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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애할 권리 Jul 22. 2016

향기로 말하다

가장 은밀한 감각 후각

후각은 은밀한 감각이다.

피사체를 따라가는 시선에서 움직임을 들키는 시각, 듣는 동안 의도적으로 입을 다물어야 하는 청각.


하지만 후각은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뇌로 전달돼 기억신경을 자극 한다.


후각은 본능적인 감각이다.

사람은 후각에 민감한 만큼, 향기에 자극받는다.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을 만나면 그 향이 궁금해지고, 더 다가가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스친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를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모든 신경은 그 향에 집중하게게 된다.


'향수일까? 샴푸일까? 무슨 제품일까? 어디서 맡아본 것 같기도 한데?'


순식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스치는 질문들. 이건 반대로 고약하고 역한 냄새가 날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하다가도 그 냄새를 인지하고 코를 움켜쥐게 된다. 그만큼 후각은 예민하고 본능적인 감각이다.



그래서, 향기.

나는 향에 민감한 편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향에 집중하는 편이고, 향이 독특하고 향으로 즐기는 음식을 좋아한다. 인도 카레나 동남아 향신료가 들어간 요리들, 혹은 향에 땨라 맛이 다른 커피나 향으로 특징을 구분하는 위스키도 즐겨 찾는다. 때로는 자극적인 겨자나 와사비의 향을 즐겨먹기도 하니, 이쯤되면 향에 쉽게 매료되는 타입이라 해도 될 듯하다. 나, 향덕후인가...


첫 사랑

첫 사랑에게 준 선물은 향수였다. 당시 학생이었는데 (학생이었던 주제에) 백화점 명품 매장을 거의 1시간 동안 향수를 찾아 돌고 돌았다. 수차례 시향을 하며 비교한 끝에 고른 고급스럽고 유니크한 향수. '알마니 마니아 옴므'였다. 가격도 있는 편이고, 브랜드에서도 니치한 콘셉트로 나온 개성있는 향수였다. 쿨하면서도 톡쏘는 스파이시한 향이 강렬했는데, 잔향은 파우더리하며 은은하게 남아 편안해지는 향수였다. 남자다우면서도 따뜻한 그 사람에게 어울려.... 당시의 나는 당연히 콩깍지가 씌였으므로 그런 생각을 하며 향수를 골랐다. (지금은 부질없소이만...)


베스트 향수

로드샵에서 파는 베스트 향수들이나 '남친 향수', '여친 향수' 목록에 들어가는 향수는 일부러라도 피한다. 개개인이 가진 가지각색의 개성과 이미지를 평준화 시켜버리는 향수라니! 그 사람의 취향과 스타일이 어떨 지 어찌 알고 그런 가이드를 내놓는 건가...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기사를 써본 적있지만... ) 어쨌든 믿지 말자! 베스트 향수!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롭고 은밀한 것이다.


어울리는 향기

고로 남들이 많이 쓰는 대중적인 향수는 쓰고 싶지 않은 고집이 있다. 그런 향수는 선물 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향수는 나를 위해 뿌리는 아이템이란 생각이 강해서인지, 비인기 향수여도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으면 질릴 때까지 쓴다. 당연히 선물할 때도 직원의 추천을 받기 보다는 직접 시향하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아 나름의 이유를 붙여 큐레이션한다. 가끔은 내가 향을 고르면 직원이 먼저 그 향수는 호불호가 갈린다며 구입을 재고하라 하는 경우도 있다. '훗,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때도 맞고 지금도 틀리지 않다 (핏. 홍감독)'


향을 선물한다는 것

향수 선물은 그 사람과 어느 정도 친해진 관계에서 준다. 그래야 취향이나 그 사람의 성격, 혹은 어울릴만한 향을 골라볼 수 있으니...


향수를 주는 건, '당신은 이런 향기가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 하는 뜻인데, 쉽게 할 수 있는 선물일리 없다.



나의 향기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기를 갖는 것을 추천한다. 한가지만 고집하면 스스로가 질릴 수 있으니, 몇가지를 골라 자신의 스타일과 기분에 따라 바꿔보는 것도 좋다. 요즘은 향도 페어링이 가능하니, 적당히 어우러저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향을 골라보는 것도 좋고.


나는 중성적이면서 (남녀모두가 사용해도 좋을 법한) 첫향과 잔향이 다른 향수를 좋아한다. 대체로 첫향은 남을 위해서 잔향은 나를 위한 향기라 생각한다.


나의 취향 (3번 이상 구입해본 향수)

조말론 코오롱 인텐스 - 다크엠버 앤 진저 릴리

일루미넘 - 블랙티

세르주르텐 -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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