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잇독 Jan 04. 2019

유치원

내겐 유치원 졸업장이 없다.

다들 그런 줄 알았다.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는 나를 동네 사진관에 데려가셨다.

사진관 아저씨는 내 머리에 학사모와 가운을 입히시곤 사진을 한방 찍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이미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2학년이나 다니고 있는데 유치원 학사모라니.


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유치원에 못 보내신 게 못내 미안하고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나는 그때 인식하지 못했지만 주변 아이들은 아마 다들 유치원을 다녔었나 보다.

그리고 유치원 졸업식 사진이 하나씩은 있었나 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진이라도 하나 남겨줘야겠다고 생각하셨단다.


고등학교에 가서 친구들의 유치원 졸업 사진을 보고 나서야 나도 알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졸업식을 했다는 것을.

 

다행히도 유치원을 못 다닌 게 나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유치원은 안 다녔어도 어머니의 사랑이 부족하진 않았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미안하다는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