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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Apr 06. 2020

편견을 꼬집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읽고 나서

한가로운 주말 점심을 먹고 켜져 있는 TV 프로그램을 보던 중이었다. 강호동이 나오는 예능 프로였는데 한 출연자가 강호동에게 뚱뚱한 ㅇㅇ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강호동은 여느 놀림받은 사람들의 반응의 교과서처럼 웃어넘겼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그 장면이 크게 보였던 건 어제 읽은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책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쉽사리 무례를 쉽게 범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아무나 볼 수 있는 예능 TV 프로그램에서 쉽게 만나게 되니 책을 읽으며 설마 했던 생각이 들켜 버린 것 같았다. 의식하지 않아서 그동안 몰랐던 걸까. 또 그런 상황에 마땅히 화내야 할 사람은 웃어넘기고 있다니. 그때 작가의 감정이 생각나 쓴웃음이 났다.


이 책을 과격하게 줄여 본다면 작가의 핍박 에세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최저 임금을 받고 회사에서 일했다. 작가는 멀기도 가깝기도 한 지인들로부터 염려라는 가면을 쓴 가해자에게 '살 좀 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다. 작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편견의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심정이 어땠는지 면밀하게 이야기한다.


출근길 지하철, 어디선가 풍겨 오는 썩은 내에 몸서리치며 작가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쉬이 고개를 들거나 신경질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면을 둘러볼 엄두를 내지는 못한다. 냄새의 출처를 추적하는 또 다른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가 아주 높은 확률로 이 공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남자인 나를 범인으로 지목할 것만 같아서다."


또 자신에게 살 빼고 관리 좀 하면 인기가 많은 거라며 긁지 않은 복권과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지가 뭔데 내 외모를 평가해. 살찐 사람 몸은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해도 되는 건가. 게다가 긁지 않은 복권이라니. 상대방은 누구보다 절실히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중인데 타인이 왜 함부로 그 사람을 무엇이 되지 못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인가."


작가는 이런 상황에 약자가 되어 웃어넘긴다. 그것이 매너라고 배운 우리는 불쾌한 상황에도 그저 웃어넘겨야 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래서 직접 말하지 못하더라도 속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 시원한 사이다 같으면서도 나와 닮아 슬프다. 작가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읽으며 3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글을 써서 버텼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어딘가에 털어놓을 대나무 숲은 누구나 필요하니까.


매일 5시에 일어나 회사 근처 카페에서 9시까지 글을 쓰다가 출근하는 자신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 3년 동안 그렇게 글을 써서 2편의 소설을 낸 사람. 그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읽으며 외모만으로 쉽게 단정 짓는 편견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어준 에세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위안이 되었던 문장을 남겨본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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