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글을 읽으면 마침표 다음에 댓글의 내용을 상상한다.
카세트테이프나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 한 곡이 끝나고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는 찰나의 순간에 그다음 곡의 전주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처럼.
인터넷 글이 아닌 종이책의 활자를 읽을 때에도, 댓글을 적는 란이 없는데도,
빈 여백을 보며 댓글이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요즘같이 즉각적인 소통이 요구되는 시대에 종이책은 그야말로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불통의 창구이다.
댓글을 아예 막아놓다니.
하지만 이는 매우 느린 소통의 통로.
즉각적인 반응을 사전에 차단하고 생각할 시간을 벌게 한다.
그것은 여유와 답답함 사이의 줄다리기.
좋아요를 누를 수 없는 갑갑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책 읽기에 더 이상 매력을 못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것은 독자와 작가의 비효율적인 만남이다.
당장 핸드폰을 켜고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클릭하면 훨씬 빠르니까 말이다. 그 기술은 활자를 머릿속에서 한 번 더 프로세싱해서 이미지화를 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 사진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신경에 전달할 수 있게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사람은 빨리 내달리는 소통의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