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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25. 2020

지는 것 -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할 가능성

나의 주짓수 도전기 13.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주짓수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기록을 시작한 까닭은 첫째, 내가 배운 지식과 기술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함이며 훗날 어느 정도 성장을 했을 때 나 자신을 뒤돌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둘째, 나와 같은 초심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은 그 과정 중에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주짓수와 같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시작은 있지만, 언제 끝날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어떤 사정에 의해 도중에 수련을 그만둘 수도 있고 혹은 바쁜 나날이 이어져서 기록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써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경험, 그 당시의 생각이나 느낌과 지금 시점에서의 생각, 그리고 그 당시에 배운 기술이나 알게 된 용어의 정리 등이 중심이 될 것이다. 참고로 주짓수에 관한 여러 기술과 관련된 용어는 간단히 정리하되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이들이나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될 수 있으면 출처를 기재할 것이니, 관심 있는 사람은 확인하기 바란다.

알다시피, 이야기의 힘은 세다.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사회를 바꾸기까지 한다. 내 글이 사회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릴지 모를 이 주짓수를 보면서 누군가 그 어떤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 참고로 글은 완성본이 아니므로, 틈틈이 수정될 수 있다.




형, 탭을 많이 쳐야 해.


아직은 한 달이 되지 않아 롤링(대련)에 들어가지 못할 무렵, 스파이더 가드와 가드 스윕으로 훈련을 상대를 바꾸어 계속 훈련을 했다.(우리 도장은 초보자의 부상 위협을 고려하여 한 달 동안 대련 유예 기간을 둔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그저 스파이더 가드만 빼내면 되겠지 싶었던 그때, 가드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삼각 조르기를 시도했다.

‘가드와 가드 스윕만 하라고 했던 거 아닌가?’ 훈련이 단순히 가드만 하는 게 아니라, 연계 동작으로 가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까지라는 것을 잘 몰랐던 나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힘을 강하게 쓰면 빠질 것 같은데 그렇게 할까?’ 점점 더 조여가는 삼각 조르기에 숨이 막혔지만, 완전히 걸린 것은 아니었기에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억지로 빼내는 것 외에 나로서는 생각나는 대응책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상황에서 처음으로 탭을 쳤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사실, 상대에게 불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힘으로 빼낼 걸 그랬나?’ 나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형, 탭 많이 쳐야 해.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탭을 안치고 그냥 힘으로만 하는 거는 실력이 느는 게 아니야. 시합이 아니라면, 거의 완전히 걸렸다 싶으면 그냥 탭을 치고 다시 시작해. 아마 형 삼각 조르기를 걸었다는 사람도, 실은 형은 위해서 천천히 했을걸?”

그는 내게 또다시 현명한 조언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히려 그 사람에게 적의를 가졌던 게 미안했다. 오히려 천천히 기술을 걸어준 것을 고마워해야 할 판에 불쾌해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생각했을 거다. 동생의 조언은 ‘흰띠가 자주 하는 다섯 가지 실수들’에서도 다시 한번 언급되었다.(나의 주짓수 도전기 11장 참조) ‘탭 안치기’는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으며, 자존심을 세울 일이 아니었고 훈련에서 억지로 힘을 쓰는 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니었다. 주짓수의 오래된 격언인 ‘자존심은 문 앞에 두어라.’라는 말은 진정 내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탭을 즐겨 쳤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오쓰’를 하고 상대와 손바닥과 주먹을 부딪치고서 즐겁게 롤링(대련)을 했다.


가드 스윕 - 하위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우세 포지션으로 전환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로, 가드에서 풀마운트(상단)으로 역전시키는 것과 같은 기술을 의미함(영문 위키백과)
가드패스 - 가드 중인 상대가 스윕이나 서브미션을 걸기 전에 가드를 풀고 상대의 가드 밖으로 나와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 (위키백과)


지는 것 -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할 가능성


이제 막 4주 차가 될 무렵, 조금 친해진 동생이 “형, 롤링하고 싶으면 사범님한테 이야기해봐요. 그러면 잘하는 사람하고 천천히 할 수 있게 붙여줄 거예요.”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마우스피스를 가져오지 않아서 참여할 수 없었다. 다음날 미리 받았던 마우스피스를 성형하고 가져가서 사범님께 여쭈어 보았다. 그는 나와 친해진 동생을 붙여주었다. 그는 1년 이상 수련했지만, 아직 1 그랄(grau)이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가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1 그랄로 남아 있을 뿐이지 실력은 그 이상이었다.  

그와 손과 주먹으로 인사를 하고 롤링을 시작했다.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는 동생의 조언을 생각해 최대한 힘을 빼고 그의 깃을 잡았다. 그는 가볍게 나를 제압하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형, 형이 이 자세를 하고 있으면, 백 퍼센트 넘어가요.” 롤링을 하면서도 그는 잘못된 자세를 계속 이야기해주었다. 내게 웃으며 조언해주는 그에게 아주 고마웠다. 물론 그가 그렇게 설명을 해주어도 바보같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나자빠지고 탭을 당하는 게 즐거웠다. 그렇게 5분간 게임이 끝나고 그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졌지만, 땀이 흐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힘을 빼고 상대와 몸으로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기술을 주고받으니 어떤 만족감마저 일었다. 그곳에는 가식과 허울이 없었다. 기술을 통해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하고 있었다.  

이후 다른 사람과 몇 번의 롤링을 하자, 사범님이 “저랑도 하시죠.”라며 나를 불렀다. 그는 정말 부드러웠다. 정말 억지로 힘을 쓴다는 느낌도 없이 나를 위에서 계속 눌러댔다. ‘힘을 쓰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억지로 힘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었다. 그런 생각은 이미 문 앞에 두고 온 지 오래이기도 하지만, 그는 분명히 힘을 쓰는 나를 다른 방식으로 부드럽게 제압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사이드 마운트를 당해 있던 그 시간이 실로 감동이었다. 내가 지향해야 할 유술을 알려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힘이 있더라도 힘을 적절하게 쓰는 게 중요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주짓수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한 달 동안 얼마나 성실히 기술을 배우고 있었는가? 롤링하고 싶다는 욕구에 빠져서 기본 훈련을 제대로 안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나는 배운 기술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가?’ 그의 부드러운 동작은 계속 내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했다.

“상대가 사이드 마운트를 했을 때 어떻게 빠져나와야 해요?”

그가 너무나 부드럽게 사이드 마운트로 몇 번이나 나를 잡았기에, 롤링이 끝나고 약간 여유가 생겼을 때 그에게 물었다.  

“사이드 마운트에서는 일단 한 손으로는 목을 눌러주고 다른 손으로는 골반을 눌러야 해요. 그렇게 목을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압박되는데, 그 상황에서 일단 탈출을 해야 하거든요. 그때, 상대를 밀면서 브릿지를 같이 해줘야 해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공간이 생기는데, 그때 새우 빼기를 해주세요. 그런 다음 무릎을 앞으로 넣어서….”

그는 직접 동작을 보여주면서 내게 설명을 했다.  

“새우 빼기가 대단히 중요한 거네요?”

“그렇죠. 기본 중의 기본이며 대단히 많이 쓰이는 거예요.”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해야겠어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한번 기본적인 동작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이와 더불어 롤링에 대한 태도도 조금은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마구잡이로 하는 롤링보다도 지더라도 그날 배운 것을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롤링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니,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롤링을 할 때에도 그날 배운 기술을 계속 써먹으려고 하는 게 좋겠네요?”

“그렇죠. 무조건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 배운 기술을 쓰려고 계속하는 게 지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죠.”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닐 때 나타나는 여유, 배운다는 겸손,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힘으로 내 실력을 감추지 않을 때 드러나는 가능성이 거기에 있었다. 지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그것은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할 가능성일 뿐이었다.  


마우스 피스 성형법.


1. 뜨거운 물에 마우스 피스를 약 30초가량 넣어둔다.

2. 수저로 살짝 밀어 흐물흐물한 느낌이 들면 숟가락이나 뜰채로 뜬다.

3. 약 20초간 식히고 치아 중앙에 맞춰 마우스 피스를 낀다. (그전에 펜으로 중앙에 선을 그려놓는 것도 방법임)

4. 입안에 넣고 손가락을 이용하여 인중과 그 주변을 꾹꾹 눌러주고 혀를 사용하여 뒷부분을 골고루 눌러준다. (성형이 끝나고 끼웠을 때 떨어져서는 안 됨)

5. 그다음 가볍게 물어 치아의 형태와 맞게 성형하라.

6. 마우스피스를 팽팽하게 만들기 위해서 입안의 물을 빨아들이는 동작을 반복해서 마우스피스가 바짝 붙게 만들어라.

7. 끝으로 성형이 끝났으면 차가운 물에 30초가량 넣어둔다. (성형이 잘못되었을 경우 한두 번은 동일한 방법으로 재성형 가능)

※ 위의 사항은 기본적인 안내일 뿐이며 좀 더 자세한 방법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참고하기 바란다.


출처 : 본인 작성,

참고 : https://www.wikihow.com/Mould-a-Mouthguard 


 우직하게, 바보같이


그날 저녁, 어쩌다가 유튜브에서 국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서장훈이 나온 영상을 보았다. 그가 무르팍 도사에 나와서 1년 선배 현주엽과 함께 중학 시절을 보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과 현주엽은 둘 다 농구를 지지리 못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다른 동료가 전술 연습을 할 때 매일 함께 기본기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중학시절 자기 말로는 지지리 못했던 두 선수가 결국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가 된 것이다. 댓글은 이 모든 게 그 시절 기본 연습을 탄탄히 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댓글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간에 그의 말은 내게 탄탄한 기초 연습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다시금 새겨듣게 했다. 물론 그는 엘리트 농구를 했을 테니, 기본이 제대로 되었을 무렵부터 참여했을 전술 수련이나 실전 감각도 대단히 많이 키웠을 것이다. 그러나 초보 시절에 너무 조바심 내지 않고 자기에게 올 기회를 잡으려고 기본기를 탄탄히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았을까? 롤링을 못하던 한 달의 수련 기간에 나는 얼마나 그처럼 했을까? 나는 지금까지 배운 기술들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하니 절대 장담하기 어려웠다. 취미활동에서 뭐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전보다 나은 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기본 동작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잘못된 습관을 들이면 고치기가 대단히 어려워요. 처음에 배울 때 차근차근 꾸준히 연습하는 게 결국 고칠 일이 별로 없으니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사범님은 기술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말을 했다. 나는 과연 기초 수련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대충 하고 있지 않은가? 혹시 롤링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져 기초 연습을 조금 멀리한 것은 아닐까? 롤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매우 고마웠다.  

세상의 그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했다. 기초가 탄탄하면 그 위에 어떤 집을 세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 흔한 상식을 조바심과 귀찮음으로 넘겨버린다. 기초를 배우는 것은 귀찮은 일이며 기초를 계속 상기해야만 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은 더 앞서가는 것 같은 생각에 그들을 따라가려고 조바심 부린다. 그럴 필요가 없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면 언젠가 목적지에 다다른다. 초반부터 달렸다가 나중에 지쳐 쓰러지는 것보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가는 게 더 좋은 것이다. 우직하게, 바보같이. 사람도 그렇다. 천천히 우직하게 그러나 꾸준히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


동료라는 것


“기무라에 대해서 알려 드릴게요. 기무라는 원래 이름은 로우 암락(low armlock)입니다. 그러나 기무라 마사히코라는 일본인이 브라질로 건너가서 주짓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엘리오 그레이시와의 경기에서 이 방식으로 팔을 부러뜨려 유명해진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상대가 바닥에 손을 짚고 있을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오른쪽 기무라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우선 클로즈 가드에서 자신의 오른손으로 상대의 손목을 잡습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저번에 연습한 거 있죠? 클로즈 가드를 풀어 바닥에 다리를 두시고 상체를 띄워 자신의 왼쪽 겨드랑이를 상대편 오른쪽 어깨 바깥에 가까이 댑니다. 최대한 가까이 대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상대편 어깨 바깥에 제 팔이 있겠죠? 그것을 상대의 팔 안쪽으로 감아 자신의 오른손 손목을 잡습니다. 그 상태로 누워서 상대의 팔을 ‘ㄷ’ 자 모양으로 만듭니다. 그대로 천천히 올리면….”

사범님의 기무라에 관한 기초 설명이 끝나고 한 사람과 함께 계속 훈련을 했다. 실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기무라를 걸려면 동작이 번개처럼 이루어지지 않으면 걸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사범님도 그 부분을 말씀하시며 드릴(연습)이 끝나자 하나를 더 설명해주셨다.

“만약 기무라를 걸려고 동작을 하면 대부분은 알고서 몸을 띄우려고 할 거예요. 그때에는 왼손은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잡지 말고 상대의 소매를 잡으세요. 그다음 자신의 왼쪽 골반을 튕겨서 상대를 친다는 느낌으로 골반을 띄워 상대를 치면서 상대의 소매를 잡을 팔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면 쉽게 뒤집어집니다. 그러면 마운트에 올라올 수 있죠.”

몸이 그토록 쉽게 돌아가 마운트를 잡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요는 상대의 무게 중심을 흐트러트리는 게 중요했고 골반을 튕기는 것과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 중요한 듯했다. 생각해보니 스파이더 가드나, 다른 가드에서도 상대를 뒤집을 때 팔을 잘 잡아당겨 주는 게 마운트를 타는 데 중요한 공격법인듯했다.  

그는 기무라 시도에서 마운트 동작까지 설명하고 다시 연습을 시켰다. 처음에 하려 할 때에는 눈으로 본 것을 실제로 따라 하려니 쉽지 않았다. 사범님은 그럴 때마다 꼼꼼히 디테일 지적해주시면서 개별적으로 설명해주셨다. 반복, 반복, 반복…. 끊임없는 반복을 했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고마웠던 것은 함께 하신 나와 같은 초보자 분 역시 배움의 의지가 컸다는 것이다. 계속 번갈아가며 연습을 해도 개의치 않았다.  

이러한 드릴은 결코 혼자서는 연습할 수 없는 연습이었고 타인이 계속하기를 원치 않으면 계속 연습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이러한 까닭에 동생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한 것이기도 했다. 한 번은 꽤 오래 다녀서 배운 기술을 아는 사람과 함께 드릴을 할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사범님이 제시한 양쪽 5번의 연습을 한 후에는 더는 연습을 하기를 거부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연습이 끝나고 쉬는 다른 분께 가서 좀 더 연습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해야만 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마음을 열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까 언급한 서장훈과 현주엽의 관계처럼 자신이 잘 못하더라도 함께 계속 훈련을 이어갈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다. 사실, 그러한 동료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계속 얼굴을 보아온 사람 중에는 그러한 인연이 이미 있었고 의도적으로 훈련 상태를 찾지 않더라도 몇몇 사람과 함께 계속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이제 21살이 된 청년이었다. 그는 다닌 지 3개월 정도 된 친구로서 나처럼 배움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그러나 숫기가 없는 까닭에 아마 집단의 주요 무리에 끼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나와 같이 훈련하게 된 것이었다. 그의 선한 인상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사람들과 길게 웃음을 나누고 나서는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겨 스스럼없이 대했고 그가 올 때마다 누구보다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형, 제가 라섹 수술 때문에 2주 동안 못 오는데 다시 오면 지금처럼 반겨주셔야 해요!”

운동이 끝나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먼저 나가던 어느 날 그는 먼저 내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죠. 얼른 와요. 라섹하고 돌아오면 또다시 훈련도 하고 롤링도 같이해요!”

그런가 하면, 직장 생활을 하는 27살 분과도 제법 친해져서 서로 잘 안 되는 훈련을 반복했다.

“쉬면 뭐해요.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그 역시 다닌 지 얼마 안 되어 의지가 넘쳤고 그 덕분에 그와 함께 쉬지 않고 연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 훈련하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나보다 그저 몇 달 앞선 사람들이었다. 이들 역시 나처럼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넘쳤고 나처럼 계속 연습하기를 바랐지만, 숫기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 연습하고 싶은데 상대가 원치 않아 어설픈 상태에서 수업을 마무리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을까?’

저기 저 구석에 그저 않아서 멍을 때리는 친구도 사실은 계속 누군가와 기술 연습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같이 기술 연습하자고 제안했고 이야기를 건넸고 힘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예상대로 그들은 거의 내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였고 쉬는 시간이나 롤링(대련) 시간을 반납하면서까지 드릴(연습)을 했다. 그렇게 나는 서로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를 점차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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