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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Feb 26. 2020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기 앞의 생> 읽고 나서

이 글에는 책의 줄거리와 결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모모라는 10살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로자 아줌마는 유대인 여성으로 나치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어렵게 탈출해 프랑스에 정착하여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돌보는 아이 중 한 명이 모모다. 젊었을 때 그녀 역시 창녀였기에 창녀들의 사정을 잘 이해했다. 모모가 성장해 갈수록 그녀는 서서히 늙고 병들어간다. 7층 계단을 오르는 일을 힘들어했던 그녀가 나중에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내려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병은 그녀의 정신을 오락가락하게 만든다. 모모는 자신을 지켜주었던 그녀가 늙고 병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나타나지 않았던 부모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그는 정신병동에 감금되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포주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신병동에서 풀려나자마자 자신의 아들을 만나러 왔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목에서 로자 아줌마는 모모를 위해서 유대인 모세가 당신 아들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자는 자신의 아들은 회교도라며 절대로 유대인일 수 없다며 길길이 날뛴다.

이 대목에서 여러 가지 가치관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인다. 정신병동에서 풀려나자마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려 어렵게 그곳까지 찾아왔다. 그런데 로자는 모모가 아들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모모도 자신이 그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신하지만 자신이 아들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길길이 날뛰던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죽게 된다.

다른 날에는 정신이 이상했던 로자 아줌마가 그날은 온전한 정신으로 모모를 지켜낸다. 그리고 나이를 4살이나 속였던 이유는 모모가 자신을 떠나갈까 봐 두려웠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내내 예상했지만 로자 아줌마는 모모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걱정했고 보살폈다.


로자 아줌마의 병이 심각해 지자 사람들은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시키려 한다. 그러자 모모는 병원만은 싫다고 했던 그녀를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친척이 데리러 오기로 했다고... 그리고 그녀가 두려울 때 도망가는 지하 장소로 그녀를 이동시킨다. 그녀는 얼마 후 죽게 되는데 모모는 그 곁을 지킨다. 썩는 냄새를 숨기려 향수를 사다가 뿌리고 그 옆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고약해지는 썩는 냄새 때문에 들통이 나게 되고 모모는 구출된다. 그 후 다행히도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프랑스 부부 가정에 머물게 되는 것으로 끝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복잡한 감정들이 들었다. 연민, 안도, 슬픔, 감사, 죽음, 늙어가는 것, 산다는 것 주제들이 떠올랐다.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존엄하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죽을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대목이 있었다. 고통받으면서도 병원에 가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로자 아줌마와 그녀를 보며 모모는 같은 유대인 의사 카츠에게 안락사를 청한다. 그리고 자결권에 대해 주장한다. (민족자결권이라고 번역되었는데 의미상 자결권이 맞아 보임) 66세 권총으로 자살한 작가의 행적을 보며 작가는 자기가 원할 때 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실천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모의 환경은 지극히 열악했다. 하지만 자신을 돌봐준 로자라는 여성이 있었고 같은 아랍인 하밀 할아버지가 있었으며 로자가 불안해할 때 모모에 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해주는 유대인 의사 카츠가 있었다. 로자가 모모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여장 남성인 롤라 아주머니는 모모와 로자를 돌봐주었다. 또 격렬한 슬픔에  휩싸였을 때 따뜻하게 대해준 다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의 직업, 출신,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누군가 힘들어하고 슬퍼할 때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관심과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만큼의 보살핌이 모모를 살게 했다.


작가는 모모의 말을 통해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아직 나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죽음과 존엄사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나도 병들어 고통 속에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할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는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두 번째 질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관심과 보살핌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것이 크다 보니 이 두 가지고 그 범주 안에 들 수 있겠다. 요즘 물질적 풍요는 커졌지만 마음적 풍요는 적어진 것 같다. 삶이 바쁘다 보니 자신만 생각하기에도 힘든 세상이 됐고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일에 인색해진 시대가 되었다. 관종이라는 단어도 관심에 인색해진 시대를 반영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봐주는게 못마땅하니 관종이라는 단어가 나온 게 아닐까. 바쁜 삶이지만 일부러 여유를 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으며 지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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