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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12. 2020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나의 주짓수 도전기 17.

배밀기와 만두귀(이개혈종)


아무리 사회적 거리를 둔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있어야만 생계가 해결되는 학원이나 도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무작정 계속 휴원을 할 수 없다. 특히 지금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때에는 계속 휴원을 한다는 것은 생계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결국, 위생 관리에 힘쓰고 서로 간에 조심하며 감기나 발열 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여겨질 때는 그 사실을 미리 알리고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2주간의 휴원을 끝으로 도장도 다시 개장했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있던 다른 도장은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열었는데, 그 와중에 2주간 휴원을 결정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었다. 2주간 뜻하지 않은 휴원을 하면서 나름 홈 트레이닝도 하고 동생 집도 다녀오고 새로운 책을 보고 다른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성과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운동 프로그램을 재정비한 것이었다. 그중에서 미는 힘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롭게 도입한 배밀기(정식 명칭은 Hindu Pushup, 힌두 푸시업이다.)는 꽤 재미있었는데, 눈알이 빠질 것 같이 힘들다가도 쉬지 않고 100개를 채우고 나면 뭔가 모를 성취감이 있었다. 운동 후 어깨 근육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거울을 보는 것도 의욕을 자극하는 한 가지 요인이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조금 찜찜한 일도 있었다. 귓바퀴 안쪽에 혹이 생겨 약간 부풀어 오른 것이다. 주짓수나 레슬링 등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귀가 짓눌려 실핏줄이 터져서 피가 고이거나 변형이 온다. 그래서 오랫동안 주짓수나 레슬링을 하신 분들의 귀는 대부분 변형이 되어 있다. 이러한 귀를 꼭 만두처럼 생겨서 해서 만두 귀라고 하는데, 정식 용어는 이개혈종, 영어로는 cauliflower ear(양배추 귀)이다. 만두 귀를 한 사람과 시비를 붙지 말라는 말이 있는 만큼,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에게 있다고만 생각한 만두 귀의 초기 증상이 이제 막 주짓수를 시작한 지 한 달, 뒤이어 2주 동안 쉰 사람에게 생겼다니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롤링(대련)이라도 많이 했다면 모르겠지만, 대련도 이제 막 시작했는데…. 그런데도 이개혈종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게 조금은 두려웠다. 어디를 가야 할지 물으니 누구는 피부과에, 다른 사람은 이비인후과를 가보라고 했다. 어차피 안에 차 있는 피고름을 빼면 되겠거니 싶어서 도장 주변의 피부과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간단한 시술로 안에 있는 내용물을 빼내고 소독을 해 주었다. 그리고서는 소염제 등의 처방을 해 주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내일 다시 찾아가니 상태를 확인하고 소독을 해주었다. 서너 번을 가서 소독을 받은 뒤에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조금의 변형은 일어난 듯하나 내가 보기에도 귀 안에 무언가 차 있거나 아픈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가 되자 예상대로 도장이 다시 오픈했다. 귀도 아물었고 2주 동안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기에 마스크를 끼고 단박에 달려갔다.


<그림 출처: 집사부일체, 유도선수 조준호 편>


중요한 일과 주짓수를 병행하기 위한 전략적 시간 관리.


휴원 이전에는 주짓수의 시작은 오후 6시 30분 시작이었지만, 대체로 5시 30분 정도에 도착해서 몸을 풀곤 했다. 주로 그 1시간 동안은 주로 헬스장에서 했던 타바타나 여러 근력 운동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2주간의 휴원을 하면서 생각해본 결과, 주짓수 시작 전에 무엇보다 해야 할 것은 주짓수와 관련된 드릴(훈련)이었다. 새우 빼기이나 구르기 동작, 혹은 전에 배운 기술 동작조차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체력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한들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홈트레이닝을 통해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을 대체할 수 있으니, 이 공간에서는 드릴을 좀 더 하는 게 효율적일 듯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일찍 오는 1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와서 스트레칭과 16분짜리 타바타만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솔로 드릴과 전날에 배운 기술 연습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약 30~40분가량은 여러 드릴 연습만으로 채울 수 있을 듯했다.

보충 운동은 2부 워밍업 시간인 30분 동안 추가로 하기로 했다. 이때에는 배밀기 운동과 밴드 당기기 운동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시간이 남으면 코어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집어넣기로 했다. 나머지 해야 할 운동은 집에 있는 홈트레이닝 머신을 통해 마치면, 각 운동을 한 자리에서 한 번에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헬스장이나 해왔던 근력 운동과 주짓수를 위해 추가한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모두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청에서 운영하던 헬스장이 잠정 폐쇄되었기에 1시부터 3시 정도까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시간은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시간으로 대체했다. 지금 나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은 꾸준히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운동하는 것, 달리 말하면 몸을 만들거나 주짓수를 하는 것도 글을 쓰는 일에 비하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일이 정말 중요하다면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넉넉한 시간을 만들어야 했기에 지금의 헬스장 폐쇄는 정말 중요한 것을 하게 될 시간을 마련했다는 차원에서 전화위복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운동이 좋았기에 놓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생각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 관리뿐 아니라 곳곳의 빈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을 만들었다. 글 쓰는 것 이외에도 내 인생에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싶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은지라 나 역시 어떤 일에 시간을 투자하면 다른 일은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기할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은 존재했다. 바로 시간 관리였다.

시간 관리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1시간 이상 단위의 굵직한 시간을 관리하는 것, 둘째는 짬짬이 시간을 관리하는 것, 셋째는 수면 관리이다. 1시간 이상 단위의 시간은 지금처럼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적절히 배치하면 되니 어려울 일은 없었다. 문제는 해야 할 일과 다른 일 사이에 남는 짬짬이 시간이었다. 여기에는 아무 곳에서나 짧은 시간에 틈틈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집어넣어야 했다. 위에서는 헬스장에서 같은 시간에 모아서 했던 운동들이 그러했다. 각각의 운동을 개별 단위로 잘라놓고 보면 그렇게 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모두 모아놓으면 2시간 이상의 시간이 되었기에, 일단 그것을 잘라내어 주짓수를 하다가 쉴 수 있는 시간에 배치했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하려면 수면 관리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날의 피곤함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양의 수면을 취해야 하고 또한 아침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날의 자는 시간을 체크하거나 반드시 원하는 시간에 잘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아침 시간에서 허튼짓을 할 유혹은 저녁 시간의 여러 유혹보다 적었기에 무슨 일을 할 때 아침에 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아침에 1시간이라도 일찍 일어나면 내가 원하는 일 가운데 하나를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시간 관리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상황 관리였다. 어떻게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기도록 하는 것은 결국 어떤 상황을 만드느냐와 관련이 있었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더라도 침대에서 누워 있으면 공부나 다른 하고 싶은 일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침 일찍 집을 떠나 커피숍으로 향하던가, 혹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인증샷을 보내는 등, 나를 자극하고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한 상황은 자연적으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스스로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는 마치 주짓수에서 대련 상황과도 같았다. 대련을 하다 보면 어떤 기술을 걸기 위한 상황이 뜻하지 않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상황이 주어지는 것과 상황을 만드는 것, 이 둘 사이에 후자를 잘할수록 하고 싶은 일 중 포기해야 할 일이 줄어든다.

아주 가끔씩은 왜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때로는 빡빡하게 산다고 할 정도로 살고 있는가?' 그것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흔히들 목표 의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그것에 매진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살면서 생각하게 된다고는 하지만 삶이 사르트르의 말처럼 생(Birth)과 사(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고 할 때, 그 삶에서 매번 무엇을 생각하고 판단한 다음 선택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삶도 주짓수처럼 맞닥뜨려지는 순간에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시간을 끌면, 이내 기회의 순간은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을 하고 삶을 설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삶의 순간순간은 오히려 살아가면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그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지향하느냐이다. 이는 순간적인 선택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설정한 목적을 따라가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목적이 어느 지점까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위치라면 지향은 거기까지 가는 길이다. 그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바로 달려갈 수도 있고 길가에 핀 꽃들을 바라보며 걷다가 쉬다가 할 수도 있다. 또한, 목적지는 그곳이며 거기까지 가야 한다고 말해놓고 발은 전혀 다른 곳을 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목적만큼이나 무엇을 지향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오히려 목적이 없을 때도 있는, 그래서 방황한다고 여기는 우리의 삶에서는 지향하는 바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목적이 우리가 대체로 의식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면 지향은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도 하나 또한,) 무의식적인 심리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회와 시대, 어떤 문화가 한 개인에게 부여한 심리일 수도 있고 어떤 가치관처럼 오랫동안 숙지해와서 제2의 천성처럼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녹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비슷한 말이지만, 습성이나 습관처럼 오랫동안 스스로 만들어 온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목적과 연관되어 목적지를 설정하면 그 길을 따르지만, 같은 목적이 있더라도 개인차뿐 아니라 지향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이게 되기도 한다. 가령 주짓수를 할 때 선수가 될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훈련을 게을리한다면, 그는 목표는 선수이나 지향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혹은 어떤 사람이 취미활동으로 주짓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꾸준하고 성실히, 그리고 남들보다 열심히 임한다면 지향은 선수나 전문가와 같은 길은 걷고 있는 게 된다. 이러한 지향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 “마치 전문가인 것처럼 행동하라.”와 같이 “~처럼”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처럼”을 평소에도 지향해왔다면 다른 일에도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지향은 지금은 당장 불확실하고 애매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나 자신에게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지향은 어쩌면 지금 당장 생각하기 어려운 목적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삶의 태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태도에 따라 꾸준히 행동할 때 탁월함을 얻는다.

'내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문득 주짓수에서 내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분명 그 목적은 ‘취미활동’이었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어떤 목적도 없었다. 그저 그때엔,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충동적으로 시도했을 뿐이다. 그리고 주짓수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준 바로 그 사람이, 나의 선택을 칭찬하며 멋진 취미활동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기에, 이것이 좋은 취미활동임을 인식한 것뿐이었다. 취미활동이기에 선수가 될 생각도 없고 후에 대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또한, 언제 다른 사정이 생겨 주짓수를 그만둘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면 나의 지향만큼은 어쩌면 취미활동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운동     


니 슬라이드 패스     


1. 오른 무릎을 기준으로 오른손으로는 상대의 왼쪽 골반을 누르고 오른 다리로 상대의 허벅지 안쪽을 누른다.

2. 이때 왼쪽 다리는 너무 앞쪽으로 두면 상대가 붙잡을 수 있으므로 바깥쪽으로 뺀다.

2. 오른쪽 팔꿈치 쪽으로 상대가 파고들지 못하도록 옆구리에 붙인다.

3. 무릎의 방향은 상대의 명치 방향이고 그 상황에서 몸을 최대한 숙여 안쪽으로 파고든다.

4. 상대가 왼팔과 오른팔로 저항할 때, 상대의 오른팔은 알통 부근을 팔로 눌러주고 왼팔은 고개를 돌려 안쪽으로 파고든다.

5. 오른쪽 어깨는 상대의 오른쪽 얼굴 옆에 최대한 붙여서 압박한다.

6. 상대가 걸은 다리는 다리를 기울여 빠져나온다.

7. 다 빠져나오고 나서는 새우 빼기처럼 엉덩이를 뒤로 밀어붙인다.

8. 무릎은 최대한 상대의 몸통 안쪽에 붙이고 그립을 잡는다.


※ 본 페이지에 적어둔 주짓수의 기술은 기억에 의존하여 복기한 것입니다.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같은 기술이라고 해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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