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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Dec 07. 2018

미국에서 산다는 것

브런치에도 그렇고 이런 글이 많다.

"... 으로 산다는 것"

"... 에서 산다는 것"


누가 유행시켰는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류의 제목을 많이 본다. 나도 이 제목을 붙여보았다만 왠지 모르게 오글거리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그것을 감내하면서 한번 써보았는데, 내가 드는 의문은 왜 이런 제목을 붙이는 데에 '민망한' 느낌이 드냐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소수의 독특한 경험을 하는 경우, 직업적 독특성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아니면 사회에서 무시 또는 천대를 받는 경우, 억울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다. 이 두 가지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 또는 사회의 분노를 자아낼 만한 경우이다. 또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만한 일들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호기심과 관심을 보일만한 요소가 있을 때이다. 이렇게 경우를 나열하다 보니, 처음엔 특별한 경우에만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모든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경험을 통해 누구나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이는 각자 나름의 다양한 생각과 독특한 이야기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이 자식으로, 부모로, 학생으로 살며 "자식으로 산다는 것", "부모로 산다는 것", "학생으로 산다는 것"을 경험하지만, 같은 환경에서도 개인이 느끼는 바에 따라 다양성과 개성이 추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산다는 소재를 꺼내기가 민망하다. 한국이 아닌 외국 어딘가에 사는 사람이 이런 류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대단한 일이라고...' 라는 비뚤어진 생각이기도 하고, 여행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동방견문록과 같이 여행기도 아니고, 이민기(?), 외국 경험기(?) 이런 분류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한국에 산다는 것'이라고 했으면 조금 나았을까? 다른 측면으로는, 아마도 "OO에 관한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일 수 있다. 한 개인이 단편적 경험을 통해 전체를 규정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만약 내가 아프리카 오지 어딘가에서 한국인이 아무도 없는 곳에 산다면,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개척자로서 나름의 정의를 내리는 것에 대해 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아마도) 그것에 관심을 가지리라. 그와 반대로, 미국에 산다는 것에 대해 뭘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왜 말하려고 하는가. 여기에 불확실함이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살았고 살아가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 고작 내가 짧고 제한된 경험으로 뭘 더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결국 자신감의 문제일까 아니면 정당성의 문제일까.


더욱이 "것"이라 글자를 붙이는 순간 그 문장에서는 단정적인 느낌이 더해진다. 이런 부담을 무릅쓰면서 '미국에 사는 것'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운 이유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30년을 한국에서만 살아온 내가 경험한 미국은 10년도 안 되었다. 한국에서 살았던 삶의 3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이다. 더욱이 한국은 인생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주요 시기인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다. 서른이 넘어 경험하는 외국은 몇 년이 지나도 그저 외국인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은 또, 진부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류를 생각해 내는 수준에 이르고야 만다.  


단 하루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때론 과장을 동반하기도 한다. 새로움이 익숙함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요즘 "OO에서 한 달 살기"등이 유행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근거에 기대어, 정당성은 차치하고 자신감만이라도 붙들어 본다. 추가로 독특함을 덧붙이는 노력을 해본다면, 나에게 미국에 산다는 것은 개를 연구하면서도 '아직까지'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꿈은 항상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었다. 세상을 모르던 어린 시기에 정확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몰랐어도, 그것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수의사가 됨으로써 그 꿈이 '무엇'이라는 측면에서는 완벽하게 이루어진 셈인데, '어디서'라는 배경이 미국이 되었다. 그것은 전혀 생각해 보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전개이다.

USA라고 검색을 했는데 군인과 개가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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