 아무것도 안 했어. 근데 왜 울어? 친구들 양치하고 있는 거잖아. 울지 마. 아무것도 안 했다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뭐가 무섭다고 그래?"

아이는 엄마의 호통에 겨우 눈물을 닦고 눈치를 살피더니 장난감에 잠시 정신이 빼앗겼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온갖 소리에 잔뜩 곤두선 채 불안해 보였다. 결국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물론 그 엄마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그녀는 아이를 치료해주려 힘들게 데려왔고 진정시키려 애썼다.

어쩌면 매번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반복되어 지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아이가 걱정되거나, 자신 혹은 누군가의 모습과 겹쳐져 오랜 감정이 튀어나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드러나는 한 장면만 보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거라는 걸 아이 셋을 키우며 깨달았다.

그리고 아마 그녀도 나와 같은 세대일 것이다. 어른들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으며 자란.)


그저 무언가 조금 아쉽고 씁쓸했다. 아마 엄마에게 매번 들어온 말들이 생각나서였던 것 같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뭐가 무섭다고 그래, 남들도 다 하잖아.' 등등.

나의 엄마도 물론 최선을 다했다.

나를 위해서, 나를 걱정해서. 급하니까. 무언가 해결해야 하니까. 혹은 다른 방법은 몰라서.

서둘러 감정을 덮고, 좋은 것으로 포장하려 애쓴다.

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에서 말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 여성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의 자녀들은 아직 어린 나의 아이들과 달리 대학 졸업 후 취직까지 마친 상태였다.


"애들도 이제 크니까 필요할 때만 저를 찾아요."

조금은 허탈하게 웃는 그분에게 말했다.

"각서라도 받아놔야겠어요. 지금 많이 놀아줄 테니까 커서도 엄마랑 잘 놀아달라고."

웃으며 여기까지만 말해도 됐을 걸.

"그래도 필요할 때라도 찾아주니 다행이네요. 필요할 때 찾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좋은 거잖아요."

급한 교훈적 해석 때문이었을까. 무언가 어정쩡하게 대화가 마무리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이리 나는 설명하려, 좋은 찾으려 하는 걸까.

그냥 들어주어주면 될 것을. 정 할 말이 없거든 차라리,

"아이구. 그러게요." 말해주면 되었을 텐데.

굳이 좋게 바라보라는 식으로 가르치려 하거나 위로하려 했을까.


그렇게 우리는 감정을, 특히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들에 관해서는

서둘러 벗어나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원인을 표면적으로 분석하여 그것이 그럴만한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면서.

그보다 더 좋은 면을 바라보도록 애써 고개를 돌린다.


그 결과, 결국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타인에 대한 거리감만 키우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느낄만한 것이 아닌데 자꾸 그렇게 느끼는 자신에 대한 불신.

그렇게 느껴지는데 자꾸 그럴만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타인에 대한 거리감.


하지만 감정은 사실 모두 다르고, 모두 괜찮고, 모두 통제불능이다.

행동이나 생각과는 별개다.

감정은 제시해 준다고 따를 수 있는 류의 것이 아니다. 지적하거나 설명해줘 봤자

따르지 못하는 자신이나 이해해주지 못하는 타인에 대한 비난만 뒤따를 뿐이다.


대신

그래 너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너 지금 마음이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드는구나.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 마음 읽어주기 하자는 금쪽이 솔루션 같은 소리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해주면 좋을 거 같아서 끄적여 본다.

나도 조심하려고. 누구에게든.



이전 07화갇힌 줄 알았던 곳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