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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07. 2020

코로나 시대의 운동

나의 주짓수 도전기 16.

위기의 시간이 기회가 되려면 - 계획하라.


다니던 도장이 한 주 휴원을 한 뒤, 또다시 한 주 휴원을 하기로 했다. 아쉬운 결정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개원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요일까지 기대를 해보았으나, 역시였다. 이처럼 사람은 안될 가능성이 농후한 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헛된 희망을 품는다.

이렇게 결정 난 마당에 다음 주라고 도장을 연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시간의 공백을 망연자실하게 보내기보다 뭔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도해야 했다. ‘무엇을 하는 게 좋은가? 무엇을 해야 다시 주짓수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이 위기의 시간이 기회의 시간으로 바뀔 것인가?’

일단은 무엇보다 몸 관리가 중요했다. 더불어 전염병을 피하는 것도 중요했고 체력 운동을 게을리하면서 살이 찌거나 체력이 약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했다. 헬스장도 폐쇄된 마당이라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곤 집과 운동장 정도였다. ‘이 상황과 주어진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생각하고 일단 현재 상황에 가능한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시간(when?)
일단은 기존처럼 월, 수, 금 주짓수를 하던 시간 운동하는 게 좋을 듯 싶었다.  

장소(where?)
집과 운동장, 특히 지금 같은 시기는 집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목표(why?)
우선은 주짓수 능력을 향상시킬 만한 체력과 체형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what?)
주짓수를 하면서 상대가 안으로 파고들어 오려고 할 때 밀어내는 힘과 깃이나 소매를 당기는 힘, 그리고 악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는데, 그와 관련된 운동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하면 꽤 나쁘지 않을 듯했다. 거기에 이참에 유연성을 좀 더 기르는 훈련을 병행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엇을(so what?)
일단 브레인스토밍으로 무엇을 할지,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해보았다. 일단 밀어내는 건 매일 자기 전에 배 밀기를 100회 정도 하는 것, 그리고 집중적으로 운동할 때에는 3세트 정도를 하고 점차 늘려가자 생각했다. 3세트 정도는 도장에 다니면서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했다. 당기는 힘은 지금처럼 밴드 당기기 100회 x 6세트 정도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 잡는 힘, 악력은 집에 있는 집에 있는 여러 무게의 케틀벨을 활용하여 파머스 워크를 하거나 수건이나 스트랩 철봉, 혹은 악력기를 구매하여 평소에 가지고 다니면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 평소에 하던 타바타로 기초 체력을 잡으면 헬스장이나 도장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한 체력 운동을 할 수 있을듯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스쿼트 같은 하체 운동인데, 중량 스쿼트를 못하는 대신 파머스 워크+계단 오르기를 함께 하거나 아쉬운 대로 싱글 레그 스쿼트나 밴드 힙 어덕션, 혹은 스플릿 런지를 병행하기로 했다. 유연성 강화를 훈련으로는 일단 자기 전에 다리를 완전히 찢는 연습을 하면서 기본 주짓수 드릴을 연습하기로 했다.

어떻게(how to)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에 더하여 집에서 할만한 운동을 대략 나열해 보면 이러했다. 평소에도 해왔던 것들이기에 이것들을 조합하고 기존에 해왔던 운동을 추가 및 수정하면 집에서도 충분히 땀을 흘릴 수 있을 듯싶었다.

워밍업/ 10분
전신 - 타바타(풀업, pseudo planche 푸시업, ab 스트랩 레그 레이즈, 맨몸 스쿼트) * 8 세트 / 16분
팔, 등 상부 - 밴드 당기기 100회 x 6세트 약 15분
코어 - 드래곤 플래그나 리버스 크런치 16회 x 4세트
팔, 가슴, 등 - 배밀기 100회 x 3세트  
다리, 엉덩이 - 싱글 레그 스쿼트나 케틀벨 스플릿 런지 16회 x 4세트
악력, 상체 - 파머스 워크 1분 x 8세트  
전신, 코어, 다리 - 싱글 암 케틀벨 스윙 16회 x 4세트
팔, 어깨, 가슴 - 중량 스트랩 딥스 16회 x 4세트
등, 팔 - 중량 풀업
엉덩이, 코어 - 엉덩이 걷기  
악력, 팔, 등 - 철봉에 수건이나 스트랩 걸고 팔을 교차해 오르기   
스트레칭 / 10분


대략적인 프로그램은 이런 운동들이 주를 이룰 것 같았다. 일단 타바타와 밴드 당기기, 배 밀기, 케틀벨 스플릿 런지 정도는 필수로 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 될 것 같았다. 다리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그것은 차차 고민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해보니 사실 얼마 전까지 헬스장에서 했던 운동의 목적이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스쿼트나 일부 머신을 활용한 운동이 조금 다를 뿐이었고 주짓수에 좋다는 운동을 좀 더 추가한 정도이었다.


스포츠 능력 향상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근 몇 년 동안은 헬스장을 다닐 때에도 따로 가지고 다니는 기구 외에 헬스장에 있는 여러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는 도구를 사용한 적은 드물었다. 과거 허리를 삐끗한 이후로 운동 프로그램을 코어 강화나 스포츠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운동했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었기에 타바타나 크로스핏처럼 적은 시간에 효율을 낼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요 몇 년간은 돈도 아낄 겸 헬스장에서 운동하기보다 학생들을 모집하여 운동장에서 운동을 함께하곤 했다. 운동은 헬스장에서 했던 기존 운동 프로그램 여러 형태의 밴드나 스트랩, 케틀벨, TRX 서스펜션 트레이너(Totally body, Resistance eXercise) 등의 개인 장비로 효과를 낼 수 있게 변형하고 운동장의 철봉과 평행봉 등의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코치하곤 했었다. 운동은 매일 아침 7시부터 약 1시간~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그때의 계획은 대략 이러했다. 참고로 위의 계획서는 참여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일부 수정한 것이다.



 

목적 :  

즐거운 아침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기른다.

 

목표 :

  1. 자신의 운동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다.

  2. 적어도 운동 시작 30분 전(6시 30분)에 일어나 워밍업 또는 가볍게 식사를 한다.

  3. 정해진 시간(7시)에 와서 정해진 프로그램을 완수한다.

  4.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운동한다.

  5. 규칙적인 식단을 직접 만들어보고 이행한다.

 

진행 :

  1. 매일 아침 7시, 운동장에 모여 시 약 8시 15분까지 각자 주어진 프로그램을 운동함.

  2. 2인 1조가 되어 서로의 운동 프로그램 및 시간을 체크해줌.

  3. 매일 운동 기록을 작성하여 자신의 변화되는 모습을 객관적 수치로 확인.

  4. 수준이 변화할 때마다 운동 방식도 변화 또는 강화함.

 

운영 :

 1. 운동 프로그램

- 아래는 초·중급자 기본 프로그램이며 개인의 체력에 따라 비슷한 운동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 개별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있다면 해당 프로그램 가져와 운동하셔도 됩니다.

- 모든 코스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개인 사정이 있는 분은 미리 말씀해 주시면 조정 가능합니다.

- 심혈 관계(유산소) 운동은 기본적으로 줄넘기(약 25분)와 워킹-러닝-조깅(약 25분)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서킷 트레이닝(타바타 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횟수는 참여자의 운동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월요일 A코스 (세트 / 횟수 / 휴식 / 얼터너티브 방식 1A->1B->1A->1B 세트 반복 후 2A로 넘어감 )

  1A. 싱글암 케틀벨 스윙 3세트 16회 1분(케틀벨이 어려울 경우 맨몸 스쿼트로 대체함)

  1B. 밴드 코어 프레스 2세트 16회 1분

  2A. 친업 3세트 8회 1분

  2B. 싱글-레그 스쿼트 3세트 8회 1분

  2C. 사이드 플랭크 2세트 50초 유지 30초

  3A. 밴드-그립 인버티드 로우(덤벨 로우 대체) 2세트 8회 30초

  3B. 밴드 풀 스루 또는 싱글-암 데드리프트 2세트 8회 30초

  3C. 밴드 페이스 풀 익스터널 로테이션 2세트 8회 30초

  3D. 하프-닐링 스테빌리티 리버스 촙 2세트 8회 30초

 

  화요일 B코스 (세트 / 횟수 / 휴식 / 얼터너티브 방식 1A->1B->1A->1B 세트 반복 후 2A로 넘어감)

  1A. 딥스 3세트 8회 1분

  1B. 행잉 레그 레이즈(또는 크런치) 2세트 16회 1분

  2A. 밴드 컬 투 프레스(해머 컬 투 프레스 대체) 2세트 8회 1분

  2B. 월 슬라이드 2세트 14회 0

  2C. 플랭크 2세트 50초 유지 30초

  3A. 마운틴 클라이머 2세트 14회 1분

  3B. 플로어 Y-T-I 레이즈 또는 밴드 로우 2세트 12회 1분 (Y-T-I 레이즈 동안 중간 휴식 없음)

  3C. 스텐딩 밴드 힙 어덕션 2세트 14회 1분

 

  수요일 심혈관계 운동

 

  목요일 C코스 (세트 / 횟수 / 휴식 / 얼터너티브 방식 1A->1B->1A->1B 세트 반복 후 2A로 넘어감)

  1A. 싱글-암 케틀벨 스윙 3세트 8회 1분

  1B. 밴드 코어 프레스 2세트 16회 1분

  2A. 싱글-레그 스쿼트 3세트 8회 1분

  2B. 밴드-그립 인버티드 로우 3세트 15회 1분

  2C. 사이드 플랭크 2세트 50초 유지 30초

  3A. 친업 2세트 8회 30초

  3B. 스플릿트 점프(덤벨 런지 대체) 2세트 15회 30초

  3C. 스탠딩 밴드 힙 어덕션 2세트 14회 30초

  3D. 하프-닐링 스테빌리티 리버스 촙 2세트 8회 30초

 

  금요일 D코스 (세트 / 횟수 / 휴식 / 얼터너티브 방식 1A->1B->1A->1B 세트 반복 후 2A로 넘어감)

  1A. 푸시업 플러스 3세트 16회 1분 (체력에 따라 인클라인 푸시업 또는 변형 푸시업)

  1B. 리버스 크런치 2세트 60초 1분

  2A. 밴드 프론트 레이즈 3세트 14회 1분

  2B. 월 슬라이드 2세트 14회 1분

  2C. 플랭크 2세트 50초 유지 30초

  3A. 마운틴 클라이머 2세트 8회 30초

  3B. 밴드 로우 2세트 15회 30초

  3C. 스탠딩 밴드 힙 어덕션 2세트 14회 30초

  3D. 밴드 코어 프레스 2세트 12회 30초

 

  토요일 심혈관계 운동

  일요일 휴식




해당 프로그램 기본 방법은 그 당시 즐겨 보던 『맨즈헬스 빅북』이라는 책에 있는 스포츠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운동법을 밴드 등의 개인 도구를 활용하여 집이나 운동장에서도 운동할 수 있도록 필자가 수정 및 추가, 변형한 것이다.

운동에 필요한 기본 도구는 참고로 탄성이 다른 튜빙밴드나 풀업 밴드, 혹은 인버티드 로우를 위한 스트랩 정도이다. 케틀벨이나 그 밖의 도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방하다. 집이나 운동장에서 하기 적합한 운동으로 고안했으니 문틀 철봉과 튜빙 밴드 정도만 있으면 지금도 언제 어디서라도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운동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계획서를 보면 알겠지만, 매일 아침 7시에 시작을 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싶었던 목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프로그램을 짜고 운동을 하면서 나 자신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방법의 효과는 꽤 좋았는데, 리더로서 누구보다 먼저 나가야만 했기에 아침의 게으름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코치한다는 심적 부담 또한 스스로 운동 방법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


이 프로그램을 꽤 오랫동안 진행했고 이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참여자가 운동 효과를 경험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아침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 까닭은 내적으로는 누군가를 계속 모집해야 하고 그들을 계속 신경 써야 하는 부담감, 노력과 비교하면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 개인 운동을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욕구, 그리고 오랫동안 모임을 진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운동 의욕 저하(매너리즘) 등 때문이었다. 외적 요인으로는 미세먼지나 계절, 날씨 변화에 따른 운동의 어려움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가격은 특별히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도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저렴한 금액이었다.  

여하튼 이러한 까닭에 헬스장이 폐쇄되었어도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시 짜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운동 의욕을 어떻게 느끼게 하느냐의 문제였다. 우선은 집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만 했다. 내게 이곳의 의미는 쉬거나 자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서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고 의지를 발휘하여 운동해야만 했다.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무엇을 습관화하려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위와 같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나름의 구체적이고 규칙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또한 필요했다. 그것은 어떤 강력한 내적 동기가 될 수 있고 혹은 강제에 의한 외적 동기가 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내적 동기는 주짓수를 잘하고 싶은 욕구와 같은 것이었고 외적 동기는 벌금제나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를 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이 두 동기를 적절하게 섞는 것이다. 내적 동기가 약하고 외적 동기가 크면 쉽게 지치거나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내적 동기는 있되 외적 동기가 없으면 다른 일이 있을 때 핑계를 대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지금의 홈트레이닝의 경우 외적 동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외적 동기가 없더라도 꾸준히 해 온 습관이 있기 때문에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상황과 시간만 설정하면 다시 이곳에서 운동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주짓수를 잘하고 싶은 내적 동기가 충분히 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장과 헬스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전까지 충분히 내적 동기로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하튼 무엇이 되었든 계획보다 실행이 중요했다.


성장의 기본 단계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기본 단계는 ‘의지 - 계획 - 실행(도전) - 반복 - 수정 - 숙달’의 과정이다. 의지가 없다면 새로운 것을 얻지 못하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실행하면 시행착오를 좀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실행을 하지 않으면 의지나 계획은 공염불이 된다. 실행까지 했다면 익숙해지거나 무엇인가를 얻기까지 반복이 필요하다. 반복이 필요한 일에서 한 번의 일은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우더라도 실행과 반복의 과정 중에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이 발견되거나 좀 더 효율적인 것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럴 때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히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의 이 과정을 거치면 기술에 숙달하거나 자신만의 노하우로 발전한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중요했다. 젊은 시절에는 열정과 의지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만, 계획이 부족하거나 반복을 하지 못해 숙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를 먹고는 새로운 일에 의지를 내세우거나 도전하는 게 어려워진다. 그렇다 보니 하던 새로운 일보다 젊은 시절 운 좋게 계속하던 일들이 오랜 반복을 거쳐 숙달하게 된다. 지금의 내 나이는 반복과 숙달의 과정은 익숙하니 의지와 계획에 관한 열정을 좀 더 보완하는 게 중요했다.  

참고로 의지와 계획은 구체적이되 너무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된다. 의지나 계획은 열정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불이 피워졌을 때 실행하는 게 좋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 실행을 하게 되면 설령, 계획이 미흡하더라도 실행하면 익숙한 반복과 수정을 통해 좋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나 역시 대략적인 계획을 잡고 그날 저녁 6시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날은 타바타를 하고 밴드 당기기를 하고 배밀기를 하고 스플릿 런지 및 기타 등등의 운동을 했다. 그중에서 특히 배밀기가 좋았는데, 가까스로 100회를 하고 잠시 쉬고 다시 100개를 하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하고 나면 팔에 힘이 붙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일었다. 그것은 내가 성장한다고 느낄 때 함께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했다. 무엇인가를 가까스로 끝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 마지막까지 쥐어짰을 때 온몸에서 자동 반응처럼 나타나는 떨림과 긴장감, 그리고 몸과 마음의 빈틈을 빵빵하게 채워지는 듯한 충만감이 있었다. 공허함을 떨쳐버리는 감정이었다. 이내 고갈되어버리겠지만, 이 정도면 자기 전까지는 남아 있을 감정이었다. 자기 전에는 유연성 강화 훈련 겸 다리를 벽에 대고 한동안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누워 있었다. 이대로 잠을 청해보려고 했으나 중력이 벌어진 다리의 근육을 자극했기에 잠들기는 어려웠다.

'이것도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구나….'

한 번에 강한 자극을 줘서 다리를 빨리 찢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은 부상이나 통증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답답한 마음에 한 번에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한 번, 단 한 번 확 찢어버리면 괜찮지 않을까?' 헛된 희망이다. 몸은 다리를 약간 찢을 때마다 고통의 신호를 보내서 한번에 찢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내 마음도 그런 신호를 보냈다면 단 한번으로 끝내버리려던 것들, 그래서 결국 후회했던 일들을 되돌릴 수 있었을텐데….' 어두운 천장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위험을 알리는 고통의 신호를 알아차렸다면, 그러면 안될 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헛된 희망을 품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가자. 한걸음부터 차근차근…. 대신 한걸음마다 단단한 발자국을 새긴다는 생각으로….'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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