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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그 어느 날의 기억

by Chris

어느 날은 그대가 왼쪽 머리 부근에

나비 모양의 브로치를 꽂고 온 적이 있었다

아이처럼 한동안 정신이 팔려

꿈에서라도 나비를 갖고 싶었다

그 시절 그녀는 노오란 수선화였다


어느 날은 그대가 검고 긴 치마를 입고

갈매기 같은 웃음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사춘기처럼 한동안 정신이 팔려

꿈에서라도 웃음을 보고 싶었다

그 시절 그녀는 보랏빛 제비꽃이었다


어느 날은 그대가 빛바랜 복장으로

먼발치에서 성-큼 걸어 적이 있었다

초라해하는 모습에 정신이 팔려

꿈에서조차 그녀 행복을 바랐다

지금의 그녀는 파르레한 물망초였다


내게는 소녀였고 여인이었던 그녀는

언제나 그렇게 꽃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엄마가 되고

어스름히 바래져가는 그녀의 색을

무엇으로 감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꿈에서도 잊지 못할 어여쁜 꽃이었다


내 여름날의 애달은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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