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 대수라고
발을 밟고 지나가는 차에게 분노하려다가 비상등을 짧게 켜는 걸 보고는 바로 괜찮아지는 짧은 영상을 봤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내, 저게 뭐라고.
그러면서도 사람 다 비슷하구나. 운전하며 미안하다는 저 표시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큰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휴대폰으로 노래를 재생하고 식세기에 그릇을 넣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도 신나게 시작해 봐야지.
'오늘도 불안한 생각들과 숨바꼭질~숨바꼭질~ (...) 한걸음, 또 한걸음만. 오늘 하루만, 하루만 견디면 돼~' (키키, To me from me)
콧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모르는 번호가 화면에 뜬다.
"여보세요?"
"거기 ㅇㅇ 부서죠?"
또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걸려오는 공공기관을 찾는 전화.
내 휴대폰 번호가 모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법률상담 번호와 같은 모양이다.
모르는 번호라고 무조건 안 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 일단 받긴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잘못 걸린 전화에 피로감이 쌓인다.
그래도 무료법률 상담을 찾는 이들의 삶이 녹록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앞에 02 누르고 다시 해보세요."라고 친절히 안내도 해줘보기도 했다. 대부분 미안하다고 하며 전화를 끊고는 하지만 가끔은 왜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부터 몇 번을 반복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아니에요."라고만 짧게 얘기해 주는 게 가장 간단하긴 했지만 왜인지 항상 마음에 걸렸다.
아침부터 나의 흥을 깨고 들어온 잘못 걸린 전화 탓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스쳤을까.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잘못 거셨어요. 개인이에요."
"아 그래요?"
뚝.
그런데 이런 나의 감정적 노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바로 끊어버린 통화종료음 소리 앞에서 꼬인 마음이 올라왔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가 어렵나? 그게 뭐 대수라고.'
바로 앞에 들어오려는 차에게 양보를 했지만 깜빡이를 켜주지 않는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게 뭐라고.
그러다가 문득.
그래 내 말대로, 그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 기분 나빠할까 싶은 것이었다.
수신목록을 다시 열어 보니 통화시간 0분 9초.
그가 미안함을 느끼던 안 느끼던, 그걸 표현하던 안 하던 그게 뭐 대수라고.
별 것도 아닌 일에 기분이 휘둘릴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신나는 하루를 겨우 9초의 통화 때문에 날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