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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ug 01. 2020

죽음에 관한 이성적인 대답을 찾는 이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 셸리 케이건』


1. 죽음에 대한 이성적 고찰


죽음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마 대부분 그렇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해보았는지를 묻는다면 아마 가까운 이의 죽음을 이야기하거나 두려움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혹 어떤 사람은 위대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그 ‘죽음에 대해서 이성적인 접근을 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아마 대다수는 말하기 어려워하거나 자리를 피하고 말 것입니다. 죽음 자체도 두려워 그 페이지를 들춰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데,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마치 그것은 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미뤄두고 내용을 펼쳐보지도 않고 저리 치워버리는 것과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죽음을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라는 것이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요? 흔히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값지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떠한 논리에서 이러한 말이 나온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흔한 답을 요약하자면 아마 이렇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날도 끝이 있다. 그 끝은 언제 올지 모른다. 70년 뒤가 될 수도 있고 바로 내일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논리는 바로 삶의 가치를 죽음이라는 생체 시간의 종말에 기준을 두고 있으므로 나온 것일 겁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죽음이 없으면 삶은 그 가치가 줄어드는 것일까요?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이 주는 가치는 비단 이것뿐일까요?     


2. 왜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는 죽음의 수용 단계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 단계로 과거에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에서 도민준이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죠. 

타인을 관찰해가며 죽음의 단계를 구분한 그의 이론은 아직도 죽음을 앞둔 이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그에 따라 어떤 심리적 처방과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죽음 자체가 주는 의미, 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단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설명일 뿐이죠.

타인의 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중요한 자료입니다. 다만 이것을 통해서는 죽음 자체가 주는 본질에 대한 이성적인 고찰을 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이며 슬픔입니다. 저 역시 가까운 이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죽음 이후에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은 벌써 10년 이상이 되었음에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죠. 또한,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말할 수 없는 응어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혹자는 제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죽음 자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뭐가 중요한 것인가, 죽고 나면 아무것도 없을 텐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닌가?”

그분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죽음이 값진 것은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이들이 그 죽음을 기리고 받들기 때문이다.’라고 것이겠죠. 숭고한 죽음이라는 관점 혹은 죽음이 주는 의미에서 이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죽음 자체가 주는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우리는 잘 생각하지 않기에, 이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죽음 자체가 주는 본질적 의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저도 지금까지는 살아가며 잘 생각해본 적이 없거니와 혹 생각할수록 그것이 미궁과도 같아서 어려워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사회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 때문에 더 생각해보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흔히 삶과 죽음을 빛과 그림자로 구분합니다. 그림자는 항상 육체가 있는 한 붙어 다닐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빛과 그림자는 나를 육체를 통해 구분됩니다. (우리는 대체로 타인의 그림자를 보면서 자신을 비추는 이 빛을 감사해합니다) 이 책은 그 그림자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림자에 붙어있는 육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육체 속에 영혼이 존재하는지, 나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지, 또한 불멸이 아닌 생이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지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3.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들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간의 분할이라는 관점에서는 매 순간순간 - 우리는 연속적인 존재로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육체는 - 세포 단위에서 분열과 죽음, 생성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렇다면 이러한 죽음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규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영혼? 인격? 어째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똑같은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요? 혹시 영화 ‘맨 인 블랙’이나 다른 SF 영화에서처럼 혹시 어떤 누군가가 어제저녁에 와서 나의 기억을 지우고 다른 새로운 기억으로 바꿔치기한 것은 아닐까요? 또는 혹시 나는 환생한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과거에 내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작은 붓다’라는 영화처럼 누군가의 환생으로 태어난 이라면 죽음 이후에 다시 태어난 나는 그 ‘누군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죽음과 관련한 다른 질문을 더 해볼까요? 뇌사상태에 빠진 인간은 죽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근거는 무엇에 있나요?

이러한 질문들은 과거 토론을 통해서도 논의를 해왔던 것이고 아마 살아가며 한 번쯤 이야기해 볼 법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존재의 고찰,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과도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죠.

죽음의 본질을 들여다볼수록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관이나 관점에 밀접하게 영향을 줍니다. 마치 비행기가 지구 반대편에서 그 반대 지점까지 도달하고자 할 때, 단지 1도만 방향을 꺾는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도착지점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4.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가치가 있다고는 하나 그런데도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원히 살 수는 없더라도 가능한 죽음을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죠. 어떤 이는 ‘자기는 늙어서 나쁜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노망나기 전에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달리 생각하면 나쁜 꼴을 보지만 않는다면 살고 싶다는 의미이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으로 비롯된 것입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는 죽음에 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한 책인 만큼 어려울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대학교의 강의가 책으로 엮인 것이기 때문에 설명이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내용 자체가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가고 다양한 논의를 하나의 책에 담으려 했기 때문에 난해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이성적 접근이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가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지 추론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또 그에 대해 알려진 것도 밝혀진 것도 없으니, 관심을 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죽음에 대한 이성적 접근을 통해 어떤 가치를 발견해 낸다는 것만으로도 어렵지만 읽어볼 만한 것은 아닐까요? 죽음에 대해서 기존의 사고와는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요.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찰해보길 바랍니다. 영혼에 관한 이야기부터 죽음이 본인에게 주는 이미, 죽음에 대한 간접 경험, 죽음의 가치 등등…….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여행을 위한 이들에게 항해서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2014. 08.




오래전에 읽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뿐 아니라 영혼에 관한 생각을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해본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삶에 관한 주제로 생각을 많이 해보지만, 죽음 그 자체를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죽음 이후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종교적인 의미로 접근을 하거나 혹은 감상적이 될 수밖에 없어서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종교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죽음 이후의 예정된 세계에 관한 생각들은 '죽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비이성적인 답변을 내놓게 했고 무신론자들도 대체로 '존재의 끝, 아무것도 없음, 無'라는 그저 종교적 의미에 반박하는 답변 정도로만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이 책은 영혼의 존재, 즉 이원론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끔찍한 책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현실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 종교나 신념에 가까운 것을 철저히 이성적으로 다루다 보니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죽음과 관련한 명제들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접근하거나 사고 실험을 통해 오류를 발견할 수 있으니 논리 게임이나 추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한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그 반대편에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유신론 혹은 무신론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죽음을 이렇게도 이해해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읽어보면, 그 안에서 어떠한 가치를 발견하리라 믿는다.


※ 참고로, 이 책은 예일 대학교 교양 강의를 바탕으로 제작된 책이며, 유튜브에는 강의 전체가 업로드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2J7wSuFRl8&list=PLEA18FAF1AD9047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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