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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Nov 20. 2018

# 인공지능 시대의 반려견

로봇 반려견은 숨이 없다

서기 2020년을 바라보는 디지털 시대에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는 인공지능 및 그와 수반된 테크놀로지는 반려동물과 수의학이란 분야에 꽤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어울리다’는 말의 의미는 어떤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존재가 공존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각적 느낌 또는 이성적 평가이다. 이것은 본래의 속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 (자연스럽다는 말은 얼마나 주관적인가)에 기인할 수도 있고,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규정하고 교육하여 익숙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학의 발전이란 기본적으로 자연의 속성을 발견함으로써 이루어지므로, 완벽히 인간의 창조물이라고 생각되는 아이폰이라 할지라도 모두 우리가 발붙여 살고 있는 우주 속의 지구와 자연의 법칙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반려동물 사이의 관계는 쉬이 연결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의 자연적 속성이 인공지능에 대해 이질감 및 거부감을 형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각 분야에서 강조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인공지능은 컴퓨터, 데이터, 미래산업, 창조성과 같은 단어와 어울린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컴퓨터는 인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컴퓨터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순간, 인간은 기존에 없던 무한한 욕구를 그 기계를 통해 발생시켰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매력은 그것을 더 갈구하게끔 만든다. 그것은 곧 빅데이터, 문자 그대로 “많은 것”에 대한 축적의 욕구로 이어졌다. 자본주의 시대에 많은 것은 곧 돈과 직결되며, 특히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낼 때 그 능력이 발휘된다.


그와 반대로, 반려동물이란 것은 (비록 반려라는 말은 비교적 최근에 사용되는 말이지만), 가축이란 개념과 유사한 선상에 놓는다면 인간의 거의 모든 역사에 함께 한 존재이다. 그리고 동물은 많은 것에 속한다. 인류에게 동물은 새로운 것이 아니기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더욱이 동물은 인간의 창조물이 아니며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주도적으로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재화를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하는데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의 선봉장이 될 수 없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급성장에 대해 우리는 듣지만, 과거의 시장이 0에 수렴하는 수준이었기에 상대적 증가가 무한대처럼 두드러져 보일 뿐, 외식, 숙박, 쇼핑, 소셜 네트워크 등 인간 사회의 거대 규모경제에 비할 바는 못된다.


인공지능과 테크놀로지는 철저하게 이성과 논리 중심이라면, 동물은 지극히 감성과 감정의 영역이다. 삭막해지는 현대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관심을 가지며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에 기대지만, 동물을 키운다는 것 (또는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의 인내와 불편함, 희생을 요구한다. 나를 위해 아마존에서 편하게 클릭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반려동물을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이 증가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맘에 안 드는 물건을 택배 기사가 방문해 알아서 반품할 장소로 가져다주는 것을 누워서 보는 대신, 시간과 정성과 돈을 들여서 직접 아픈 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는 수고로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에 기대기보단, 인간의 말초적 유흥과 순간의 편리함을 만족시키기는 방법을 택하여 그곳에 막대한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이런 상반된 속성을 갖는 두 가지 분야를 융합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이며 불가능에 가깝다. 자본과 시간이 투입되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둘을 어울린다는 것은 자본과 반려동물 자체가 갖고 있는 속성의 근본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가 있었고 보기 좋게 실패했다.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처럼, 소셜 네트워크를 동물에게 적용하여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한다면? 아니면 왓슨옹콜 처럼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기술의 발전을 수의학에 적용한다면?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 일이다. 다만 동물과 수의학 분야에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가까운 미래에 보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반려견을 마트 진열대에서 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복지를 신경 써도 되지 않는 살아 있는 동물과는 전혀 관련 없는 제품을 말이다. 이왕이면 고양이로도 변신할 수 있는 로봇이면 더 잘 팔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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