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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28. 2020

사실충실성에 기반하여 세상을 보는 방법

도서『팩트풀니스_한스로스링』 발췌 및 요약 정리.


지금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팩트를 알아볼 수 있는 세상에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팩트를 찾아보려 하기보다 언론에서 자신의 구미에 맞게 해석하거나 적당히 수정한 기사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한다.

우리에게는 사실 그 자체를 찾아볼 시간이 많지 않고 언론인은 사실에 기반하여 기사를 쓰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는 이따금 반대쪽 진영의 언론인이 쓴 기사를 보고 편파적이라고 욕을 하고 때로는 언론과 언론인 모두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단 그것이 언론의 탓일까?

저자는 사람들의 착각과 무지가 왜 이렇게 널리 퍼졌고 집요할 정도로 그 태도를 바꾸지 않는 까닭이 단순히 자신의 무지함이나 언론의 탓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단순히 무지함을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 따라 잘못된 추측을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세상에 대해 생각하라. 전쟁, 폭력, 자연재해, 인재, 부패······. 상황은 안 좋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것만 같다. 안 그런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며, 빈곤층은 더욱 늘어간다.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원은 곧 동나고 말 것이다. 적어도 서양인 대부분이 언론에서 보고 머릿속에 담아둔 그림은 그렇다. 나는 그것은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 <중략>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한때 나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 낡은 지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조차 세계를 오해하는 걸 보면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악마 같은 언론이나 선전 선동, 가짜 뉴스, 엉터리 사실 탓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이렇게 세상에 대한 극적인 상상력과 그로 인한 오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실충실성(팩트풀니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잠재우고 사람들의 힘을 건설적 활동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이며 가능한 세상 중 ‘가장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내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다. 예컨대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비합리적 두려움을 잠재우고, 사람들의 힘을 건설적 활동으로 돌리기 위해 내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마지막 시도다. … ‘사실충실성’은 건강한 식이요법이나 규칙적 운동처럼 일상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일단 연습해보라. 그러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암기하지 않고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진짜 위험성과 여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되 엉터리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을 정리하면, 이 책은 언론을 점검하거나 텍스트가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책이라기보다 자신의 세계관이나 편견을 고쳐줄 수 있는 책이다. 이념이나 민족, 혹은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한 네 가지 우상(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에 흔들리지 않고 편견 없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우리에게 내재된 10가지 본능을 사실충실성 속에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실충실성은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하는 일종의 ‘넛지’이며 이 도구를 통해 진짜 ‘비판’적이며 합리적인 사고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러면 그가 제시한 인간에게 내재된 10가지 본능과 그 본능에 맞서기 위한 사실충실성에 관하여 알아보겠다.



10가지 본능     


1. 간극 본능     


“전 세계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살까?”
그러자 다수가 50퍼센트 이상이라고 대답했고, 그 추정치 평균은 59%였다.
정답은 9%이다. 전 세계에서 겨우 9%가 저소득 국가에 산다. 그리고 기억하는가? 그런 나라에서도 사람의 삶이 생각만큼 그렇게 비참하지 않다는 것도 앞에서 살펴보았다. … 요약하면, 저소득 국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둘로 나뉜 세계에서 다수가 비참하고 결핍된 상태로 살아간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자, 전적으로 오해다. 한마디로 엉터리다.     


간극 본능은 여러 집단을 크게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이따금 저소득 국가, 고소득 국가로 나누고 그들의 수준을 못사는 나라 혹은 가난하거나 미개한 수준으로까지 낮춘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부수고 세상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려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세계를 두 집단으로 나누지 않고, 소득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는 방법이다. 그는 나아가 테러나 성에 대한 관념이 종교나 문화가 아닌 그들의 소득수준이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데이터를 기반하여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분류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붙인 이름을 포기할 수 없으며, 그걸 대체할 말도 없다.
낡은 명칭이 널리 통용되는 한 가지 이유는 워낙 간단해서다. 하지만 틀렸다! 그래서 그 명칭을 대체하기 위해 세상을 나누는 간단하지만 좀 더 적절하고 유용한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세계를 두 집단으로 나누지 않고, 다음 그림처럼 소득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는 방법이다.      


사실 이분법은 여러 분야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첫 번째나 두 번째 것, 혹은 최대 세 가지 정도는 기억하지만, 그 이상은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상품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각인되는 것도 두 세가지 정도이다. 우리가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속에는 어쩌면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려는 시도, 더는 생각하지 않고 자동 반응같이 이해하려는 태도에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성적이며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면 세상이 좀 더 복잡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사실충실성


이러한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평균 비교를 조심하라.

분산을 살펴본다면 겹치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면 둘 사이의 간극 따위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 극단 비교를 조심하라.

국가로 보나, 사람으로 보나 어느 집단이든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이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다. … 중간층에 사실은 다수의 사람이 존재한다.
●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야가 왜곡된다는 점을 명심해라.

모든 게 다 똑같이 작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 부정 본능   

  

세계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을까? 가령 폭력은 증가하고 있을까? 천연자원은 계속 고갈되고 환경은 계속 점점 더 나빠지고 있을까? 그러나 대체로 많은 경우는 통계로 볼 때, 비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예측과는 달리 좋아지고 있다.      


극빈층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10%도 안 되었다.
내가 사는 세계는 얼마나 변했는가? 많이 변했는가? 조금 변했는가? 전 세계는 2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9%가 극빈층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9%로 줄었을 정도로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옥을 탈출했다. 인류를 괴롭혀온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 하지만 4단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수십억 인구가 비참한 삶을 탈출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었다. 수십억 인구가 1단계를 힘겹게 빠져나와 2, 3단계로 올라갔다.      
기대수명     
오늘날 세계 기대수명은 약 70세다. 정확히 말하면 72세다.
현재 상황을 역사적 맥락에 대입해보면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는 오해를 계속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 당장 벌어지는 가뭄이나 기근 같은 비극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거에 벌어진 비극을 안다면 누구나 세계가 그때에 비해 얼마나 많이 투명해졌고, 필요한 곳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지금의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대개 부정 본능 때문이라고 말한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이다.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충실성


이렇게 주변에서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고 아우성치는 와중에 우리 뇌가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저 뉴스는 부정적인 면을 보도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 나아지지만 나쁘다.

현 수준(예: 나쁘다)과 변화의 방향(예: 좋아진다)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

…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긍정적 소식이었다면 뉴스에 나왔을지 생각해보라.

● 점진적 개선은 뉴스가 안 된다.

● 뉴스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고통이 더 큰 것은 아니다.

● 장밋빛 과거를 조심하라.          



3. 직선 본능     


어떤 추세는 언제나 직선으로 향할까? 이러한 질문에는 우리의 합리적 이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인구는 그렇게 증가하지 않고, 바이러스는 제곱 혹은 그 이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이런 본능을 억제하려면 모든 추세가 ‘단지’ 직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말하자면, 다른 선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이야기는 도표의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 나가리라 단정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선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직선이라고 단정하지 마라.

많은 추세가 직선보다는 S자 곡선이나 미끄럼틀 곡선, 낙타 혹 곡선, 2배 증가 곡선으로 진행된다. 생후 6개월까지의 성장 속도를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아이는 없으며, 그러리라 예상하는 부모도 없다.      



4. 공포본능


늘 비판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지만, 특히 두려움에 떨 때는 거의 불가능하다. 머릿속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


여러 극적인 사건들이 연일 뉴스의 톱 기사화된다. 그래서 세상은 매우 위험하고 우리는 매일 죽음의 위협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저자는 언론은 사람들의 공포 본능을 이용하려는 욕구를 억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납치나 항공기 사고는 위해의 공포와 감금의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겠지만, 우리 사회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덜 폭력적이고 더 안전하다. (책에서는 폭력의 감소가 책 자체의 목적은 아니기에 그에 대한 통계적 지표에 대해서 세세하기 다루고 있지는 않다. 폭력의 감소에 관한 구체적인 지표와 원인 등을 살펴보길 원한다면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추천한다.)

그는 책 전체에서 언론은 원래 그러한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런 상황은 뉴스 생산자의 ‘언론 논리’ 때문이라기보다 뉴스 소비자의 머릿속에 있는 ‘주목 논리’ 탓이 더 크다고 말한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 역시 하나의 산업처럼 된 마당이기에 그들의 마케팅 방법으로 공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은 언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자신의 이익에 활용하려고 한다. 화학 제품을 거르고 구매하는 것, 종교를 믿는 것, 주식에 투자하는 것까지도 그러하다. 이러한 중요한 것은 언론 자체가 스스로 자성의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세상에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사실충실성에 기인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환경 이슈에 관하여 모든 역량과 자원이 미세먼지에 집중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미세먼지 문제는 정말 중요하여 그것이 어디에서 오고 얼마만큼 만들어지는지 구체적인 사실들을 확인하고 고쳐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미세먼지에 관한 공포심으로 말미암아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주목 논리’가 미세먼지에만 집중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저자는 역시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공포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공포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위험한 것에 공포를 느낄 때라야 그렇다.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우리는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려면 공포 본능을 누르고 실제 사망자 수를 따져봐야 한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 무서운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한 것에 진짜 위험 요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즉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 수 있다. …나는 내 공포를 우리가 진화하던 그 옛날에 존재하던 위험이 아니라, 오늘날 정말 위험한 것에 집중하고 싶다.      


사실충실성


공포 본능을 이기기 위한 사실 충실성은 지금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 본능을 이기려면 위험성을 계산해야 한다.          


● 무서운 세계: 공포 대 현실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우리는 주목 필터나 언론에 걸러진 무서운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 위험성 = 실제 위험 X 노출

어떤 대상의 위험성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그것에 노출되는 정도를 합쳐 결정한다.

● 실행하기 전에 진정하라.

두려움을 느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공포가 진정될 때까지 가급적 결정을 유보하라.



5. 크기 본능


비율을 왜곡하는 것은, 다시 말해 크기를 오판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성향도 본능이다. 나칼라 병원에서처럼 하나의 사례, 즉 눈에 보이는 피해자 한 명의 중요성을 오판하는 것은 본능에서 나온다. 이 두 성향이 크기 본능의 두 가지 핵심이다. <중략>
자선단체와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고통받는 개인의 모습과 함께 끊임없이 보여주다 보니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다른 모든 비율과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그러면서 일부 비율은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중략>
크기 본능은 우리의 제한된 관심과 자원을 개별 사례나 눈에 보이는 피해자, 또는 우리 눈앞에 있는 구체적인 것에 쏟게 만든다. 내가 나칼라에서 일하며 세계적 규모를 놓고 이런저런 비교를 했듯 오늘날에는 확실한 데이터를 갖고 그런 비교를 할 수 있는데, 결론은 마찬가지다.     


스티븐 핑거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20세기의 두 차례의 거대한 전쟁은 전에 없는 엄청난 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사회가 더 위험해졌다는 근거, 폭력이 증가했다는 근거로 바로 이러한 거대한 규모의 사상자를 예로 든다. 그러나 비로 보아도 그러할까? 지구상의 전체 인구 대비 사상자의 규모를 비교한다면 과연 사회가 더 많이 위험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팩트풀니스의 저자 역시 그러한 관점으로 이야기하며 중요성을 오판하지 않으려면 수를 비교하라고 말한다.

    

중요성을 오판하지 않으려면 수를 하나만 갖고 따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절대로 숫자 하나만 달랑 남겨두지 마라. 절대로! 하나의 수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믿으면 절대 안 된다. 수가 하나라면 적어도 하나는 더 요구해야 한다. 그 수와 비교할 다른 수가 필요하다. … 큰 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령, 전 세계에서 2016년에 죽은 신생아의 숫자는 460만 명이었다. 이 숫자가 거대한 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이 수는 크지 ‘않다’라고 말한다. 1950년에는 1440만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사망하는 아기의 수는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 아직도 완전히 저 숫자를 없애지 못하지만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의 수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기의 죽음에 대한 연민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자원 배분이라는 현실 속에서는 냉정하게 계산하여 죽는 아이의 수를 더 줄이기 위해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이러한 파악법으로 파레토 법칙으로 알려진 80/20 법칙을 제안한다.     


비율을 왜곡하기 매우 쉽지만, 다행히 그것을 막을 쉬운 해결책이 있다. 나는 많은 수를 비교해야 할 때,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야 할 때 가장 쉬운 생각 도구를 이용한다. 가장 큰 수를 찾는 방법이다.
이것이 ‘80/20 법칙’의 전부다. … 사망 원인에 관한 문제든, 예산에 관한 문제든 나는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문제에 먼저 주목한다. 더 작은 문제에 시간을 쓸 때는 먼저 이렇게 자문한다. 80%는 어디에 있지? 왜 이 문제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까? 그것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 대부분의 예산에서 전체 항목의 약 20%가 예산 총액의 80%를 차지했다. 그 항목들을 확실히 이해하면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80/20 법칙은 보기만큼 쉬워서 잊지만 않고 사용하면 된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크든 작든) 그 수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하라.

    

● 비교하라.

큰 수는 항상 커 보인다. 수치가 달랑 하나만 있으면 오판하기 쉬우니 의심해야 한다. 항상 비교하라. 어떤 수로 나눠보면 더없이 좋다.

● 80/20

가장 큰 항목 몇 개를 찾아 그것부터 처리하라. 그 몇 개가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 나눠라.

총량과 비율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비율이 의미가 더 크다. 크기가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국가 간, 지역 간 비교에서는 1인당 수치를 구해보라.     



6. 일반화 본능


우리는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성향이 있다. 더글러스 호프스테터와 에마뉴엘 샹테는 범주화(유추)야말로 사고의 본질(동명의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사고의 확장이나 빠른 생각을 위하여 이러한 능력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경험이나 심지어 드문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그것이 속한 범주 전체를 속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일반화를 해도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논리 전개는 맞는 것 같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논리에다 좋은 의도까지 합쳐지면 일반화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영아 돌연 사망이 줄기는커녕 되레 높아진다는 데이터가 나왔는데도 아무런 해명을 못 하다가 1985년에 비로소 홍콩에서 일단의 소아과 의사들이 엎드린 자세가 영아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유럽 의사들은 그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군인과 달리 잠자는 아기는 반사 신경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구토가 나면 옆으로 돌아눕는다. … … “그런데 의사 선생님, 그 일반화가 정말 유효한가요? 잠자는 아기는 의식을 잃은 군인과 많이 다르지 않나요?” 아기 엄마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한들 내가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다. ... 광범위한 일반화는 좋은 의도라는 명분 뒤에 쉽게 숨을 수 있다. <중략>
우리는 비교 불가능한 여러 집단을 일반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우리 논리에 숨은 광범위한 일반화를 찾아내려고 또 노력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지 예전의 단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재평가해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기꺼이 시인해야 한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설명은 범주를 이용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범주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일반화는 막을 수 없어서,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엉터리 일반화를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려면 내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라.     


● 집단 ‘내’ 차이점을 찾아보라.

특히 집단이 클 때는 더 작은 집단으로, 더 정확한 범주로 나눌 방법을 찾아보라.

● 집단 ‘간’ 유사점을 찾아보라.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내 범주가 적절한지 점검하라.

● 집단 간 ‘차이점’을 찾아보라.

한 집단에 해당하는 것이 다른 집단에도 해당한다고 단정하지 마라.

● ‘다수’에 주의하라.

다수는 절반이 넘는다는 뜻일 뿐이다. 언급한 다수가 51%인지, 99%인지, 그 중간쯤인지 질문하라.

● 생생한 사례에 주의하라.

생생한 이미지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만, 일반 사례가 아닌 예외일 수 있다.

●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라.

어떤 방법이 이상해 보이면 그것이 어떻게 현명한 해결책이 되는지 호기심을 갖고 겸손한 자세로 생각하라.     



7. 운명 본능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무언가가 지금의 그 상태인 것은 피할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 그럴듯한 간극이 단지 진실일 뿐 아니라 운명이며, 따라서 변하지 않고 변할 수도 없다고 믿는다. … 어떤 대상을 불변의 것으로 보는 본능,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이런 본능이 오늘날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의 모든 혁신적 변화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저 사람은 변하지 않아. 저 나라는 어쩔 수 없어.’ 이런 생각을 가져보거나 은연중에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는 계속 그럴 것으로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문화, 국가, 종교, 국민은 바위가 아니며 끊임없이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변화가 더디더라도 불변은 아니며, 문화도 역시 바뀐다.      


사실충실성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점진적 개선을 추적하라

매년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수십 년 쌓이면 거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

● 지식을 업데이트하라

어떤 지식은 유통기한이 짧다. 기술, 국가, 사회, 문화, 종교는 끊임없이 변한다.

● 할아버지와 이야기해보라.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면 조부모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내 가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라.

● 문화가 변한 사례를 수집하라.

지금의 문화는 어제의 문화였고, 다시 내일의 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라.    


 

8. 단일 관점 본능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라는 책에 보면 전문가들은 하나의 뛰어난 망치만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그렇기에 모든 못을 망치로 처리하려고만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한 가지 경제학만 알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제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 책도 전문가에 대해 경계하는 말을 다음과 같이 남긴다.

      

그렇다면 언론 말고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까? 누굴 믿을 수 있을까? 전문가는 어떤가? 전문가는 자신이 선택한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이다. 미안하지만, 이들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주의를 사로잡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다른 많은 것을 훌륭하게 설명한다거나, 다른 많은 것의 훌륭한 해결책이 된다는 느낌까지 매끄럽게 쭉 이어지기 쉽다. … 나는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런 성향을 ‘단일 관점 본능’ 이라 부른다. <중략>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할 때 흔히 단일 관점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내가 보기에 크게 두 가지다. 명백한 이유 하나는 정치 이념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번 장 뒷부분에서 다루겠다. 나머지 하나는 전문직과 관련한 것이다.


때로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 언론이나 혹은 매체를 통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일 때가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만 전문가일 뿐이며 심지어 자기 분야에서조차 세부 분야에 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니다. 많은 활동가가 자신을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최근에는 여성 권리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 강연을 했다. 나는 그들의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292명의 젊고 용감한 페미니스트들이 스톡홀름을 여행하면서 여성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힘을 모았다. 그런데 30세 여성이 학교를 다닌 기간이 30세 남성보다 평균 1년 적을 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중 고작 8%에 불과했다.
… 다른 사례도 있다.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가뿐 아니라 내가 만난 거의 모든 활동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후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자신이 몰두하는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힘없는 동물과 그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헌신하는 활동가는 내가 방금 설명한 실수를 저지른다.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려는 절박한 마음에 이제까지의 발전을 잊는 실수다.     


이념 역시 그와 비슷하다. 저자는 이념 역시 전문가나 활동가처럼 한 가지 생각이나 한 가지 해결책에 매몰되게 하고, 그러다 보면 더욱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통을 준비하라.


● 생각을 점검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만 수집하지 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점검하게 하고, 내 생각의 단점을 찾게 하라.

● 제한된 전문성

내 분야를 넘어서까지 전문성을 주장하지 마라. 내가 모르는 것에는 겸손하라. 타인의 전문성에도 그 한계에 주의하라.

● 망치와 못

도구를 잘 다룬다면 그 도구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문제를 깊이 분석하다 보면, 그 문제나 내 해결책의 중요성을 과장할 수 있다. 모든 것에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망치라면, 드라이버나 스패너 또는 줄자를 가진 동료를 찾아보라. 다른 분야의 생각도 마다하지 마라.

● 수치를 보되,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세계를 수치 없이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진짜 삶을 말해주는 수치를 사랑하라.

●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하라.

역사는 단순한 유토피아적 시각으로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복잡함을 끌어안아라. 여러 생각을 섞고 절충하라. 문제는 하나씩 사안별로 해결하라.          



9. 비난 본능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또 면상을 갈겨주겠다고 한번 마음먹으면 다른 해명을 찾으려 하지 않는 탓에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을 줄어든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잠깐 졸았던 기장만 탓하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 기장이 왜 졸았는지, 앞으로 졸지 않으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기장이 졸았는지 알아내느라 다른 생각을 못하면 발전은 없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세계를 이해해야지 비난 본능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떤 수많은 일에 관해서 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개선 방안을 찾기보다 그것을 책임졌던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거나 공격을 하곤 한다. 물론 그런 사태를 만든 의사 결정자의 위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 시스템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장해서 그들을 비난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경영인, 언론인, 난민, 외국인에게 퍼져 있는 편견과 비난을 꼬집는다.      


우리는 비난 본능 때문에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합당한 수준 이상의 힘과 영향력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치 지도자나 최고 경영자는 자기들의 영향력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보다 시스템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이 잘 풀릴 때에도 두 종류의 시스템에 더 많은 공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사회 기반이고 둘째는 기술이다.  

나쁜 사람을 찾아내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서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문제가 생기면 비난할 개인이나 집단을 찾지 마라. 나쁜 일은 애초에 의도한 사람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그 상황을 초래한, 여러 원인에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라.

●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라.

어떤 사람이 자기 덕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주장하면,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시스템에도 어느 정도 공을 돌려라.     



10. 다급함 본능     


때로는 언론에서, 때로는 우리 자신조차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된다! 내일은 너무 늦다!” 라는 생각이 있을 때가 있다. 그는 이렇게 재촉하면 비판적 사고를 하기보다 빨리 결정하고 당장 행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마주할 때는 그런 본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한 까닭에 미래의 위험이라면 오히려 상당히 나태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동시에 언급한다.

기후 문제나 환경에 관한 문제들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만들어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비단 환경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레디컬들이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데이터에 기반한 사고이다.     


내게 에볼라 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준 것은 데이터였다. 의심 사례가 3주마다 2배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데이터다. 내게 에볼라와 싸우기 위한 조치들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데이터였다. 확정 사례가 줄고 있음을 알려준 데이터. 데이터는 절대적인 열쇠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어서 데이터의 신뢰성과 그 데이터 생산자의 신뢰성을 보호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촉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는 또한 미래의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고통과 황폐화를 초래할 다섯 가지 위협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세계적 유행병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전 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 그 결과 세계 기대 수명이 10년이나 줄어들어 33세에서 23세가 되었다. … 전염병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새로운 지독한 독감이 여전히 전 세계인의 건강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 독감처럼 매우 빠른 전파력을 갖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질병은 에볼라나 HIV/에이즈 같은 질병보다 인류에 더 큰 위협이 된다. 전염성이 대단히 강하고 그 어떤 방어막도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바이러스로부터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우리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쉽게 말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 … 누구나 어디서든 기초적인 의료를 받도록 해서 질병이 발병하면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를 건강하고 강한 조직으로 유지해 전 세계의 대응을 조율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 위기     
대형 은행이 무너지면 2008년 미국의 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촉발한 세계적 참사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해 세계 경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 시스템이 더 단순하다면, 시스템을 이해하고 금융 붕괴를 피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제3차 세계대전     
세계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올림픽, 국제무역, 교육 교류 프로그램, 자유로운 인터넷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소통해야 한다. … 과거 폭력 전력이 있는 나라가 현재의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었을 때 자만심과 향수에 빠져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상황을 막는 데는 엄청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기후변화의 거대한 위협을 알아본다고 해서 최악의 시나리오만 살펴볼 필요는 없다. 공기처럼 지구가 공유하는 자원을 관리하려면 세계가 존중하는 권위가 있어야 하고,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는 평화로운 세계라야 한다…. 강력한 국제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득수준이 다른 사람들의 여러 요구와 필요를 인정하는 국제적 연대 의식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니 다른 나라를 압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부터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극도의 빈곤     
극도의 빈곤은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이며, 지금 당장 날마다 일어나는 고통이다.
오늘날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가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세계는 좀 더 번영할 수 있었다. 극빈층은 그 어느 때보다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8억 인구가 극빈층이다. … 지금 당장 8억 인구가 빈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해결책도 알고 있다. 평화, 학교 교육, 보편적 기초 의료 서비스, 전기, 깨끗한 물, 화장실, 피임, 시장의 힘을 가동할 소액 대출 등이 필요하다. 가난을 끝내는 데 혁신 따위는 필요 없다. …     


저자는 챕터의 말미에 오해할 수 있는 부분, 즉 뉴스를 외면하거나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가의 말을 무시하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다급한 본능과 극적 본능을 억제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 시급한 문제와 해결책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     


● 심호흡을 하라

다급함 본능이 발동하면 다른 본능도 깨어나 분석적 사고가 멈춰버린다. 일단 시간을 갖고 정보를 더 찾아보라.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것 또는 저것인 경우도 거의 없다.

● 데이터를 고집하라.

무언가가 다급하고 중요하다면 잘 따져봐야 한다. 관련은 있지만 부정확한 데이터, 정확하지만 관련이 없는 데이터를 조심하라. 관련이 있고 정확한 데이터만 쓸모가 있다.

● 점쟁이를 조심하라.

미래 예측은 늘 불확실하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 예측을 경계하라. 최선 또는 최악의 시나리오뿐 아니라 가능한 한 모든 시나리오를 요청하라. 그 예측이 전에는 얼마나 정확했는지 물어보라.

●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물어보고, 검증된 생각인지도 물어보라.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개선과 그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극적이지 않지만 대개 효과가 더 크다.     



11. 사실충실성 실천하기     


사실충실성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이해해야 할까? 다음은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사실충실성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다.     


교육     
왜 우리 의사와 간호사들은 소득수준별 질병 유형을 배우지 않을까? 왜 우리는 학교에서, 사내 교육에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최신 기초 정보를 가르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이 책 각 장 맨 끝에 ‘사실충실성’을 정리한 부분).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 본능을 자극할 때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학교에서 이미 가르치는 비판적 사고의 일부이며, 다음 세대를 여러 가지 무지에서 보호할 것이다.     

● 나라마다 건강과 소득수준이 다르고, 대부분의 나라가 중간 수준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내 나라의 사회적 · 경제적 지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 내 나라가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소득수준 변화와 함께 이해하고, 그 지식을 이용해 오늘날 다른 나라의 삶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거의 모든 것이 개선되고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 과거에는 삶이 어떠했는지 가르쳐, 발전이 없었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세상에는 나쁜 일도 일어나지만, 점점 개선되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문화적 · 종교적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뉴스를 소비하는 법, 스트레스를 받거나 절망하지 않고 극적인 이야기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 사람들이 흔히 수치로 어떻게 속임수를 쓰는지 가르쳐야 한다.
● 세계는 계속 변화해서 살아가는 내내 지식과 세계관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업계      
대규모 다국적기업과 금융 기업에 종사하는 서양인 대다수가 여전히 뿌리 깊은 낡고 왜곡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려 한다. 그러나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또한 점점 쉬워지고 있다. …
세계가 변하면서 세계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도 변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주제와 관련해 믿을만한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무척 새로운 현상이다….
세계시장을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은 이미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를 거꾸로바라본다면 데이터가 있어도 엉터리 데이터를 갖고 있거나 데이터가 아예 없을 때만큼이나 세계를 오해할 수 있다…      
생산과 관련해서는 세계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십 년 전, 서양 기업은 제조업을 2단계 국가, 이른바 신흥 시장에 아웃소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계화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과정이다.
투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형성된(그리고 언론 탓에 오늘날까지도 이어진)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순진한 시각을 버리고, 오늘날 최고의 투자 기회는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론인, 활동가, 정치인     
이들도 극적인 세계관의 피해자일 뿐이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정기적으로 세계관을 점검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며,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 사건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면 그 사건의 비중을 과장하지 않을 수 있다. 부정적 뉴스의 왜곡된 영향력을 알고 있는 일부 언론인은 나쁜 뉴스를 찾는 습관을 버리고, 의미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겠다는 목표 아래 좀 더 건설적인 뉴스를 지향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 양질의 뉴스 매체조차 통계 기관처럼 세계를 중립적으로, 그리고 극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렇게 보도해야 맞겠지만, 그러면 너무 지루할 것이다. … 소비자인 우리가 뉴스를 좀 더 사실에 근거해 소비하고, 뉴스가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     
우리가 시험해보고 싶은 좀 더 지역적인 사실 문제, 주제별 사실 문제는 매우 많다. 내가 사는 도시의 사람들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기초적 비율과 추세를 알고 있을까? 시험해본 적이 없으니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 실제로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무수한 무지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가 첫 단계로 이 방법을 제안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사용한 방법을 활용해 독자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무지를 찾아낼 수 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지 묻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은 그런 시험을 무척 좋아한다. 세계의 참모습을 알았을 때 대개는 고무되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지식 시험은 소박하게만 진행한다면, 호기심과 새로운 통찰력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까? 저자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첫 번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충실성에 기반하여 사회를 바라보면 사회가 드라마나 영화처럼 그리 극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일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기는 하나, 그것이 세상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볼테르가 말한 ‘가능한 세상 중 제일 좋은 세상’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세상에 가진 편견과 본능을 억제하고 바르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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