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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애할 권리 Jul 16. 2016

뮤지컬 <베어 Bare>

무엇을 벗겨내는 가

뮤지컬 <Bare>는 2000년 미국에서 초연돼 2004년 브로드웨이에 오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을 올렸고 1년만인 올해, 같은 공연장에서 재공연에 들어갔다.

- 내용
미국의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동성애, 혼전 임신, 음주, 마약 등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일탈이 해프닝으로 깔려있다. 딱 봐도 충돌되는 배경과 소재를 보면 어느 정도 드라마의 갈등이 예상될 것이다.

똑똑하고 잘생기고 게다가 쿨한 성격까지 갖춘, 누가 봐도 엄친아인 킹카 ‘제이슨’. 내성적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솔직하고 싶은 ‘피터’. 두 사람은 연인사이다. 학교에서 남몰래 사랑을 나누는 데 지친 피터는 제이슨에게 커밍아웃을 제안한다. 하지만 제이슨은 졸업을 코 앞에 두고 트러블을 일으키지 말자며 이를 거부하고, 피터는 그런 제이슨의 태도에 불안해한다. 여기에 제이슨이 동성애자임을 모르고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아이비’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맷’까지 끼어들면서 네 사람의 감정적 트러블이 시작된다.


- 편견, 그리고 이분법적 사고

이 작품은 주로 피터의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간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배타적 시선과 그가 겪는 내적 혼란이 불안한 심리로 내비친다. 일찌감치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엄마, 동성애를 '잘못'이라 여기는 아이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 자체로 회개해야하는 학교. 피터에게는 전부 숨막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답답한 속 마음을 비극적이거나 우울하게 그리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피터의 망상을 빌려 쇼타임으로 그리거나 주변 인물들을 희화해 발랄하게 펼쳐놓는다.


- 배우

초연과 재연을 비교해보면, 캐릭터에 있어서 한층 더 섬세해진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제이슨과 피터, 투 톱으로 양산된 그림에 맷이 트러블 메이커로 날카롭게 파고든다. 맷의 역을 맡은 주민진은 관찰자로서 주변을 맴도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애인을 바라보는 질투와 의심, 자신에게 다다르지 못하는 감정의 순환을 끊고 싶은 욕망까지 표현해 낸다. 또한 서경수와 손승원 역시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두 사람의 긴장과 갈등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특히 제이슨의 역할은 그의 주관적인 보이스가 감춰진 부분이 많은데, 서경수는 그 서브텍스트를 면밀히 살리며 제이슨이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이면의 감정들을 잘 담아낸다.


- 벗겨진 모습 속에 여전히 희미한 것

<베어>는 동성애에 대한 메시지를 굵직하게 담고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현실적 초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아이비라는 캐릭터를 통해 겉으로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외롭고 불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나디아를 통해 통상적인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자아를 잃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해야하는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베어>의 작품 속에 서브 텍스트로 살아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원인, 그들이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사회적 장벽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다뤄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피터과 제이슨은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그들을 바꾸고 무기력하게 하는 건 결국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었다. 그 왜곡된 껍데기를 벗어내지 못하고 결국은 비극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들의 선택과 과정에도 집중해줬다면 아마도 이 작품이 가진 '민낯'에 대한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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