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 괜찮아.
휴대폰에만 빠져 있는 아이들. 차라리 게임기가 낫지 않을까 싶어 큰맘 먹고 닌텐도를 사주었다. 스포츠나 댄스처럼 몸을 쓰는 게임도 있으니 운동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원대한 꿈도 꿨다. 물론 한 기계로 또 싸움이 나거나 승부욕에 폭발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생각보다 괜찮게 돌아갔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타칵!’ 하는 소리.
스포츠 게임을 하며 환호성을 지르다가, 휘두르다가 뿐만 아니라 꺼내며, 건네주며 등등 조이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산 지 한 달도 안 돼 버튼 하나가 작동을 멈추었다.
조이콘 ZR버튼이었나? 자주 사용하는 건 아니었기에, 수리를 보내면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유로 버텼다. 그렇지만 계속 고장 난 상태로는 아무래도 불편했다. 결국 AS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비용과 시간이 들긴 했지만 수리가 잘 된 조이콘을 받으니 마치 새 기계라도 산 것 마냥 좋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제 고장 나지 않게 조심히 쓰자?"
나의 당부는 공허했다. 조이콘은 맨바닥과의 조우를 멈추지 못했다.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거슬렸다.
"조심히 좀 쓰라니까!"
결국 소리 지르고 말았다. 짜증 섞인 내 표정과 말투에 아빠의 얼굴이 겹쳐진다.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눈빛. 그리고 그 앞에서 허둥대던 나.
'아빠에겐 저 물건이 나보다 소중한 건가?'
실수에 대한 관대한 이해와 격려를 바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가득 차오르면 눈물이 흘러나왔다. 신경질적인 아빠의 걸레질을 보며 생각했다. 치우는 건 내가 해도 되는데..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는 없었을까.
엄마가 된 지금. 나는 아빠와 같은 눈빛을 하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정말 싫었는데. 난 그러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그렇지만 문득,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아빠가 인상을 썼던 건 깨진 접시가, 엎어진 김치가 나보다 소중해서가 아니었다. 그 순간 일어났던 실수나 사고를 탓한 것도.
아빠는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나의 부주의함이 다른 곳에서도 계속될까 봐. 그리고 바랐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건 똑부러지게 잘 살아가기를. 그 마음이 조금 미숙하게 표현되었을 뿐이었을지도.
조금만 조심하면 될 것 같은데 자꾸만 물건을 떨어트리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지만 사실 그건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아마 아빠도 그랬겠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들은 나처럼 주눅 들지 않는다.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주야장천 게임을 하고 계속 떨어뜨린다.
이제는 체념인지 득달인지 모를 이런 생각이 들기에 이르렀다.
어쩌겠어. 조심해도 안 되는 걸.
어린 시절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덧붙여 준다.
"괜찮아. 또 고장 나면 또 고치면 되지, 뭐."
그리고,
"아빠도, 괜찮아."란 말도.
어쩌면 이 말이 필요한 건 아이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괜찮아. 고장 나면 또 고치면 되지 뭐.
어쩌겠어. 자꾸 그렇게 되어버리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