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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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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Sep 04. 2020

어느 새벽, 전화.

새벽 동생으로부터의 전화

울먹이는 목소리

나는 형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며

내가 성공해서 

우리 형, 우리 엄마, 우리 아빠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

모두 뒷바라지 했으면 좋겠다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먹이는 목소리에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몇 번이고 어둠에게 물었다가

이윽고 어리석은 글을 쓰고야 만다

검붉은 얼굴이 되어 있을

어둠 속에서 울먹이고 있을

내 동생을 생각하며

내가 진짜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었느냐고

나는 동생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느냐며

껌뻑이는 커서 안에 담긴 수많은 생각의 편린들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형식도 없는 머저리 같은 글을 남겨본다

나는 머저리일 따름인데

동생은 가난 탓이라 말하고

나는 그 너머의 어둠에 대고 

내가 머저리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저 말없이 들을 뿐이다

그 진실은 그 어둠 속에서 가려져 있고

우리는 그 어둠을 애써 들추지 않는다

대단한, 언젠가는 빛을 볼,

그런 이름으로 포장할 

내 이름

나는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나를 향한 그의 진심은

횡설수설 속에서 피어나고

슬픔은 어둠과 진실을 먹어 자란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저 검은 커서가

검게 어른거리는 동생만큼이나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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