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
나이가 들게 되면 인간관계로 발생하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경험치로 덜해지긴 했지만 항상 걸려 넘어져서 상처 받게 되는 경우는 여전히 발생했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관계를 대하는 방법과 대처 방식이 여전히 같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관계에 있어서 내가 자주 상처 받게 되는 2가지 상황 있는데 이 책에서 그 해결법을 찾았다.
'나와 너의 관계', '나와 그것의 관계'는 착취-피착취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다. 달리 표현하면 '나와 너의 관계'란 교감을 이루고 상호성이 전제된 사이를, '나와 그것의 관계'는 자기 욕구만 채우면 되는 일방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나는 대게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 '나와 너의 관계'로 다가가는 편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와 그것의 관계'로 다가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늘 상처를 받았다.
책에서 예시로 들었던 '수아 씨'의 사건도 이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였다. 자신을 통해 목적을 이룬 언니라는 사람이 그 후로는 연락이 뜸해졌다는 일화였다.
마음 맞는 언니가 생겨서 좋았는데 저만 그랬나 봐요.
더 괜찮은 대상이 나타나니 전 바로 버려지네요.
상처 받은 수아 씨에게 저자에게 두 관계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눈속임을 쓰거나 관계가 변질된 경우도 존재한다고. 그렇기에 관계를 파악하는 안목이 중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번 찬찬히 생각해보길 권한다. 자신을 고민에 빠뜨린 사람이 있었다면 속앓이만 하지 말고 냉정하게 그려보자. 관계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선배가 '그것'으로 그녀를 대했듯 수아 씨 역시 선배를 '그것'으로 대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그럴 수 있다고 한다면 '상호 호혜적 관계'로 남기면 된다. 이것도 아니라면 스쳐 지나가게 내버려 두면 되는 일이다.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굳이 맞춰줄 필요는 없다. 인생은 좋은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것보다 보내야 할 사람을 '제때' 보내지 못할 때 더 크게 훼손되는 법이다.
나 역시 관계 성격을 파악하지 못해 배신감을 느끼고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작가의 조언대로 관계의 성격을 파악해보고 나도 '나와 그것'의 관계로 대하자고 마음먹으니 불편한 마음이 해소되었고 그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내가 파악한 이런 유형은 내가 가진 그것(정보, 도움)을 얻고 나면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그 사람은 좀 이기적이다.'라고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면 경험상 '나와 그것' 유형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듯 '이해관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 역시 그 사람을 '이해관계'로 받아들이고 대하면 된다.
'나와 너'의 관계가 '이해관계'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찾은 변곡점은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 당연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이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선의를 권리처럼 받아들이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면 경계하자.
이야기를 대체적으로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 또는 공감 주유소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두 경우 대화의 지분율이 한쪽에 지나치게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내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 매번 죽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대화의 점유율을 따져보고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면 문제 제기를 해서 바로 잡으려고 시도해보세요." 만약 시도를 했음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관계를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성격상 부딪치는 게 싫은 사람이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도 좋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 공감 주유소가 되었을 때 '오죽하면 그렇겠어.'라는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저자의 말을 생각해보자.
흔희 공격이라면 마구 화를 쏟아내거나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상 관계 안에서 오가는 공격은 소리 없이 표현된다. 대표적인 것이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고 있다면 분명히 알아둬라. 그 사람은 당신을 좋은 친구로, 좋은 가족으로, 좋은 동료로 생각하기 때문 감정을 쏟아내는 게 아니다. 일종의 공격이다.
누군가 공격한다면 당연 방어해야 한다. 그걸 방치하게 되면 내가 망가지게 된다. 또한 그런 사람을 지속적으로 곁에 두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크다. 유유상종의 다른 뜻은 같은 사람으로 닮아 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이런 상황일 때 대처법으로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다면 선을 긋는 방법으로 "한 시간 정도는 괜찮아. 이후엔 일정이 있어."라고 말한다던가.
부정적인 이야기만 쏟아 내는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해서 "난 어제 피곤하더라. 다음부터는 우리 화제 전환 좀 하자." 의사 표현을 하라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이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유지하고 싶은 관계라면 한동안 거리를 두어 관계를 쉬어간다. 그렇게 했을 때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 또 저절로 정리되기도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니 이 역시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 책을 처음 알게 해 준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