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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Aug 07. 2018

# 개를 사랑해 주시고 스트레스를 날려보내세요

펫미 (Pet Me) 프로그램

학교 도서관 벽보에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모델로 포스터가 하나 붙어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는 PAWS (Pet Away Worry & Stress)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취지는 다음과 같다.

For many young adults, entering college and being away from home often means saying goodbye to their pets.
많은 젊은 성인들에게, 대학을 진학하고 집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은 그들의 애완동물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Boynton seeks to provide Animal Assisted Interactions (AAI) in its continued effort to meet student needs, especially in the areas of stress reduction.
우리는 학생들의 스트레스 감소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동물 매개 상호 작용 (AAI)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AAI teams are volunteer handlers who are specially trained and evaluated, along with their animal partners.
AAI팀은 특수 훈련과 평가를 받은 자원봉사 조련사들과 동물 파트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ttps://boynton.umn.edu/paws


대학을 입학한 학생들이 가족 및 반려동물과 떨어져 먼 타지에서 공부할 때에 받는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차원에서의 학생복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에 최대 2시간의 시간으로 운영되고 학생 회관 등 정해진 장소에 가면 누구나 가서 동물들과 교감을 할 수 있다. 개뿐만 아니라 종종 토끼, 닭 등 다양한 동물들이 참여한다. 동물 매개 치료와 같은 맥락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나도 미국에 온 첫 해에 신기한 마음과 호기심에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정신 건강을 위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미국 정착 초기 적응하는 데 있었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 후론 굳이 나까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더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이상 참여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에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학의 저 프로그램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대학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동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에서도 멘토링과 진로 상담, 정신 건강 관리 차원에서의 학생 복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을 떠나온 지 좀 되어서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접하기에 요즘 실정과 변화의 물결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멘탈 관리'에 좀 더 신경 쓰는 듯하다. 학생 회관에 색칠 공부책 (우리나라는 색칠에도 '공부'라는 단어를 갖다 붙여서 더욱 스트레스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스트레스 완화 차원에서 색칠 도감을 비치해 놓는다)이나 간식 공급, 그림 전시 등 여러 방편을 통해 수시로 학생 건강과 복지에 투자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정신 건강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점은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된다.


"Pet me"


라는 문구를 보며


"스트레스받을 강아지가 불쌍해"


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정작 개는 본인 입으로 'pet me' 정책에 동의한 적이 없다. 아무튼 한국에서도 동물 매개 치료 프로그램이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맹인 안내견이나 군견 같은 서비스견처럼 인간을 도와주는 목적으로도 동물이 이용된다. 동물 입장에선 그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견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고 그들의 수명이 평균보다 더 짧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PAWS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개들은 한 개인만을 위함이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를 통해 위로를 받으시오' 하게끔 훈련될 것이다. 아마 '감정 노동자'와 같은 기분일 테지만, 그들은 불평, 불만 없이 충실히 그들의 임무를 수행한다. AAI 팀은 동물 복지에도 힘쓴다고 명시해 놓았다. 엄밀히 말하면, 일하는 동물은 자발적 봉사가 아닌, 인간의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지만, 조련사들은 개들을 사랑하며 최대한 그들의 복지를 고려하면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게끔 함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는 있을 수 있다. 미국이 한다고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한국도 이러한 동물 매개 치료 또는 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개라는 동물은 이미 사람의 목적에 맞게 가축화되고 개량되어왔다. 그로 인해 드러난 부작용도 많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주도로 조작된 동물인 개에게 앞으로도 인간의 입맛에 맞도록 적극적 개입을 지속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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