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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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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Jul 29. 2018

# 개 얘기 좀 그만해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동물 이야기

얘기를 하는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건 꽤나 슬픈 일이다. 사실 개 얘기는 대다수에게 흥미 있는 주제는 아니다. 개를 키우고 좋아하는 ‘반려견 인구’가 아무리 많아졌다 해도 아직까지, 아니 앞으로도 대세의 이야기 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걔 얘기만큼 재밌는 게 없더라. 무슨 얘기를 해도 개와 동물 이야기만 생각난다.


20년된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다. 가장 친한 몇 명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다.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어도 시기 콜콜한 얘기부터 만남 약속 정하는 것, 정치 얘기까지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얘기할 수 있는 사이이다. 시차가 달라서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그룹 카톡창에 300+개의 숫자가 표시되는 일도 흔하다. 어쩌다 보니 카톡창에서 개 얘기를 하고 있는 날이었다. 동물 보호나 복지 같은 주제로 거창하게 토론 하거나 의견을 주장을 하는 대화가 아닌 그냥 시시콜콜한 얘기였다.

얼마 못 가 한 친구가 대화창을 보다 못했는지,



- - - - - - - - - 개 취 선 - - - - - - - - -



이라고 카톡창에 올렸다.


요새 말로 개인 취향을 뜻하는 ‘개취’가 아니라, ‘절취선’을 변형해서 올린 것이다. 개 얘기는 재미도 없고 도움되는 것도 없고 듣기도 싫으니 여기까지만 하고 잘라 내라는 뜻이었다.


“너는 금융권에 있고 그게 직업이니깐 그런 것만 보이겠지. 나도 네가 만날 돈 얘기, 돈 버는 얘기, 부동산 얘기, 성공하는 얘기만 하고 있는 게 정말 지겹지만 그냥 보고 있다.”


라면서 유치하게


- - - - - - - 돈 (money) 취 선 - - - - - -  


이라고 올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서 돈 얘기는 모두의 관심사이고 개 얘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 후로 배려와 존중의 차원에서 카톡창에 웬만하면 개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관심분야는 다를 수 있는 법이다. 사실 그 친구도 친하니깐 대놓고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한 것이지, 일상 중에 만나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경우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듣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붙잡아 놓고 얘기할 일도 없지만, 사회활동과 인관관계를 해 나가다 보면 사람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수다거리가 필요하다. 침묵만 지키고 있는 타입은 아니다 보니 말을 하게 되는데, 자연스레 개나 동물에 대한 소재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꼭 흥미 없어하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래 나는 오늘 또 '개' 소리만 늘어놓았구나...


다음엔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무난한' 화젯거리를 찾아 나서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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