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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Sep 04. 2020

한 여름밤의 꿈

이렇게 이름 붙여도 되나 싶지만

어느 모기 한 마리가 별똥별같이 아래로 떨어지다가 

하나 둘 세바퀴를 연거푸 돌더니

바닥에 안착한다

나는 그 죽일 놈의 모기를 잡으려다 말고

어쩌면 이 놈은 위대한 비행을 시험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며

잠시 동안 아주 위대한 곡예비행에 경의를 표하고 만다

그 짧은 순간 누군가 나를 보았다면

위대한 현자의 모습이라며 

경의에 찬 시선을 마지않았을 것이다.

가장 위대한 모기의 비행은 

내 손바닥 안에서 결국 끝을 맞이했고

위대한 비행술은 한 여름밤의 꿈이 되었다

가장 쓸데없는 꿈

그날 밤 꿈에 모기는 별똥별이 되었고

나는 별을 쫒는 노인이 되었다

그 노인은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

보여준 세 번의 회전이

위대한 별똥별이 준 계시일 거라며

간신히 쥔 곡괭이를 다시 집어던지고

저 별을 쫓는다

가장 쓸데없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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