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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Aug 13. 2018

노력도 재능이다 라는 말이 서글픈 이유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유전자를 탓하는 행위

‘노오력’이란 말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일명 ‘꼰대’들의 멘토링에 대한 풍자적 반항에서 생산된 단어이다. 그에 대한 불만은 ‘노력도 재능’이란 말을 재생산해 냈다.


나도 장승수 씨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나 고승덕 씨의 고시 합격 스토리를 읽으며 자란 세대라 노력의 중요성이 얼마나, 왜, 어떤 방식으로 강조되어 왔는지 경험했다. 노력을 유난히 비정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책임 회피이다. 또한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 행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 또한 재능이란 말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노력만을 강조하는 입장이 책임 회피와 기득권의 횡포라면, 노력을 변화시킬 수 없는 유전적 요인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팔자타령하며 현실도피하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악랄한 건, 자신에게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유전학의 발달로 인해 모든 것을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시도는 과학계의 큰 움직임이다. 그와 함께 유전학의 한계가 명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유전학이 발달하고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유전적 요인으로만 생물학적 현상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전형이 직접적으로 표현형을 나타내는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아무리 많은 빅데이터를 수집해도, 데이터 양이 증가할수록 유전적 연관성을 찾기는커녕 복잡함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는 명언이 명언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1%의 재능이 99%의 노력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론자들에게 운명을 맡기는 것은 결국 기득권의 횡포에 굴복하는 것과 같다. 진정한 노력은 재능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재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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