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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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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Oct 03. 2019

# 싸구려 강아지 구충제라도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 말기 폐암 환자를 완치하다

우리는 언론 매체가 가진 특별한 능력, 즉 우리의 현실 감각에 영향을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력에 대해 전혀 체계적으로 지도받지 않는다.

이 ‘사실’이 지닌 문제는 오늘날 신뢰할 만한 사실 보도를 찾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문제는 우리가 더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한 그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뉴스의 시대] p13, p32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암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는가.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모든 정보는 도처에 널려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에는 암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온갖 종류의 지식이 넘쳐난다. 국가암정보센터, 각 대학병원 홈페이지 자료,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 한의원 등에서 환자 교육과 마케팅을 위해 배포하는 자료 등을 누구나 얻을 수 있다. 열람을 위한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 영어에 익숙하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료라도 그것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노출되는 정보와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크다. 그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뉴스나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일차적으로 작성자에 의해 걸러지고 정리된다. 때로는 과학적인 사실 외에 다른 요인들이 접목되기도 한다. 블로그를 통해 개인의 경험이 나누어지기도 한다. 과학적 사실을 전달할 때는 최대한 참고문헌이 표기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자료를 인용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저자의 서술에 대한 진위 여부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전문가는 어려운 논문을 인용하지만 원문의 핵심과 벗어나거나 자료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그 분야의 전문가나 이익에 관련된 사람이 아닌 이상 원본을 찾아보며 검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같은 분야의 전문가조차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검증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일반인은 전문가의 저술에서도 왜곡된 정보와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것은 저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부족한 배경지식이나 꼼꼼한 문헌 조사의 미비로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팩트 체크’에 덧붙여, 우리는 이러한 정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강아지 구충제 말기 폐암 환자를 완치하다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누구에겐 단지 온라인 상에서 시간 때우기 용 가십으로 취급되는, 하지만 누군가에겐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줄기 희망 같은 소식을 담은 내용이었다. 미국의 한 폐암 말기 환자가 펜벤다졸이라는 개 구충제를 복용하고 암이 완치되었다는 것이다. 70대 남성인 조 티펜스는 소세포암 (small cell lung carcinoma)이라는 폐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던 도중, 5개월 만에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다. 여러 장기에 암의 전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소세포암이라는 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약 15%에 해당하는 드문 타입의 암이며 다른 폐암에 비해 특히 병의 진행이 빠르고 악성도가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5년 생존율은 20% 미만이며, 약 70%의 환자에서 진단 시에 이미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발견된다. 조 티펜스는 이러한 예후가 불량한 타입의 암을 진단받았고, 불행히도 통계 수치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 다발성 전이가 발견되었다. 더 이상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의 상태였다. 조는 평소 친분이 있던 수의사의 소개로 개의 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을 접하게 된다. 같은 수의사로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는 정말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믿고 있었을까. 여하튼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의사 몰래 이 약을 복용한 조는 기적적으로 그 많던 암이 전부 사라지는 체험을 한다.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생존하게 된다. 이 사실은 그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향해 퍼져나갔고 결국 한국에도 상륙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단지 개인 블로그뿐 아니라 일반 대형 언론사에서도 기사로 다루어지는 등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개의 구충제라는 이유 때문에 수의사인 필자에겐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긴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우리는 암에 대한 민간요법, 식습관의 변화, 친환경 요법 등 다양한 대체 치료법이 제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말기의 암환자가 특별한 방법을 통해 극적으로 완치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벤다졸이 유독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펜벤다졸은 이미 시판 중이고 치료제로 쓰이는 ‘약’이라는 점이다. 산에서 채취한 이름 모를 식물의 뿌리나 우리가 평소에 흔히 먹는 음식의 재료가 아닌, 완제품으로서 제약회사에 의해 생산되는 약품이다. 더욱이 부작용이 적고 원하는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시킨다. 우리에게 심적으로 과학적 신빙성이 부여되는 측면이다.

두 번째는 오히려 반대인데, ‘개’와 ‘구충제’라는 단어에서 촉발되는 이미지다. 이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개와 기생충이라는 두 가지 요소는 우리에게 하찮음으로 인식된다. 인간의 생명과 하등 상관없는 개라는 동물에게 사용되는 싸구려 구충제 한 알을 먹음으로써 ‘암의 정복’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과업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헛된 미신을 추종하는 무식하고 한심한 인류의 민낯이라는 비판적 시각으로 확장된다.

세 번째는 병원과 제약회사에 대한 불신 및 음모론이다. 조 티펜스 영상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제공한 유튜브 영상은 단지 폐암 환자가 구충제를 먹고 나았다는 사실 전달로만 그치지 않는다. 말기 암 완치 사례가 정말 참인지에 대한 증명은 차치하더라도, 그 영상의 마지막 부분은 제약회사에 대한 음모론을 더욱 비중 있게 다룬다. 비싼 항암제를 대체하여 값싼 구충제로 암을 완치할 수 있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제약업계는 모두 망할 것이기 때문에 언론과 병원, 의사, 제약회사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이익을 얻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무참히 짓밟는 현상에 대한 반감 심리를 극도로 이용한다. 진실을 감추고 특정 집단이 모의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매력적인 공상과학영화와 일맥상통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버무려져 영상과 기사를 열람하는 시너지 효과를 파생한다.


한국어로 제작된 이 유튜브 영상이 퍼지면서 수많은 정보가 재생산되었다. 의사, 약사, 수의사, 기자, 과학자들이 나서서 진위 여부의 검증 및 해석, 펜벤다졸의 항암제로서의 효용 가능과 복용 시 주의점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미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과 과학적 증거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과 논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가 언론과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하는가이다.

첫째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암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단편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우리는 암에 대해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다. 의사는 가장 최신의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환자를 진료하지만 암 치료법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암 치료는커녕, 암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에 대한 지식도 여전히 부족하다.

둘째, 전 세계 각지의 병원과 연구기관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활발하게 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획기적이고 완벽한 암 치료법이 개발되었는데 제약회사의 음모에 의해 가려졌을 가능성은 단 1%도 없다. 그중에는 제약회사나 특정 이익 집단과 연계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연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좀 더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암은 단 한 가지의 동일한 질병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다양한 종류의 암을 똑같이 한 가지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완치할 수 있는 약은 단언컨대 없다. 제약회사 음모론을 믿는 것 자체는 암이란 질병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며, 암의 무서움을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이 우리 주변에 수도 없이 많고 그 고통은 타인이 감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우리는 암에 대한 정보를 접할 때 무엇보다 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암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가족 및 친척 중 단 한 명도 암에 걸린 사람이 없더라도 나는 암에 걸릴 수 있다. 아무리 공기 좋은 곳에서 유기농 음식을 먹으며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아도 암에 걸릴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면 우리는 아래의 사례에 대해서도 좀 더 유연한 반응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전립선약, 발모제로 둔갑 (2001년 기사)

[중앙일보] 입력 2001.08.04 10:16

의사들이 20, 30대 탈모 환자들에게도 불법 처방을 해주고 있어 문제다.

'아버지 이름으로 프카(프로스카) 처방전을 받아 1만 7천 원에 30알을 구입했습니다' '인터넷 무료진료 신청을 통해 성형외과에서 프카 90알을 처방받았습니다. 이거면 얼마나 먹을 수 있나요'.

한 인터넷 탈모증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프로스카 구입 체험기의 일부다.

다른 탈모 관련 사이트에도 프로스카 구입 문의와 복용 방법 소개 등이 연일 실리고 있다.

탈모증 환자들이 프로스카에 매달리는 것은 이 제품이 발모제로 시판되는 프로페시아와 성분이 같으면서도 가격이 싸고,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제조사 관계자는 "프로스카의 연 매출액 70억~80억 원 중 10~15%가 대머리 치료제로 편법 처방,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고 말했다. 그만큼 의보 재정이 새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 권준욱 서기관은 "전립선 치료제를 탈모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불법이며 적발된 의사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및 1년 이하의 면허정지를 받게 된다" 고 말했다.


본래의 사용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다른 질병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 비아그라가 있다. 비아그라 (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는 원래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혈관 확장 기능이 탁월하여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로 성공을 거두었다. 프로스카와 프로페시아 (성분명: 피나스테리드 Finasteride)는 탈모치료제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먼저 사용되었다. 위에 언급된 약 18년 전의 기사는, 국내에서 이 약이 합법적으로 탈모치료제로 쓰이기 전에, 이미 ‘불법으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이미 탈모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상태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도화되기 이전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약을 국내에서 탈모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립선 비대증, 탈모치료에 이어 전립선 암 치료 효능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약의 적용범위나 효능은 재정립될 수 있다. 이를 신약 재창출 (drug repurposing)이라고 한다. 펜벤다졸도 값싼 개 구충제라는 편견 만으로 항암 효과를 배제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물론 필자는 약 20년 전의 기사를 통해 지금 합법인 것이 당시에 불법으로 여겨지던 상황을 조롱할 생각은 없다. 약과 독은 한 끝 차이이기에 제도를 마련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에는 신중함과 합리적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 검증을 마친 약물이라면 이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겠지만, 우리가 새로운 약을 접하기까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엄격한 기준이 충족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임상시험을 포함해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총 10 억 – 25억 달러 (한화 약 1.2조 - 3조 원)가 소모된다 [1]. 이러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간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 달려드는 것은, 신약 개발의 성공은 곧 일확천금의 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보인 기업들로 인해 일명 ‘바이오 열풍’이 불었다. 엄밀히 말하면 신약 개발 회사들의 흥행 소식이었다. 새로운 치료제가 미국 FDA에 승인되기만 하면 단숨에 거대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벤처 회사들의 주식이 폭등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임상시험에 성공하지 못하고 주가가 폭락한 사례들을 심심찮게 접한다. 임상시험은 간략하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상은 안전성 평가, 2상은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 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이다. 임상 3상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는 이미 새로운 약물의 독성이 적고 어느 정도 효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의미이다. 3상에서는 동일 질병을 치료하는 기존의 약물보다 더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은 덜 하다는 것이 수천 명가량의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회사 중에도 새로운 항암제를 이용해 임상시험 3상에 도전해 기대를 안겨준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 (Data Monitoring Committee, DMC)의 무용성 평가를 통해 3상 도중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아 많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이 약에 대한 효능은 과학적으로 알려진 것만 최소 19개의 논문에서 보고된다. 그중에서는 저명한 의학 학술지에 출판될 만큼 과학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도 존재한다. 효능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약물의 투여로 암환자의 생존율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2상까지 효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으니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펜벤다졸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설령 조 티펜스가 걸린 폐암이 완치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런 소수의 제한된 사례만으로는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는 의미이다. 전임상 단계에서의 검증이 먼저 요구되며 체계적으로 1,2,3 상의 임상시험이 이루어져서 통과된 이후에야 비로소 항암제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FDA 승인을 받은 물질이라 하더라도 그 항암제로 모든 환자가 치료되는 것 또한 아니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당장 암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데도 이런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이는 것)이 신속히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제약회사 음모론을 거론하는 것은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참고로 2019년 현재 펜벤다졸과 같은 계열의 사람 구충제로 쓰이는 약물들이 이미 임상시험 중에 있다).


강아지 구충제 따위로 무슨 암을 치료할 수 있겠어.
만일 그랬다면 암 연구자들과 제약회사가 몰랐을 리 없잖아.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 약이 항암제로 개발되지 않은 것은 둘 중 하나겠지.
항암 효과가 아예 없거나, 제약회사가 숨기고 있거나!


위에도 언급했지만, 항암제로 개발하는 것은 신약을 개발하든 기존의 약의 용도를 변경하든 검증을 위한 데이터 및 그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암 연구자와 제약회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약물을 검증할 기회를 아직 갖지 못했을 수 있다. 다른 수많은 후보 약물들을 모두 제치고 먼저 이 약에 투자하고 몰두해야 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모론에 귀가 더 솔깃하는 것이 사실이다.

뉴스는 우리를 겁주지 않을 때는 우리를 분노하게 하느라 분주하다. 온라인 뉴스 기사 말미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지금껏 품고 있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분노가 드러난다. 댓글들만 보면 우리 대부분은 거의 늘 분노로 길길이 날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분노 아래 혹자는 다음과 같은 비장한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세상 문제들은 원래 다 해결될 수 있는데, 우리가 사기꾼들과 얼간이들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신선한 증거가 제공되는 이 단순한 이유로 인해 충분히 신속하고 단호하게 다뤄지지 않을 뿐이라고. 사안에 관련된 해결책은 존재하고 있다고, 다만 엉뚱한 사람들의 손안에 있는 것뿐이라고. [뉴스의 시대] p62 –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일관되게 주장한다.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문 기술이 정보를 정확하게 모으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실로 더 중요한 것은 그 팩트를 어떻게 전달하는가이다 라고. 하지만 유튜브의 전문가들은 (단지 자칭 전문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에서 공인한 전문 교육을 이수한 뒤 면허를 취득하고 진짜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이들을 포함한다) 저널리스트들이 갖고 있는 저널리즘을 그대로 이행하며 사실 전달에만 만전을 기한다. 알랭 드 보통이 지적하는 부분은 쉽게 간과한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펜벤다졸’이라고 유튜브 검색창에 입력하면 쉽게 발견되는 영상물이다.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 영상에 대한 사과 영상입니다 (조회수 1.3천 회):
강아지 구충제 영상으로 상처 받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지난 영상에 많은 분들께서 제가 암 환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고 많은 질책을 주셨습니다. 먼저 저희 영상으로 상처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 가짜 뉴스다 (조회수 4.5만 회)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 후속보도 (조회수 3.8만 회):
저희가 말기암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너무 훈계 위주로 가르치는 듯한 보도를 했다는 지적입니다. 저희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여러분께 그렇게 보였다면 이 자리를 빌어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 얼마나 말기암 환자분들의 마음이 예민한 상태인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 이 부분 대해서 저희가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유튜브


알랭 드 보통은 계속해서 기술한다.

매체로서의 예술은 “경험을 증폭하고, 우리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넘어서는 동료 인간들과의 접촉을 확장하도록” 우리를 도울 수 있다. 엘리엇에 따르면 그로 인한 가장 큰 이점은 ‘공감 능력의 확장’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지금 이러한 공감 능력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건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이 우리 깊은 자아가 소화할 수 없는 데이터 혹은 추상적인 사실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뉴스의 시대] p102 – 알랭 드 보통  

우리가 암에 대한 뉴스와 기사를 접할 때 취해야 할 태도가 이와 같다. 인류는 암과의 전쟁에 있어 아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여전히 적이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아군을 공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참고문헌          

[1] Scannell, J. W., Blanckley, A., Boldon, H. & Warrington, B. Diagnosing the decline in pharmaceutical R&D efficiency. Nat Rev Drug Discov 11, 191-200, doi:10.1038/nrd368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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