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잇독 Feb 28. 2019

1억이 있으면 좋을까

대학원생 시절 함께 연구실 생활을 하던 후배는 힘든 연구와 공부의 시간에 소소한 행복을 찾고자 토토 복권을 재미 삼아했다.

합법적 스포츠 토토 말이다.


어느 날 그는 150배의 배당금을 받았다고 담담하게 내게 얘기했다.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쉽게도 100원밖에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150배를 받아도 고작 15,000원밖에 안 되는 수익이다.

'그래도 공짜로 얻은 만오천 원이 어딘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그렇지 않다.


100원이 아니라 500원을 걸어볼걸.
1000원 걸었으면 15만원인데.
밥 한 끼 먹을 1만 원만 투자했으면 150만원 버는 기회였는데!


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인간이란 존재고 우리가 갖는 아쉬움이다. 물론 그 후배는 그 이후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 허황된 꿈은 꾸지 않고 성실히 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꾸지만 말 그대로 그냥 꿈으로 여긴다. 현실성이 없기에 딱히 기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보통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100억이 떨어지길 기대하기보단, 1억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물가에 100만원은 너무 적고 (가장 저렴한 신형 아이폰 하나밖에 못 산다),

1000만원은 큰돈이긴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맘에 드는 자동차 하나도 못 산다.


1억 정도 있으면,

아이폰 하나 부담 없이 사고,

적당한 중형 자동차도 하나 살 수 있고,

집 대출을 갚거나,

전세 및 집을 구입하는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평수를 늘려 이사 갈 수도 있다.


물론 좀 더 부유한 경우에는 1억도 부족하긴 매한가지이지만, 근로자 평균 연봉이 5천만원이 안 되는 사회에서 보통 사람에게 1억이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흥청망청 쓸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사고 싶은 거 안 사고, 직장에서 더러운 꼴 보는걸 겨우겨우 참으면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서민들에겐, 10억보단 1억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그럼 종잣돈 삼아 조금 형편이 펼 텐데.

그럼 좀 더 힘내서 일할 수 있을 텐데.

그럼 좀 더 우리 가정이 행복해질 텐데.


행복과 돈이 무조건 긍정적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경제적 여유가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신빙성 있게 들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1억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영원히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항상 조금 부족하다.

많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주 조금 부족할 뿐이다.

그래서 그냥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달러 가지고 무얼 하랴.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작스레 우울감이 몰려올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