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팩트풀니스_한스로스링』 발췌 및 요약 정리.
한마디로 세상에 대해 생각하라. 전쟁, 폭력, 자연재해, 인재, 부패······. 상황은 안 좋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것만 같다. 안 그런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며, 빈곤층은 더욱 늘어간다.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원은 곧 동나고 말 것이다. 적어도 서양인 대부분이 언론에서 보고 머릿속에 담아둔 그림은 그렇다. 나는 그것은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 <중략>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한때 나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 낡은 지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조차 세계를 오해하는 걸 보면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악마 같은 언론이나 선전 선동, 가짜 뉴스, 엉터리 사실 탓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내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다. 예컨대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비합리적 두려움을 잠재우고, 사람들의 힘을 건설적 활동으로 돌리기 위해 내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마지막 시도다. … ‘사실충실성’은 건강한 식이요법이나 규칙적 운동처럼 일상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일단 연습해보라. 그러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암기하지 않고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진짜 위험성과 여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되 엉터리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살까?”
그러자 다수가 50퍼센트 이상이라고 대답했고, 그 추정치 평균은 59%였다.
정답은 9%이다. 전 세계에서 겨우 9%가 저소득 국가에 산다. 그리고 기억하는가? 그런 나라에서도 사람의 삶이 생각만큼 그렇게 비참하지 않다는 것도 앞에서 살펴보았다. … 요약하면, 저소득 국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둘로 나뉜 세계에서 다수가 비참하고 결핍된 상태로 살아간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자, 전적으로 오해다. 한마디로 엉터리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분류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붙인 이름을 포기할 수 없으며, 그걸 대체할 말도 없다.
낡은 명칭이 널리 통용되는 한 가지 이유는 워낙 간단해서다. 하지만 틀렸다! 그래서 그 명칭을 대체하기 위해 세상을 나누는 간단하지만 좀 더 적절하고 유용한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세계를 두 집단으로 나누지 않고, 다음 그림처럼 소득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는 방법이다.
사실충실성
극빈층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10%도 안 되었다.
내가 사는 세계는 얼마나 변했는가? 많이 변했는가? 조금 변했는가? 전 세계는 2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9%가 극빈층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9%로 줄었을 정도로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옥을 탈출했다. 인류를 괴롭혀온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 하지만 4단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수십억 인구가 비참한 삶을 탈출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었다. 수십억 인구가 1단계를 힘겹게 빠져나와 2, 3단계로 올라갔다.
기대수명
오늘날 세계 기대수명은 약 70세다. 정확히 말하면 72세다.
현재 상황을 역사적 맥락에 대입해보면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는 오해를 계속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 당장 벌어지는 가뭄이나 기근 같은 비극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거에 벌어진 비극을 안다면 누구나 세계가 그때에 비해 얼마나 많이 투명해졌고, 필요한 곳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
늘 비판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지만, 특히 두려움에 떨 때는 거의 불가능하다. 머릿속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
공포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위험한 것에 공포를 느낄 때라야 그렇다.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우리는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려면 공포 본능을 누르고 실제 사망자 수를 따져봐야 한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 무서운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한 것에 진짜 위험 요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즉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 수 있다. …나는 내 공포를 우리가 진화하던 그 옛날에 존재하던 위험이 아니라, 오늘날 정말 위험한 것에 집중하고 싶다.
사실충실성
비율을 왜곡하는 것은, 다시 말해 크기를 오판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성향도 본능이다. 나칼라 병원에서처럼 하나의 사례, 즉 눈에 보이는 피해자 한 명의 중요성을 오판하는 것은 본능에서 나온다. 이 두 성향이 크기 본능의 두 가지 핵심이다. <중략>
자선단체와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고통받는 개인의 모습과 함께 끊임없이 보여주다 보니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다른 모든 비율과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그러면서 일부 비율은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중략>
크기 본능은 우리의 제한된 관심과 자원을 개별 사례나 눈에 보이는 피해자, 또는 우리 눈앞에 있는 구체적인 것에 쏟게 만든다. 내가 나칼라에서 일하며 세계적 규모를 놓고 이런저런 비교를 했듯 오늘날에는 확실한 데이터를 갖고 그런 비교를 할 수 있는데, 결론은 마찬가지다.
중요성을 오판하지 않으려면 수를 하나만 갖고 따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절대로 숫자 하나만 달랑 남겨두지 마라. 절대로! 하나의 수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믿으면 절대 안 된다. 수가 하나라면 적어도 하나는 더 요구해야 한다. 그 수와 비교할 다른 수가 필요하다. … 큰 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비율을 왜곡하기 매우 쉽지만, 다행히 그것을 막을 쉬운 해결책이 있다. 나는 많은 수를 비교해야 할 때,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야 할 때 가장 쉬운 생각 도구를 이용한다. 가장 큰 수를 찾는 방법이다.
이것이 ‘80/20 법칙’의 전부다. … 사망 원인에 관한 문제든, 예산에 관한 문제든 나는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문제에 먼저 주목한다. 더 작은 문제에 시간을 쓸 때는 먼저 이렇게 자문한다. 80%는 어디에 있지? 왜 이 문제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까? 그것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 대부분의 예산에서 전체 항목의 약 20%가 예산 총액의 80%를 차지했다. 그 항목들을 확실히 이해하면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80/20 법칙은 보기만큼 쉬워서 잊지만 않고 사용하면 된다.…
사실충실성
어설프게 일반화를 해도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논리 전개는 맞는 것 같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논리에다 좋은 의도까지 합쳐지면 일반화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영아 돌연 사망이 줄기는커녕 되레 높아진다는 데이터가 나왔는데도 아무런 해명을 못 하다가 1985년에 비로소 홍콩에서 일단의 소아과 의사들이 엎드린 자세가 영아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유럽 의사들은 그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군인과 달리 잠자는 아기는 반사 신경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구토가 나면 옆으로 돌아눕는다. … … “그런데 의사 선생님, 그 일반화가 정말 유효한가요? 잠자는 아기는 의식을 잃은 군인과 많이 다르지 않나요?” 아기 엄마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한들 내가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다. ... 광범위한 일반화는 좋은 의도라는 명분 뒤에 쉽게 숨을 수 있다. <중략>
우리는 비교 불가능한 여러 집단을 일반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우리 논리에 숨은 광범위한 일반화를 찾아내려고 또 노력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지 예전의 단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재평가해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기꺼이 시인해야 한다.
사실충실성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무언가가 지금의 그 상태인 것은 피할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 그럴듯한 간극이 단지 진실일 뿐 아니라 운명이며, 따라서 변하지 않고 변할 수도 없다고 믿는다. … 어떤 대상을 불변의 것으로 보는 본능,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이런 본능이 오늘날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모든 혁신적 변화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사실충실성
그렇다면 언론 말고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까? 누굴 믿을 수 있을까? 전문가는 어떤가? 전문가는 자신이 선택한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이다. 미안하지만, 이들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주의를 사로잡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다른 많은 것을 훌륭하게 설명한다거나, 다른 많은 것의 훌륭한 해결책이 된다는 느낌까지 매끄럽게 쭉 이어지기 쉽다. … 나는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런 성향을 ‘단일 관점 본능’ 이라 부른다. <중략>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할 때 흔히 단일 관점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내가 보기에 크게 두 가지다. 명백한 이유 하나는 정치 이념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번 장 뒷부분에서 다루겠다. 나머지 하나는 전문직과 관련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니다. 많은 활동가가 자신을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최근에는 여성 권리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 강연을 했다. 나는 그들의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292명의 젊고 용감한 페미니스트들이 스톡홀름을 여행하면서 여성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힘을 모았다. 그런데 30세 여성이 학교를 다닌 기간이 30세 남성보다 평균 1년 적을 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중 고작 8%에 불과했다.
… 다른 사례도 있다.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가뿐 아니라 내가 만난 거의 모든 활동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후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자신이 몰두하는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힘없는 동물과 그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헌신하는 활동가는 내가 방금 설명한 실수를 저지른다.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려는 절박한 마음에 이제까지의 발전을 잊는 실수다.
사실충실성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또 면상을 갈겨주겠다고 한번 마음먹으면 다른 해명을 찾으려 하지 않는 탓에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을 줄어든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잠깐 졸았던 기장만 탓하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 기장이 왜 졸았는지, 앞으로 졸지 않으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기장이 졸았는지 알아내느라 다른 생각을 못하면 발전은 없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세계를 이해해야지 비난 본능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비난 본능 때문에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합당한 수준 이상의 힘과 영향력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치 지도자나 최고 경영자는 자기들의 영향력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사람을 찾아내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사실충실성
내게 에볼라 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준 것은 데이터였다. 의심 사례가 3주마다 2배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데이터다. 내게 에볼라와 싸우기 위한 조치들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데이터였다. 확정 사례가 줄고 있음을 알려준 데이터. 데이터는 절대적인 열쇠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어서 데이터의 신뢰성과 그 데이터 생산자의 신뢰성을 보호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촉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 유행병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전 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 그 결과 세계 기대 수명이 10년이나 줄어들어 33세에서 23세가 되었다. … 전염병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새로운 지독한 독감이 여전히 전 세계인의 건강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 독감처럼 매우 빠른 전파력을 갖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질병은 에볼라나 HIV/에이즈 같은 질병보다 인류에 더 큰 위협이 된다. 전염성이 대단히 강하고 그 어떤 방어막도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바이러스로부터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우리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쉽게 말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 … 누구나 어디서든 기초적인 의료를 받도록 해서 질병이 발병하면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를 건강하고 강한 조직으로 유지해 전 세계의 대응을 조율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 위기
대형 은행이 무너지면 2008년 미국의 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촉발한 세계적 참사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해 세계 경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 시스템이 더 단순하다면, 시스템을 이해하고 금융 붕괴를 피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제3차 세계대전
세계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올림픽, 국제무역, 교육 교류 프로그램, 자유로운 인터넷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소통해야 한다. … 과거 폭력 전력이 있는 나라가 현재의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었을 때 자만심과 향수에 빠져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상황을 막는 데는 엄청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기후변화의 거대한 위협을 알아본다고 해서 최악의 시나리오만 살펴볼 필요는 없다. 공기처럼 지구가 공유하는 자원을 관리하려면 세계가 존중하는 권위가 있어야 하고,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는 평화로운 세계라야 한다…. 강력한 국제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득수준이 다른 사람들의 여러 요구와 필요를 인정하는 국제적 연대 의식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니 다른 나라를 압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부터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극도의 빈곤
극도의 빈곤은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이며, 지금 당장 날마다 일어나는 고통이다.
오늘날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가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세계는 좀 더 번영할 수 있었다. 극빈층은 그 어느 때보다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8억 인구가 극빈층이다. … 지금 당장 8억 인구가 빈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해결책도 알고 있다. 평화, 학교 교육, 보편적 기초 의료 서비스, 전기, 깨끗한 물, 화장실, 피임, 시장의 힘을 가동할 소액 대출 등이 필요하다. 가난을 끝내는 데 혁신 따위는 필요 없다. …
사실충실성
교육
왜 우리 의사와 간호사들은 소득수준별 질병 유형을 배우지 않을까? 왜 우리는 학교에서, 사내 교육에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최신 기초 정보를 가르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이 책 각 장 맨 끝에 ‘사실충실성’을 정리한 부분).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 본능을 자극할 때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학교에서 이미 가르치는 비판적 사고의 일부이며, 다음 세대를 여러 가지 무지에서 보호할 것이다.
● 나라마다 건강과 소득수준이 다르고, 대부분의 나라가 중간 수준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내 나라의 사회적 · 경제적 지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 내 나라가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소득수준 변화와 함께 이해하고, 그 지식을 이용해 오늘날 다른 나라의 삶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거의 모든 것이 개선되고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 과거에는 삶이 어떠했는지 가르쳐, 발전이 없었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세상에는 나쁜 일도 일어나지만, 점점 개선되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문화적 · 종교적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뉴스를 소비하는 법, 스트레스를 받거나 절망하지 않고 극적인 이야기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 사람들이 흔히 수치로 어떻게 속임수를 쓰는지 가르쳐야 한다.
● 세계는 계속 변화해서 살아가는 내내 지식과 세계관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업계
대규모 다국적기업과 금융 기업에 종사하는 서양인 대다수가 여전히 뿌리 깊은 낡고 왜곡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려 한다. 그러나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또한 점점 쉬워지고 있다. …
세계가 변하면서 세계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도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주제와 관련해 믿을만한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무척 새로운 현상이다….
세계시장을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은 이미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를 거꾸로바라본다면 데이터가 있어도 엉터리 데이터를 갖고 있거나 데이터가 아예 없을 때만큼이나 세계를 오해할 수 있다…
생산과 관련해서는 세계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십 년 전, 서양 기업은 제조업을 2단계 국가, 이른바 신흥 시장에 아웃소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계화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과정이다.
투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형성된(그리고 언론 탓에 오늘날까지도 이어진)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순진한 시각을 버리고, 오늘날 최고의 투자 기회는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론인, 활동가, 정치인
이들도 극적인 세계관의 피해자일 뿐이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정기적으로 세계관을 점검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며,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 사건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면 그 사건의 비중을 과장하지 않을 수 있다. 부정적 뉴스의 왜곡된 영향력을 알고 있는 일부 언론인은 나쁜 뉴스를 찾는 습관을 버리고, 의미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겠다는 목표 아래 좀 더 건설적인 뉴스를 지향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 양질의 뉴스 매체조차 통계 기관처럼 세계를 중립적으로, 그리고 극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렇게 보도해야 맞겠지만, 그러면 너무 지루할 것이다. … 소비자인 우리가 뉴스를 좀 더 사실에 근거해 소비하고, 뉴스가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
우리가 시험해보고 싶은 좀 더 지역적인 사실 문제, 주제별 사실 문제는 매우 많다. 내가 사는 도시의 사람들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기초적 비율과 추세를 알고 있을까? 시험해본 적이 없으니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 실제로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무수한 무지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가 첫 단계로 이 방법을 제안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사용한 방법을 활용해 독자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무지를 찾아낼 수 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지 묻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은 그런 시험을 무척 좋아한다. 세계의 참모습을 알았을 때 대개는 고무되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지식 시험은 소박하게만 진행한다면, 호기심과 새로운 통찰력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