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꿈은 아니에요
그림에는 소질이 없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운동은 재미로 어울려서 놀 수 있는 수준은 된다.
특출 난 건 없다.
7살 때의 기억이 선명한 건 트라우마가 컸기 때문이리라. 어머니가 이 얘길 들으면 가슴 아프시겠지만.
23살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은 어머니는 어떻게 아이를 교육시켜야 되는지 방법론적으로는 잘 모르셨던 게 분명하다. 사랑은 충분하셨지만.
예전 분들이 으레 그렇듯, 칭찬은 아이들 버릇을 나쁘게 한다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7살. 장판으로 깔린 방바닥에 엎드려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이었겠지.
동그란 얼굴,
직선으로 직직 그은 팔다리,
다시 동그라미로 완성한 손과 발.
집안일을 하고 계시던 어머니는 7살 어린 아들이 그린 '사람'의 형체를 보시고는,
"그게 사람이야?!
(의역: 그걸 사람이라고 그려놨어? 으휴)"
라며 혼내듯 말씀하셨다.
울 법도 한 나이였지만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처는 깊이 박혔나 보다. 3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생생히 기억나는 걸 보면.
그래서인지 7살의 그림 실력은 그 이후로 성장하지 않았다.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여전히 7살 때 그린 그대로다.
어머니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진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른다.
괜한 칭찬으로 헛된 화가란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엄마가 그때 나한테 그렇게 말해서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 거야"
라며 이따금 장난 삼아 얘기하는 재밌는 에피소드로 기억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래도 그림을 좀 잘 그리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가끔 아주 가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