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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Feb 12. 2019

어디 가봤다 라는 말

인간은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기, 답사기 등의 기록을 통해 그것이 단지 현시대 인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아마 그것이 여행을 불러일으키는 첫 번째 동기 이리라.


물론 단순하게 모든 인류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소수 여행광의 취미 생활이거나 그저 "개인 취향"일뿐이기도 하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땅을 밟고, 그곳의 경치를 보고, 사람들과 동물들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등의 감각 행위는 분명 상상이나 간접경험을 통해 유발되는 차원의 쾌락을 뛰어넘는다.

   

여행의 유익은 여러 가지가 있고, 개인마다 상황마다 그 의미가 다르기에 여행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일, 정의하는 일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여행의 의미를 무 자르듯 깔끔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과 과학의 발달, 특히 SNS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여행을 추구하는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그런데 그 여행의 욕구라는 것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호기심"을 충족하는 차원이 아닌, "소유욕"이나 "자기만족" 또는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 근거할 때가 훨씬 많다.


그것은 "어디를 가봤다"는 표현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딘가에 가봤다 라는 것 자체로 우리는 때로 만족한다. 여행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는지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유익을 끼쳤는지에 대한 고찰 없이, 어딘가의 땅을 밟았고, 사진을 찍었고, 먹어봤다 라는 경험 자체를 최대 가치로 여긴다.

그것 차제는 곧 스펙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록하고 증명하고 포스팅한다.


A지역에 가봤습니까 라는 질문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고 "예" 1점, "아니오"는 0점. 합산 20점.


이런 식으로 점수화, 계량화를 하고 나 자신 또는 다른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세계 지도 위에 점을 찍고 선을 연결하는 행위.

그 위에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자본주의 사회에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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