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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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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Nov 30. 2018

# 미국 개는 유선종양에 걸리지 않는다

개는 국적이 없기 때문에 미국 개라는 표현은 좀 이상하다. 정확히는 미국에서 키워지고 있는 개를 지칭한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에 있는 개가 유선종양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얼터당토 않는 말 또한 아니다. 다른 나라의 개들보다 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이니깐. 단지 미국에 산다는 이유로 암이 안 걸린다면 얼마나 불공평할까. 하지만 미국의 개가 유선종양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는 중성화를 시킨 암컷 개에서 유선종양 발생률이 적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중성화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중성화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강조하며 보호자를 교육시켜 왔고 그만큼 중성화를 시키는 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암컷 개를 첫 발정 이전에 중성화를 시킬 경우 유선종양 발생을 95% 확률로 예방할 수 있다. 호르몬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운 암을 95%의 수치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다. 추가적으로 중성화는 자궁 축농증과 같은 다른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자궁에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자궁을 없앤다? 이 얼마나 무식한 방법인가. 어이없는 방책으로 들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최선보단 차선 또는 차악이라 해두자.


아무튼, 유선 종양은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 개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유선에 종양이 발생하면 약 50%는 악성으로 진단되고 수술로 유선을 전부 제거하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예후 인자도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어서 질병의 경과를 예측하기도 매우 어렵다. 질병이 흔하다는 것은 샘플 확보가 용이하고 연구를 진행학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개의 유선 종양에 대한 연구는 유럽, 일본, 브라질 등에서 많이 진행되었고 한국에서도 수의학의 발전과 함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 미국에선 다른 분야에 비해 유선 종양 경구가 미비하다. 암을 진단하는 분야에선 아무래도 미국의 병리학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이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브라질의 연구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추세이다.

수의 병리학자가 현미경을 이용해 암을 진단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선진국에서 반려동물 수의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에서 중성화를 이유로 유선 종양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인 치료가 없이 중성화라는 쉬운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컷 개를 중성화시키지 않고 유선 종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암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것은 사람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막대한 돈을 지출하면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매달려도 지지부진하다. 그러면 개의 유선 종양은 어떻게 해야 될까. 한국에서는 그저 다른 선진국이 치료법 만들기만 기다려야 할까. 치료약을 개발하진 못하더라도 유전적 소인을 걸러내기 위한 브리딩과 애견 문화의 변화 및 수의학적 자료 수집과 함께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사람도 먹고살긴 힘든 한국에서 '개의 유선종양을 연구하기 위해 펀드를 좀 조성해 주세요'라고 하면 배부른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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