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감정적 존재이기에 누구나 기쁨,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을 갖는다. 우울한 기분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차가 있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만,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우울한 기분을 한 번쯤은 경험할 것이다. 물론 개중에 감정에 무딘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본인의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간혹 이런 경우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하는데 그런 반응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감정에 반응하는 역치의 수준이 다를 뿐이다.
외부적 자극이 없이, 또는 알아차릴 수 없는 이유로 말미암아 가끔씩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런 기분 자체가 생리 현상이 아닌 병리 현상이 치환되면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약과 독이 한 끝 차이인 것처럼, 정상과 병의 경계선도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그 경계선에 서 있을 때 몸을 살짝 좌로 트느냐 우로 트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 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 항상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 사람도 실상은 누구보다 극심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을 수도 있다. 기쁨과 행복이 외부적으로 분출되지 않는 경향을 가진 사람은 슬픔과 우울감에도 무딘 사람이다. 행복과 기쁨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누리는 것처럼 우울과 외로움, 슬픔에도 건전한 방식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잠시 우울함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우울의 반대말이 희열이라 생각되진 않지만 hypo가 있어야 hyper도 의미가 있고 슬픔이 있어야 기쁨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