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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Dec 29. 2019

Plan B를 실행하고 있는 투잡러의 이야기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읽고 나서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지혜 하나는 '책도 때가 있다.'라는 명제이다.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들의 심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덮었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정년이 존재하지만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문제는 다른 것이고 회사가 나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채워지지 않는 불안감과 욕구들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아직 이뤄야 할게 많고 가보지 않은 길이 많은 경우라면 이런 생각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급여, 더 좋은 환경에 일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 살기에도 바빴다.


다만, 회사는 그야말로 나의 '배'일 뿐임을, 따라서 언젠가 이 배에서 내려야 함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만,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서핑 보드를 집거나 자기만의 작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여러 경험을 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그게 다가 아니구나. 회사는 나와 별개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책에서 소개하는 서퍼들이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 참 대단하네, 멋지네, 부럽네 이런 생각들을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그들의 행동력,
멋지다고 생각한 건 그들의 선택,
부럽다고 생각한 건 그들의 용기다.


이 책은 '딴짓'(다른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1장, 퇴근 후의 삶을 살고 있는 9명의 사람을 인터뷰 한 2장,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져야 할 태도 3장으로 나눠져 있다.


2장에 나오는 9명의 사람들 중,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유투버로 활동하는 한시연 님, 개발자로 일하면서 퇴근 후에는 오프라인 펍을 운영하는 김가영 님, 시스템 개발팀에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글을 쓰는 소설가인 신원섭 님 세분이 눈에 띄었다. 나의 관심 분야의 일들을 이미 실행하고 있는 선구자이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 좋은 점이
각각의 일이 주는 압박을 다른 일에 집중해서 잊을 수 있다.
무미건조하고 반복된 일상에 오히려 활력이 된다.
- 유투버인 한시연 님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을 때 진짜 거기서 보람을 느끼는데, 취향로 3가에서 고객들을 면 대 면으로 만나면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컸다.
- 펍 사장님 김가영 님
 
사실 회사는 큰 조직이니까 일을 하면서 '내가 부품이구나.', '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낄 때가 가끔 있어요. 그럴 때면 자의식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나의 존재 이유는 뭘까 생각할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 저 같은 경우에는 글이 도피처가 되어주더라고요.
- 소설가 신원섭 님


그들은 인터뷰에서 투잡을 했을 때 우려되는 걱정의 목소리에 그만큼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하고 일하면서 해소되지 않은 영역을 해소시켜주기도 한다.


나 역시 회사에서 요구하는 더 해야 하는 것들에 지쳤을 때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나에게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점들도 알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일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딴짓'을 해보고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 보자. 그 길을 이미 걷고 있는 선구자가 있고 나름의 성과를 내면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게 불가능해진 시대에서 언젠가 우리도 배에서 내려야 할 것이고 그때를 잘 준비하면 바다에 당당하게 뛰어들 수 있는 서퍼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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